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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Nov 26. 2020

산타클라라의 아침

마차를 타다.

숙소 앞 도로 풍경.

낯선 여행지에서 맞는 아침은 첫 데이트처럼 설렌다. 어두움에 감추어져 있던 도시는 아침 햇살에 부끄러운 민낯을 조심스레 드러냈다. 난 잠에서 깨어난 도시의 작은 표정 하나라도 놓쳐 버릴까봐 부산하게 뒤를 쫓다.

산타클라라에서 2박 3일을 보내기로 했다. 하바나처럼 볼 게 많은 도시는 아니었기 때문에 딱 적당한 일정이다. 다음 비아술을 예약하기 위해서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숙소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을 꼬박 걸어야 했다. 잠에서 깨어난 산타클라라는 아침을 여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카메라로 산타클라라의 아침을 스케치하다가 문득 바삐 돌아다니는 마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저 마차를 한 번 타볼까? 서 있는 마차들이 보일 때마다 터미널까지 얼마냐고 물었다. 하나같이 생각보다 비싼 가격을 제시한다. 잠시 고민 끝에 흥정의 전략을 바꿨다. 묻지 않고 제시하자! ’터미널 1 cuc!’을 먼저 말하기.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세 번째 마부가 내 콜을  받아들였다. 1 cuc을 내고 마차에 올라탔다. 타이어를 달고 다니는 마차의 승차감은 생각보다 안락했고 따각따각 말발굽에서부터 전해지는 리듬감은 경쾌하고 재미있었다. 십여분 만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사무실로 들어가서 트리니다드로 가는 비아술을 예약했다. 가격은 8 cuc. 사무실에서 여권을 확인하고 오래된 타이프라이터로 타이핑을 해서 표를 끊어줬다. 타임머신을 타고 1950년대쯤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터미널에서 볼 일을 마치고 나는 이곳에서 가까운 체 게바라 기념공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호텔 산타클라라 리브레. 산타클라라에서 제일 높은 십층 건물.
산타클라라에는 흔하지 않은 스페인식 건축물들.
개업 준비가 한창인 호텔 바.
우산을 왜 챙겨 나왔을까?
공원 정원사의 시가와 고급스러워 보이는 시계가 평범하지 않다.
건물 입구를 청소하는 여인.
비달 공원에서 정원수를 관리하는 아저씨.
역시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빨간색인거지?
저런 복장으로 자전거 라이딩이 가능할까?
이른 아침부터 피곤한 젊은이.
인적이 없는 아케이드.
낮달이 떠 있는 골목.
꽃집 할머니.
이 차 너무 귀여웠다.
드디어 마차를 탔다.
마차에도 룸 미러가 있다.
산타클라라 버스 터미널.
사제 짐수레.
합승.
고마워요 피델.
수십년간 알고 지낸 사이인 듯.
버스 터미널 앞 버스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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