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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관저

독재자의 집

by Mong

시먼딩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장개석이 26년간 철권통치를 이어가며 살았던 스린관저를 찾았다.

서양식 저택에 실제 장개석, 송미령 총통부부가 사용했던 가구들과 집기류들이 옛 모습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청남대와 그 느낌이 비슷하다. 장개석 사후 국가기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비공개 상태로 있다가 1996년에 관저를 제외한 정원과 외부구역들이 공원 형태로 일반시민에게 개방되었고. 다시 2011년에 이르러 관저까지 대중에 개방되었다.

1996년은 대만 최초로 직선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해였다. 민주주의의 시작과 함께 권위주의의 상징적 공간이 시민들에게 열린 것이다. 2007년 인왕산 개방을 연상시키는 역사적 장면이다.

스린관저의 정원은 정원이라고 칭하기 어려울 만큼 넓고 테마별로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다양한 열대 식물과 꽂들로 구성된 이곳의 내, 외 정원은 거의 식물원 같은 느낌이다.


인간의 무의식은 과거를 회상할 때 긍정편향을 갖는다.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은 곧잘 잊어버리고, 긍정적인 정보와 경험은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억이 재구성되곤 하는데 이것은 긍정적 자아를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방어기제이고, 이런 기억의 왜곡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니 우리들의 추억은 우리에게 곧잘 거짓말을 한다.

긍정편향은 역사를 서술하는 과정이나 그 사회가 역사를 바라보는 정서적 유대에서도 반복해 나타난다.

모름지기 독재는 독단, 독선적인 의도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부득이 다수의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으므로 역사적, 정치적 측면에서 정당화하기 어려운 통치방식이다. 하지만 독재는 의사결정 과정이 단순하고 효율적이어서 나름 역사적 성과를 이루어내는 경우가 많고, 사회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대만인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장개석과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방식의 추억과 그리움은 사람에게 그러하듯 국가한테도 긍정적인 집단자아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일까?

그게 긍정편향이나 집단적 가스라이팅의 결과일지라도 그래야 버티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면 굳이 시비하지 말고 그냥 그대로 놓아두는 것도 괜찮은 것일까?


모든 이들의 추억은 혹여 그것이 왜곡된 기억의 결과일지라도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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