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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Dec 17. 2020

트리니다드의 밤

Don pepe라는 이름은 가는 도시마다 있는 것 같다.
일찍 켜진 램프는 밤의 첨병이다.
Trinidad Teraces.  벌써 사람들이 꽉 차 있다.

해가 저문 트리니다드는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낯이 살짝 붉어졌다. 카페나 식당에 사람들이 들어찼고 마요르 광장 일대에는 젊은 여행객들이 모여들었다. Trinidad Teraces 앞 계단 테이블은 벌써부터 사람들로 가득해서 앉을자리를 찾기 힘들었고 식당 앞 라이브 무대에서는 레게풍의 연주가 이어져서 흥겨웠다. 음악과 가벼운 음식과 술, 그리고 여기저기 흥에 겨운 즉석 댄서들은 굳이 내 기억 속의 한 장면을 끄집어냈다. 난디의 데나라우 포트에서 Sea food flatter를 하나 시켜놓고 흥청거렸던 그날. 모든 것이 좋았던 그 밤은 어떤 해피엔딩도 담보하지 않았다. 사람의 인연이란 것 생각보다 연역적이지도 귀납적이지도 않은 편이다. 어느 한순간 모든 것이 쉽게 달라지고 인연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우습게 파편이 되어 흩어진다. 그래도 그때 그 순간은 참 즐거웠고, 시덥지 않은 왕십리 농담도 좋았고, 옆 테이블에서 춤을 추던 커플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웠다. 대한 게츠비의 파티마냥 뜬 느낌으로 살랑거렸던 피지의 그 밤처럼 트리니다드 마요르 광장도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설레임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계단 아래쪽 광장에서는 잘 잡히지 않는 와이파이 신호를 쫓는 사람들이 와이파이 신호 잡기 시합(!)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 선수로 경쟁에 합류해 봐서 아는데, 와이파이 신호는 결코 2, 3분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 끊임없이 끊기는 신호와 씨름하는 가련한 영혼들. 사람들은 이 멀리까지 와서도 누군가와의 소통에 연연한다.


트리니다드는 둘러보는데 하루나 이틀이면 충분한 작은 도시다. 물가는 타 도시들에 비해 비싼 편이다. 고즈넉한 도시의 분위기에 취해 휴식을 한다면 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언덕 위에 올라 석양을 감상하거나 근처의 앙꼰해변에서 하루를 보내거나 또는 라 보카 해변의 어촌마을을 둘러보는 일정도 괜찮을 듯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나의 쿠바 일정은 좀 타이트했다. 다시 가는 쿠바라면 적어도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두고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찬찬히 여기저기를 다 둘러볼 듯하다.


아마도 언젠가 누군가와 다시 오게 될 거라는 기대와 혼자 하는 여행의 외로움을 이기기 힘들어서 일부러 일정을 더 빽빽하게 잡았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후회된다. 앙꼰 쪽에는 all you can eat 리조트도 있었던 것 같은데, 산타클라라의 하바나투어에 문의하니 주말에는 풀 부킹이라 예약이 어렵다고 했다.

라이브 뮤직을 감상하는 인파들.
다음에 오게 된다면 최소한 이박은 하고 하룻밤은 여기서 놀아야겠다.
여기가 만남의 광장이다. 와이파이 존이기도 하다.
흔한 골목 풍경.
그녀의 시선이 머무는 어디쯤엔가 잊지못할 추억 하나쯤 있으려나?
게임 삼매경.
만남의 광장에 모여 있는 젊은이들.
이 마요르 광장은 와이파이 존이다.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접속이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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