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방콕 노마드

삶은 오류의 연속이다

by Mong

"두려운 건 실패나 오류가 아니다. 진짜 무서운 것은 모르는 것이다"




야오와랏의 수많은 골목들 중 하나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어깨를 맞부딪혀야 하는 좁은 골목도 있고, 이곳처럼 차량이 교행할 수 있는 넓은 통로도 있다. 어느 쪽이든 분주하기는 매한가지다. 툭툭이, 오토바이, 자전거, 트럭, 버스, 일반 차량들이 행인들과 뒤엉켜 있다. 이 혼돈의 도로는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질서 잡혀 있다.

한동안 나는 카메라의 뷰파인더 대신 디스플레이의 라이브뷰로만 촬영한 적이 있었다. 카메라를 들면 피사체가 되는 사람들이 쉽게 경직되고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곤 했다. 초상권 문제 때문에 인물을 찍을 때는 사전에 촬영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렇게 찍힌 사진은 결국에는 연출사진이 되어 버리고 만다. 라이브뷰로 찍으면 상대방이 카메라를 잘 인식하지 못해 날것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포착할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찍은 스냅샷은 흔히 말하는 몰카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사진 안에 식별 가능한 인물이 포함되어 있다면 출간, 전시, 발표에 제한이 따른다. 그럴 의도가 있다면 촬영 후라도 모델 릴리스를 받아 놓는 것이 좋다. 이런 초상권 개념이 일반화되기 이전의 사진가들은 얼마나 축복받은 존재들인가. 최민식이나 로버트 카파와 같은 작가들의 위대한 인물 사진들은 대부분 초상권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대의 산물이다.
지금은 모델 릴리즈가 면제되는 사진을 오직 보도사진에서만 만나게 된다. 보도의 공공성이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을 조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애매한 영역 역시 꾸준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위 사진은 도시풍경을 찍는 과정에서 우연히 인물이 담긴 것이고, 상업적 이용 목적이 없으며 순수 비영리적 예술 활동에 쓰이고 있으므로 모델 릴리즈에서 자유롭다고 판단했다. AI에게 물으니 의견이 분분하다. 도시풍경이라고 하기에는 인물이 너무 부각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다면 태국의 초상권은 어떨까.
태국은 우리나라보다 초상권을 더 엄격하게 보호한다.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하다. 상업적 이용이 아니더라도 수만 밧의 벌금이 매겨질 수 있으니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유튜브 촬영은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에 잘못하면 형사소추를 받을 가능성도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우연히 찍힌 인물의 셔츠가 유난히 인상적이다. 'Error 404. 페이지를 찾을 수 없음.'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쳤을 문구다. 모니터에 이 문구가 떴을 때의 실망감, 좌절감, 막막함은 이 시대를 사는 디지털 인류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인물의 연령대와 장소, 그리고 셔츠의 프린트가 유난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서 나는 문득 ‘노마드’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실 방콕의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그렇다.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은 도시의 공기. 늦은 밤까지도 꺼지지 않는 불빛. 다양한 패션들. 그리고 그 사이를 정처 없이 떠도는 나까지.

방콕은 노마드의 도시다.
하지만 곳곳에 숨은 규제들도 적지 않다. 초상권 역시 그 중 하나다. 깨알 같은 규칙을 잘 알수록, 누릴 수 있는 자유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방콕 #방콕여행 #야오와랏 #차이나타운방콕 #방콕사진 #스트리트포토 #스트리트포토그래피 #거리사진 #흑백사진 #스냅사진 #사진에세이 #도시풍경사진 #여행사진 #여행에세이 #노마드 #디지털노마드 #초상권 #모델릴리즈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4화방콕 차이나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