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마음은 오늘도 밤에 꽂힌다.
"덜컹거리던 긴 하루
짧은 시선 닿는대로 켜지던 백열등에
가슴은 철렁여"
이곳은 팟퐁 야시장이다. 1970년대 베트남전 당시 주둔했던 미군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골목이다. 방콕의 이태원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베트남전 당시 태국은 전쟁의 후방기지 역할을 톡톡히 했고 특히 이 지역은 미군을 위한 유흥가로 성황을 이뤘다. CIA의 주요 거점이기도 했다고 한다. 유흥촌 한복판에 들어서 있는 야시장이다. 오픈시간은 저녁 7시. 낮시간에는 평범해 보이던 거리가 초저녁부터 화려하게 옷을 갈아 입는다. 대로변에는 마사지업소들이 많다. 유니폼을 차려입은 마사지사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을 호객한다. 그 사이 작은 골목 안쪽에서는 지금까지도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곳이 있다고 한다. 홍콩의 템플스트리트 야시장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사진의 골목 끝 건물 전체에 태국왕비 수티다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전세계 왕권 국가 중에서 태국왕조만큼 권위가 지켜지고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거대한 초상화 밑으로 펼쳐지는 야시장. 공식적으로는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이지만 하이쏘(High society)와 로쏘로 나누어지는 계층이 선명하게 나뉘어져 있고, 경제적 불평등이 너무 심해서 어지간한 노력과 행운없이는 신분상승이 어려운 나라. 한 때 돋보였을 이 나라의 불평등은 이제 거의 모든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가의 보편적 현상이 되었다. 그렇게 낯선 풍경이 아니다.
고된 노동의 끝에 계층 사다리 한칸이라도 더 높게 올라설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면 수레를 끌고 가는 그의 어깨에 앉은 삶의 짐이 조금은 더 가벼우려나.
아직 저녁이 미처 들지 않은 거리를 미리 밝히는 야시장의 조명들은 관광객의 눈길을 잡아 끈다. 낭만적이다. 조명 아래로 착착 깔리는 이런저런 상품들은 재미 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야시장으로 모여드는 현지인들에게도 시장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 예쁜 조명들이 누군가에게는 고단한 일과를 시작하는 알람이 된다. 내 등을 떠밀어 발걸음을 재촉하는 채찍이다.
불빛을 사이에 두고 교차하는 눈빛들이 깜빡거릴 때마다 땅거미는 째깍째깍 짙어지고 일꾼들의 발걸음은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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