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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Nov 13. 2020

하바나 사람들

street photography

오비스포를 걷는 여행객. 딱 봐도 여행객.

멕시코나 쿠바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길거리에서 마음껏 사람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민식의 사진집 인간에 수록된 그 많은 길거리 사진들과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류의 사진들은 연출되지 않은 날 것의 사람 표정과 사람이 만들어 내는 우연한 동작들을 통해서 소위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낸다. 로버트 카파의 종군 사진이나 퓰리처 상을 받아내는 보도 사진들 역시 우리 삶의 결정적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보통 이런 사진들을 보며 카메라를 들었던 사람들에게 절벽처럼 다가오는 순간이 바로 '초상권'에 대한 개념을 공부하는 때이다. 학교에서 인물 사진을 과제로 제출할 때, 우리는 반드시 Model Release를 피사체가 되어 준 모델들로부터 받아와야 했다. 당신을 찍은 사진을 작품 활동이나 상업 목적으로 사용해도 되는지 꼭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공원이나 공개된 장소, 집회, 아기 등의 사진을 찍을 수는 있는데 그것들 역시 그 사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허락을 먼저 득해야 한다. 이 초상권은 점차 소유자의 매우 프라이빗한 건물 혹은 애완동물에게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모델 릴리즈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는 풍경이나,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어서 과제로 냈고, 가능하면 가족을 모델로 삼아 사진을 찍었다. 미국과 같은 나라를 여행할 때도 사람들을 찍는 건 긴장의 연속이다. 더러 멋진 캔디드 포트레이트를 건진다 해도 이것을 SNS 등에 공개해도 될지 많은 고민들을 하게 된다. 뉴욕에서는 사진을 먼저 찍어 놓고 꼭 그 사람들을 찾아가서 연락처를 받고, 사진을 보여준 후 작업한 사진들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하곤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작업들은 소위 'decisive moment'를 만드는데 어지간한 장해물이 아니었다. 사후에야 작품들과 이름이 알려져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시카고의 비비안 마이어처럼 모델 릴리즈를 받지 못한 나의 어떤 사진들은 내가 죽은 후에야 세상에 나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담감이 멕시코나 쿠바에 와서는 많이 줄어든다. 물론 이곳이라고 초상권의 개념이 없겠냐마는 나는 지구 반대편의 사진가이고 사진을 공개한다고 해도 이들에게 연락이 닿아 나에게 초상권 소송이 진행될 거라는 일말의 두려움은 덜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나라에서 초상권에 대한 법규가 정비되어 있는지도 나는 알 수 없으니 차후에 일이 생기더라도 나는 무지의 항변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 내가 하바나의 거리를 거닐면서 찍었던 인물 사진들을 올린다. 몇몇의 사진들은 사진을 찍은 내게도 깊은 감동을 준다.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을 연상케 하는, 엘리먼트들의 우연한 배치가 인상적인 사진들도 있다.

내가 이들 나라에서 특히 찍고 싶었던 사진들의 일부다. 즐감하시길 바란다.

전화부스와 아저씨의 보디라인이 묘하게 매칭이 된다.
마주오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시는지. 헐리웃급 미모이긴 했다.
비에하 광장에서 농구골대 없이 농구를 하던 아이.
비에하 광장에서 놀던 아이.


딱 봐도 부자지간. 좋은 사람들끼리는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특이한 외모와 봇짐들.
거울을 짊어지고 카메라 옵스큐라 앞을 지나가는 인부.
행상하는 아저씨의 안경. 개인적으로 이 포트레이트의 느낌이 너무 좋다.
이층 버스와 이층 자전거. 심지어 빨강과 파랑 컬러까지 싱크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이 바로 이런 순간이다. 버스에 마침 클릭이라는 문구와 카메라까지.
샌 프란시스코 여객터미널 앞이다. 두 대의 이층 버스와 이층 자전거와 두 사람이 타고 있는 스쿠터. 둘 둘 둘.
우리의 인생은 결국 한 곳을 바라보며 간다. 빨리 가든, 느리게 가든. 타워팰리스에서든 대전의 효동이든. 결국 한 점에서 모두 평등해질 우리의 삶이란.
예쁘고 젊은 여자를 바라보는 여자들의 시선이 흥미롭다.
죽더라도 요만한 손주들을 한 번 안아보고 죽었으면 좋겠다.
아 저 눈. 에메랄드 빛이 난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멍하니 쳐다보게 된다.
청춘.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뛰는 한 여름 뜨거운 태양보다 더 강렬한 이름이여.
인생의 깊은 곳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잔잔한 눈빛. 좋은 눈빛으로 늙어가기를 소망한다.


공무원들인 것은 확실한데... 뭐하는 분들인지는 모르겠으나 둘 사이의 썸은 느껴진다.
나도 크루즈 여행을 하면 기필코. 저 Hat을 쓰고 다녀 보겠다. 멋있어 보임.
옥수수 간식.
어느 여고생.
약간의 착시가 느껴지는 사진.
안경에 저렇게 포커싱이 되는 사진을 내가 좋아한다.
하수관로를 정비하는 인부들.
카메라를 보고 손 흔들어주는 또 한 명의 쿨남.
뒤에 보이는 마을이 카사블랑카 마을.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뉴욕 이스트 리버에서 낚시하던 사람들이 떠 올랐다.
여기도 어지간히 공사 속도가 느려 보인다.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만큼 거리 정비 작업이 빠른 나라가 없다.
굴착기 사이즈가... 기성품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시장을 보고 들어가는 사람들.
거리에서 마작하는 아이들. 담배를 물고 있는 저 아이는... 일진일까?
O'Reilly 거리에서.
페트병 수거해 가는 아저씨. 안정적이다.
체조 혹은 댄스를 배우는 아이들인 듯.
네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좋을 때가 아니겠니?
저 뒤에 있는 차가 기아차 맞는 거지? 저 촌스런 엠블럼이 드디어 바뀐다는데...
이 아저씨 스타일... 헤어스타일과 액세서리, 나시티... 범접하기 힘든...
어찌나 근육 자랑하는 남자들이 많던지...
마차를 타고 있는 관광객.
사진과 교수였던 데이비드와 닮았던 누군가.
자전거 택시기사. 아는 사람 누군가와 많이 닮았네. 자전거 택시는 다음에 꼭 타보는 것으로.
그냥. 이 사람의 포스쳐와 액세서리만으로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알 것 같은...
허공을 향한 눈빛이 왜 이리 처연한가?
경찰 같은데... 귀엽다.
브룩클린이 잠깐 떠올랐던 거리.
피어싱을 무척 사랑하는 듯한 노란 옷의 엄마.
짐이 좀 있을 때는 자전거 택시도 괜찮겠다.
자전거 택시를 이용하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네.
엽서 사진 같음.
수수해 보이는 얼굴에 반전 있는 네일.
여전히 난 이 신발들이 궁금하다.
군것질 거리를 파는 작은 가게.
직장 여성들의 아주 일반적인 옷차림새.
이 많은 걸 어디서 받아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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