Loma Del Capiro는 산타클라라 동쪽에 위치한 세 개의 봉우리를 말한다. 이 봉우리는 176미터에서 187미터 높이로 산타클라라 일대에서 제일 높아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이 봉우리 중 가장 낮은 봉우리에 산타클라라 전투 기념물이 설치되어 있고 이곳이 바로 산타클라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look out point다. 산의 남쪽으로부터 올라오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산의 뒤쪽에서 덤블을 헤치면서 가파른 경사를 올라오느라 고생을 했다. 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면 굳이 높은 빌딩의 전망대가 아니더라도 도심 근처의 높은 언덕에서 바라보이는 도시 조망이 좋은 곳들이 있다. 신시내티나 피츠버그의 오버룩 혹은 타이베이의 상산 등이 그랬다. 유리벽으로 가로막히지 않은 조망과 붐비지 않는 환경은 느긋하게 야경을 찍기에도 좋다.
석양을 보러 올라온 가족.
이렇게 잘 깔린 계단을 두고 길이 아닌 곳으로 기어올라 왔다.
커풀룩의 완성은 헬멧인가?
캐나다 킹스턴에서 보았던 일몰이 떠올랐다.
산타클라라는 스카이라인이 극히 낮은 도시다. 비달 파크에 있는 호텔 건물 한 채를 제외하고는 도시 어디에도 송곳처럼 튀어 오르는 높은 건물이 없다. 어떻게 보면 밋밋할 수도 있는 이 도시의 풍광은 그러나 내게는 너무 아늑하고 평온했다. 어렸을 때 서울의 진관사 쪽으로 올라가곤 했던 북한산 등성이가 떠올랐다. 그때 그곳에서 바라보던 은평구의 풍경도 이랬다. 아파트라고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아서 낮고 평평했던 변두리의 풍경. 캐나다에서부터 챙겨 왔던 미니 삼각대를 처음 펼쳤다. 나와 같이 석양을 보러 온 사람들이 대략 열명 정도. 사람이 올라오는 계단 끝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어도 괜찮을 정도로 한가하고 여유 있었다. 드디어 해가 건물들 위로 한 뼘 정도의 높이까지 떨어졌다. 지평선 위로 짙은 구름이 없어서 떨어지는 해가 선명했다. 킹스턴의 포대에서 바라봤던 그 노을의 느낌이었다. 지평선 근처에서 해는 점점 더 속도를 낸다.
왼쪽에 보이는 녹색의 호텔 건물이 산타클라라의 랜드마크다.
낮은 스카이 라인의 도시가 얼마나 귀한가.
해가 떨어진 후의 하늘은 더욱 붉게 타오른다.
해가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고 난 후 하늘은 더욱 강렬한 붉은색으로 물들었고, 도시의 조명이 팝콘처럼 튀어 올랐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나서야 나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백팩에 집어넣었다. 긴 계단으로 산을 내려와 비달 파크를 향해 걸었다. Vinos Pizza라는 가게에 들어가 하와이안 피자와 나폴리타나 파스타 그리고 환타같은 현지 탄산음료를 시켰다.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식당에 빈자리가 없었다. 파스타가 꽤 맛있었다. 이렇게 다해서 4.5 cuc. cuc은 미국 달러와 1:1이니 4.5불이다. 가성비와 퀄리티가 하바나의 캐러비안과 비슷했다. 숙소로 돌아와 빨래와 샤워를 하고 옥상에 올라가 인터넷을 시도했다. 주인은 와이파이가 잡힐 거라고 했는데 자꾸 끊어진다. 포기하고 침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