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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는 긁지 말아야 한다.

건조한 피부의 유혹

by seungmom

그래도 올해는 빨리 깨달았다.

겨울이 시작되면 건조해지는지 피부가 간지럽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시원하게 긁다 보면 벌겋게 꽃이 핀다.


그 꽃을 보고 친구가 엄하게 설교를 했었다.

그래서 자극이 없는 바디워시를 쓰게 되었고

바디로션이라는 것도 참고 바르게 되었다.


처음 바디로션을 쓰면서는 얼마나 웃었는지

얼굴에 바르는 것도 잘 안 하는 사람이 몸에는 바른다며

왠지 엄청 여자다운 짓을 하는 것에 쑥스러워했었다.


이런 것들을 겨울이 오면서 바로 알고 잘 챙기면 좋은데

꼭 벌겋게 한두 개의 꽃을 보면 그제야 느끼고 조심을 했다.

그래도 친구들 덕분에 꽃밭의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덕분에 잠도 설치지 않아 로션을 잘 챙겨 발랐다.


2000년 미국에 가서 2층집 2층에 살게 되었는데

전기로 하는 벽난로가 굴둑이 왜 있어야 했는지

30군데 이상 내 무릎 밑의 양쪽 다리가 물리고

물린 자국에서 진물이 나오면서 물린 것을 알았다.

지붕에서 굴둑을 타고 온 새 벼룩이라고 했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아이들은 물리지 않았다.

모기에도 나만 물리더니 벼룩도 나만 물고 갔는데

집안을 치사량으로 벌레 살충제를 뿌리고 무사했다.

그런데 이미 물려버린 곳에서는 진물이 너무 나와서

잘 때는 물린 30군데에 밴드를 붙여야 했다.


시골에서 살았다는 일본 친구가 벼룩을 알려줬는데

이상하게도 절대로 무릎 위는 물지 않는다고 하고

3년이 지나야 나아진다고 하더니 꼭 3년이 걸렸다.

벼룩에 물리면 물린 자국에 바늘구멍이 두 개라고 해서

돋보기로 확인을 했더니 정말 두 개씩 있었다.


그렇게 물린 30군데 중에도 심한 몇 곳이 있었는데

진물이 너무 흐르듯이 나와서 붕대를 감고 자야 했었다.

그래서 확실하게 어디인지 기억을 하고 있는데

25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 자리는 영역 표시를 하고 있다.


멀쩡했던 다리가 간지러웠다.

건조해서 그러나 하고 로션을 더 정성스럽게 발랐는데

어딘가 스치면 그 자리가 너무 간지러워 참을 수 없었다.

대학 공부한 정신으로 참아야 한다고 애를 쓰면서

간지러운 부분의 주변을 꾹꾹 누르면서 참아 냈더니

긁지도 않았는데 누른 자리가 벌겋게 올라와 있었다.


그제야 25년 전에 새 벼룩이 물어 3년을 고생한 자리라고

마지막까지 나를 고생시켰던 4군데 중 하나였는데

그게 이제와 다시 나를 괴롭힌다는 것을 알았다.

무슨 업보도 아니고 때가 되면 다시 나타나는 것은 뭔지

가장 심했던 곳은 동전 크기만큼 커져서 나를 괴롭힌다.


이 나이에는 긁지 말아야 한다고 명심 또 명심을 했는데

그래서 최대한으로 이를 악물고 가려움을 참았는데도

나도 모르게 손을 댄 건지 점점 커지더니 자리를 잡았다.


이런 것도 나이를 타는 것 같다.

그 정도 손을 댔다고 이렇게 나빠질 수 있는 것인지

25년 전의 상처가 나이 든 피부를 무시하고 삐져나왔다.


웃긴다.

나이가 들면 주변의 구속에서 자유로워지겠지 했다.

정말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고 중년이 되어 편해지니

이젠 내 몸이 나를 구속하고 있다.

이 작은 벼룩의 추억까지 되새기게 만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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