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지에서 맞는 아침은 첫 데이트처럼 설렌다. 어두움에 감추어져 있던 도시는 아침 햇살에 부끄러운 민낯을 조심스레 드러냈다. 난 잠에서 깨어난 도시의 작은 표정 하나라도 놓쳐 버릴까봐 부산하게 그 뒤를 쫓았다.
산타클라라에서는 2박 3일을 보내기로 했다. 하바나처럼 볼 게 많은 도시는 아니었기 때문에 딱 적당한 일정이다. 다음날 비아술을 예약하기 위해서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숙소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을 꼬박 걸어야 했다. 잠에서 깨어난 산타클라라는 아침을 여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카메라로 산타클라라의 아침을 스케치하다가 문득 바삐 돌아다니는 마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저 마차를 한 번 타볼까? 서 있는 마차들이 보일 때마다 터미널까지 얼마냐고 물었다. 하나같이 생각보다 비싼 가격을 제시한다. 잠시 고민 끝에 흥정의 전략을 바꿨다. 묻지 않고 제시하자! ’터미널 1 cuc!’을 먼저 말하기.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세 번째 마부가 내 콜을 받아들였다. 1 cuc을 내고 마차에 올라탔다. 타이어를 달고 다니는 마차의 승차감은 생각보다 안락했고 따각따각 말발굽에서부터 전해지는 리듬감은 경쾌하고 재미있었다. 십여분 만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사무실로 들어가서 트리니다드로 가는 비아술을 예약했다. 가격은 8 cuc. 사무실에서 여권을 확인하고 오래된 타이프라이터로 타이핑을 해서 표를 끊어줬다. 타임머신을 타고 1950년대쯤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터미널에서 볼 일을 마치고 나는 이곳에서 가까운 체 게바라 기념공원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