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크 Sep 02. 2024

여왕의 과일이 돌아왔다.

무화과


삼천 년 전부터 인류가 먹은 과일 무화과는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먹었다 해서 여왕의 과일이라 불린다. 


한주먹도 안 되는 둥근 호박 같은 모양을 한 무화과는 요즘 한창 제철이다. 

무화과를 반으로 썰어보면 안은 빨간색의 물결들이 작은 씨들을 휘감은 모습이고 괴기스럽게 보이기도 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고대 때부터 이 모습으로 인류가 즐겨 먹던 과일이라 생각하니 나름 생존을 위한 방법인가 싶고 이해가 간다. 무화과는 본래 꽃이 열매 안에서 핀다. 그래서 우리가 먹는 그 과육은 바로 무화과의 덜 영글어진 꽃들이다. 무화과 껍질은 우리가 흔히 아는 꽃받침이다. 이 꽃받침이 다른 꽃들과 다르게 비대해져서 무화과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꽃받침 속에 숨겨진 무화과 꽃들. 그래서 우리가 먹는 무화과는 마치 꽃잎들을 한 바가지씩 먹는 것과 비슷하다. 


무화과는 주로 충청이남지방에 재배되기 때문에 전국구 과일이 된 지는 얼마 안 되었다. 

나는 어릴 때 남부지방에서 나고 자라서 동네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담장 너머로 푸른 잎사귀와 연초록의 동그란 열매를 보며 자랐다.  집집마다 감나무, 무화과가 심어져 있고 골목길 틈새에는 맨드라미, 봉숭아가 소담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친구 집 마당으로 들어가면 잘 익은 무화과를 쳐다보며 먹을게 귀한 시대라 나는 침을 꼴깍 삼키곤 했다. 


친구가 한 개씩 따주면 쓱쓱 닦아 먹어본 무화과.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런 기억은 잊혀갔다. 

한집건너 볼 수 있었던 무화과는 다른 지역 사람들에겐 생소한 과일이다. 


어릴 때 좋은 추억 때문에 무화과는 나에겐 추억이자 그리움이다. 하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싸고 주머니사정이 녹록지 않아서 자주 사 먹을 수 없었다. 명절에 전남영암을 지나가게 되면 무화과를 사자고 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듣는 말이 왜 저렇게 금방 무르고 비싸고 맛도 없는 과일을 먹느냐며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당시에 어른들은 포도, 복숭아, 수박, 사과를 즐겨드시면서 무화과는 맛도 없는 과일이라고 하찮게 여겨서 

사 먹지를 못했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니 무화과만큼 호불호가 센 과일도 없구나 생각이 든다. 


내가 본격적으로 무화과를 즐겨 먹게 된 것도 고작 몇 년 안 되었다. 개량된 품종이 이제 덜 무르게 되고 조금 더 보관기간이 길어졌고 전국구로 빠른 배송으로 싱싱한 과일을 맛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화과를 더욱 사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우연히 해외 유튜브와 핀터레스트로 사진을 보며 건강 먹거리에 무엇보다 관심을 가질 때였다. 서양인들은 샐러드에 무화과를 껍질째 자주 먹으며 무화과의 먹음직스러운 과육이 데코레이션에 눈요기로 풍성함을 더해주었다. 

그때 나는 외국은 이렇게 잘 응용해서 먹는다는 것을 첨으로 알게 되었다. 

무화과는 그저 귤처럼 껍질을 까서 바로 먹는 과일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충분히 샐러드재료로 활용할 수 있고 다양한 레시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우선 알아야 할 것은 무화과는 일반 과일과 다르게 절대 설탕에 절여질 만큼 달달한 맛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무화과가 인기라 다들 처음 맛보고 실망한 사람들이 제법 있다. 

보통의 과일은 무지 달거나 새콤하다. 또한 요즘은 품종 개량으로 맛을 더 고자극으로 달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무화과의 첫맛은 밍밍하다 못해 잼처럼 흐물거리는 식감에 은은하고 달큼한 맛이 영 실망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달달한 과육이 든 무화과를 만나기가 참 쉽지는 않다.  어차피 전국 납품되는 무화과는 

바나나가 수입해서 올 때 덜 익혀서 오는 것처럼 숙성되기 전에 단단한 상태로 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무화과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입이 벌어진 무화과는 너무 익어서 상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다 익은 무화과를 선뜻 지갑을 열게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무화과의 매력은  바로 무맛, 은은하게 달큼한 맛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다른 과일보다 달달하지 않다고 해서 맛없는 과일은 절대 아니다. 무화과의 단맛은 바로 무화과 꽃들의 꿀이기 때문에 은은하게 입안에 퍼지기에 자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절대로 피해 갈 수 없는 무화과의 불호 이유로 몇 가지가 있다.

1. 비싼 값

무화과는 쉽게 무른 과일이기 때문에 보관 기간이 짧고 그에 비해 가격이 비싸게 느껴진다. 


2. 입안의 얼얼함 

무화과는 많이 먹으면 혀가 따갑고 쓰리기 때문인데 이건 단백질 분해효소인 피신(ficin) 때문이다. 또한 유독 다른 과일보다 쓰라린 이유는 옥살산칼슘 때문이라는데 침상결정모양을 가지고 있어서 점막에 미세한 상처를 준다고 한다. 결정이 사라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쓰라림이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참고: 나무위키 https://namu.wiki/w/%EB% AC% B4% ED%99%94% EA% B3% BC] 

하지만 피신은 또한 고기를 연하게 해 준다고 해서 소화에 도움이 되며 쇠고기등을 재울 때 부드럽게 하기 때문에 요긴하게 쓰이기도 한다. 또한 입안의 얼얼함과 속 쓰림을 줄이기 위해선 껍질을 벗겨서 먹으면 된다. 


3. 물렁한 식감과 자극적이지 않는 맛.

무화과는 껍질 속의 흐물거리는 과육이 들어있다. 그래서 일반적이지 않는 과일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서 생소한 사람들에겐 낯설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게다가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밍밍한 무화과를 먼저 접하게 된다면 무화과에 대한 안 좋은 선입관도 생기게 된다. 하지만 무화과는 밍밍하고 달큼한 맛이 본래의 맛이다. 더 잘 숙성되면 단맛은 진해지지만 우리가 보통 마트에서 구입해서 먹는 무화과는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얼마나 자극적인 맛에 중독이 되어있는지 무화과가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입맛이 그렇게 그동안 고자극으로 길들여진 게 아닐까?


자극적이지 않는 맛은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무화과는 바로 그런 민숭맨숭한 맛에 달콤함이 입안에 샤르르 녹아내릴 때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8월부터 11월까지 무화과가 출하되는 시기라고 하니  무화과 찬양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한 우리 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