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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일곱 김팀장 Sep 11. 2024

쉼을 위한 시작

5도 2촌 세컨하우스

TV, 유튜브에 몇 년 전부터 세컨하우스(주말주택)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났다.

[KBS의 세컨하우스2] 시골집을 리모델링해서 자급자족하며 살아보는 힐링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연예계 잉꼬부부 최수종, 하희라 부부가 빈집 소생에 도전한다. [이영자의 세컨하우스] 3일은 일하고 4일은 시골에서 쉼을 만끽하는 3도 4촌의 삶을 산다. 그리고 모델 한예진 역시 홍천하우스를 마련하고 도시를 떠나 시골 전원생활을 한다.

요즘의 5도 2촌 세컨하우스와는 의미가 좀 다르지만 우리 아버지 세대에는 은퇴 후의 꿈으로 여겨졌던 전원주택이 있다. 푸르는 넓은 잔디밭에 펜션 같은 2층 집, 현역 때 열심히 일하고 은퇴 후에는 자연과 더불어 사시며 자식들과 손주들을 기다리는 그런 풍경이었다.  


답답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갇혀사는 우리 도시인들은 언제나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꿔왔다. 이를 대변하듯 주말이면 산과 들과 강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왔다. 나 또한 주말 아침부터 차에 한가득 캠핑장비를 싣고, 2-3시간을 달려 캠핑장으로 떠났던 기억이 있다. 토요일 아침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쉼을 찾아 떠나는 나의 여정.

짐 싣기-달리기-설치하기-불 피우기-고기 굽기-다음날 일어나서 짐 싣기-달리기-짐정리

주말의 한 사이클을 돌면 다시 월요병이 찾아왔다. 그래도 즐거웠다.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추억을 만들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으니깐.

"코로나19 이후 서울시민의 여가활동 변화"
서울연구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서울 시민들 여가활동이 실외 활동으로 급격히 변화했으며, 자연과 함께하는 활동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캠핑과 주말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연구원 웹사이트 >
"주말주택 및 귀촌 수요 동향 분석"
이 보고서에서는 40-50대가 자연환경에서 생활하려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주말주택을 통해 도시 생활의 피로를 풀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여유와 자녀의 독립 등도 이러한 트렌드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언급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웹사이트 >

많은 이들, 특히 4050 세대는 자연과 함께하는 활동에 대한 경향이 크게 증가하였고. 이유는 경제적 여유와 자녀들의 독립, 코로나 19 이후의 변화등이며, 해결방안으로 캠핑 또는 세컨하우스(주말주택) 선택이 늘어났다고 한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4050 세대는 은퇴 나이가 아니며 아직 한창 일하고 있는 현역인 것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쉼 있는 삶은 노후에 필요한 것이 아닌, 가장 힘들 때인 지금의 나와 내 가족이 필요한 것이다. 주중에는 도시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자연에서 여유롭게 쉬는 삶. 이러한 순환구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꿈꾸었던 주말계획 스케치


은퇴 후에는 늦는다!
‘집콕’이 아니라 ‘집사’처럼 즐기자!
지금 바로 시작하자!


"나중에 돈 벌면 부모님께 효도할 거야"

"나중에 시간 나면 가족(아이들)과 멋진 추억은 만들 거야"

"나중에 은퇴 후에는 이쁜 전원주택을 짓고 살 거야"

"왜 다 나중에?"

"지금은 너무 바쁘고, 아직 모아둔 돈도 없어서 "


세컨하우스를 계획하고 5도 2촌 생활을 하면서 나는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는 잊어. 잔디 깔린 넓고 넓은 마당 위의 2층 집도 잊어.

나의 지친 몸과 마음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작은 마당, 작은 공간만 있으면 되는 거야, 지금의 너는 그럴만한 충분한 능력과 가치가 있어!

작고, 심플한 나의 아지트 기획안
논을 메우고, 토목공사 진행 중.
공사 중인 세컨하우스 전경.


10여 년 전의 연말모임에서 나눴던 그 당시 비현실적 대화가 있다.

"나중에 같이 집 하나씩 짓고 놀자."

어떤 의미도 계획도 없는 그냥 짓고 '놀자'.

이것이 시작이었다.


4년 전 나와 나의 20년 지기 대학원 동기 세 가족은 시작했다. 모든 것은 우리가 직접 하나씩 도전해 봤다.

토지매매, 지번분리, 각각의 집설계, 개발행위허가신청, 현장시공, 공장제작, 건축준공 이후 셀프등기까지.   

쉬는 날 짬 내서 진행하는 것은 많이 힘들었으나 이것조차도 쉼으로 느껴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만 3년 동안의 5도 2촌 세컨하우스는 현재 나의 직장생활의 원동력이다. 또한 나와 내 가족의 새로운 추억이 만들어지는 텃밭이며, 나를 잠시 돌아볼 수 있는 휴식처이다. 이곳은 아직도 공사중이며, 즐거운 쉼을 위한 나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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