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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일곱 김팀장 Sep 11. 2024

'리틀포레스트' 주인공은 나

맛없어도 괜찮아. 그냥 즐거우면 돼

4,5월이 되면 어김없이 초보농사꾼의 삶이 시작된다. 서울보다 평균기온 2도가 낮은 지역이라 조금 늦다.겨울 내내 방치되어 있었던 밭은 엎고 거름을 주고 비닐멀칭을 하며 자급자족 생활의 5도 2촌 낭만을 다시금 시작한다.

"올해는 고추를 많이 심을 거야, 고추만 한 게 없지"

"작두콩이 비염에도 좋고 겨울에 차 끓여 먹어도 맛있던데, 작두콩을 더 심자"

누가 보면 고추농사 몇천 평은 할 것 같은 대화를 하며 모종도 준비하고 하나씩 심어나간다.

주말 및 휴일마다, 1시간 남짓 달려 도착하면 마당수도의 검정 고무호수를 끌고 나와 텃밭에 물부터 뿌린다. 이런 노력이 있어야 몇달후 나의식탁은 풍성해짐을 알기에 항상 우선순위이다.

주말만이라도 이곳에서는 배달어플의 사정권을 벗어난다. 직접 가꾸고 수확하여 만들어지는 소박하지만 멋스러운 한끼는 나의 또 다른 도전이며 즐거움이다.

텃밭정리. 밭을 엎고 퇴비주기.

임순례감독의 2018년 개봉작 [리틀포레스트]

주연 배우로는 김태리(혜원 역), 류준열(재하 역), 진기주(은숙 역)가 출연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 혜원이 고향으로 돌아와 직접 재배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자연 속에서 소소한 행복과 진정한 자신을 찾는 과정을 그리며, 느리고 여유로운 삶의 가치를 따뜻하게 전해준다. 이 대사들은 영화 속 캐릭터들의 간결한 대화 속에서 삶의 여유와 자연 속에서 찾은 작은 행복을 잘 담아내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인 혜원과 고향친구인 재화와 은숙간의 짧은 대화이다.

혜원: "왜 돌아왔어?"
재하: "그냥… 먹고 싶어서."
은숙: "도망온 거야?"
혜원: "아니, 쉬러 온 거야."
혜원: "배고파서 먹는 게 아니라, 그냥 먹고 싶었어."



 단순한 이유로 행동하는 것의 소중함

"그냥 먹고 싶어서."

도시 생활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단순하게 자신의 욕구와 행복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자연 속에서의 작은 쉼이 왜 필요한지를 말해주는 부분인듯하다.



도망이 아닌 쉼을 찾는 여정

"도망온 거야?"

"아니, 쉬러 온 거야."

혜원의 답변은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쉬러 왔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하다. 도시생활의 많은 이들이 자연 속에서 새로운 쉼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처럼, 주말이라도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자연 속에서의 자급자족과 자아 성찰  

"배고파서 먹는 게 아니라, 그냥 이게 먹고 싶었어."

이 대사는 도시에서의 빠르고 효율적인 삶과 대조적으로, 자연 속에서 마음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도시를 떠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매년 첫 모종은 상추.


"언제까지 뭔가가 되려고만 하지 말고
잠깐 쉬어가도 돼."


우리는 끊임없이 경쟁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우리들에게 자연속에서의 쉼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더 나은 자신을 위한 준비 과정임을 일깨운다.

나는 이곳 세컨하우스에서 밭을 일구고, 직접 키운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소소한 행복을 만끽한다. 도시 생활에서 흔히 잊기 쉬운 작은 일상 속의 기쁨과 만족감을 되찾고 주말마다 자연과 가까이하며 소소한 활동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는 과정을 겪고있다. 이것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아닐까.

몸도 잠시 쉬어가자. 아침식탁
아내는 쉬는 중입니다.

이곳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행동과 대화, 자연속에서의 작은 활동들이 나에게 쉼과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주말이라도 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작은 쉼을 찾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방법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쉼의 의미를 찾고 자신을 돌보는 데 큰 영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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