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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차이나타운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by Mong

"삶은 앞서가는 자의 등을 보고 가는 것.

붉은 간판 아래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는 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토해낸다."




이곳은 방콕의 야오와랏 차이나타운이다.

중국계 이민자들은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 자신들의 생활권을 만들었고, 대도시마다 차이나타운을 남겼다. 그런데 방콕의 이곳은 그중에서도 남다르다.


우선 규모가 압도적이다. 이렇게 넓고 긴 대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차이나타운은 흔치 않다. 약 1.5km에 이르는 큰길은 용처럼 굽어져 있어 풍수적으로 상업에 길하다고 전해진다. 방콕이 수도로 정해지던 초기부터 이 길은 이미 중국계 이민자들의 터전이었고, 대로에서 갈라지는 골목마다 수십, 수백 년 이어져온 상가주택이 줄지어 있다. 대부분 1층은 상가, 위층은 주택이고, 그 안에 중국계 태국인들의 일상과 역사가 층층이 쌓여 있다. 이들의 삶을 떠받치는 시장과 가게들이 그 골목골목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다.


새로운 도시를 방문할 때면 어김없이 차이나타운을 찾는다. 이상하게 그곳에만 가면 묘한 안도감이 든다.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에 지칠 때도, 값싸고 푸짐한 한 끼가 필요할 때도 차이나타운은 요긴했다. 특히 북미에서는 햄버거 세트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중국식 All you can eat 뷔페가 흔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한중일 동북아인의 생김새나 정서, 유교·한자 문화의 공통점 덕에 자연스러운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중국인들은 한 번 곁을 내주면 그 특유의 꽌시 문화 때문인지 끝까지 챙기고 도우려는 성향이 있어 낯선 타지에서 친근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래서 한국에서 최근 유독 짙어진 혐중 정서를 볼 때면 조금 낯설다. 해외에서 부딪혀온 그들의 모습은 혐중 시위 속 이미지와는 꽤 달랐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중국계 커뮤니티가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때때로 경이롭다. 우리는 개인적 역량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한 반면, 그들은 동업과 협업에 익숙하다. 차이나타운은 그런 꽌시 문화와 유대의 결과물이다.


이유 없는 혐오와 배척은 열등감과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반만년 역사를 가진 21세기 10대 정치, 문화, 경제 강국인 우리가 굳이 그런 감정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규모로 보나 역사로 보나 남다른 방콕의 차이나타운은 초입부터 사람을 압도한다. 넓은 대로가 일방통행인 것도 흥미롭다. 저녁이 되면 그 절반이 노점 음식으로 가득 채워지고, 도로 위로 사람들이 밀려든다.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사람들, 그들의 등. 그 등을 바라보며 한참 걷다 보면 어느새 그 길의 끝에 닿고, 그 끝은 또 전혀 다른 풍경으로 이어진다.


앞서가는 자의 등은 작지만 확실한 이정표다.

내 등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작은 길잡이가 될지 모른다.

그러니 이 길 위에서, 쉽게 비틀거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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