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뇌인지의 저속노화에 대해.
학력이 짧다고 해서 지혜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학습에 대한 태도야말로 그 사람의 진정한 지혜를 반영한다.
나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했지만, 80세가 된 지금도 요양보호사로 일한다. 영어로 이름을 쓰고, 지나가는 간판을 소리 내어 읽는다. 새로운 일을 배우기 위해 두뇌를 끊임없이 움직이니 사고가 늘 유연하다.
반면 50대를 지나면서 고립된 사고에 빠지는 사람도 많다. “더 이상 배울 필요 없다”는 태도, 혹은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훈계가 그렇다. 젊은 시절의 기준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 착각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변화에 뒤처지고 만다.
뇌는 정점을 지나면 서서히 노화한다. 깜빡거림이 잦아지고 기억은 흐려진다. 그래서 더 필요한 것이 유연한 태도와 끊임없는 호기심이다. 새로운 정보를 배우고, 복잡한 생각은 덜어내며, 늘 열린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나는 올해 1월부터 듀오링고로 영어와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온 학습이 어느새 300일을 앞두고 있다. 처음에는 “This good?” 수준에서 머물렀던 영어가 “Is it tasty?”라는 문장으로 자연스레 흘러나오고, 스페인어는 초급 단계를 이제 막 넘어 도서관 스페인어 입문 책을 읽을 만큼 성장했다. 언어를 배우며 느낀 건, 당장 쓸모가 없어도 세계관이 확장된다는 것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언어 학습은 뇌신경세포 연결을 촘촘히 하여 인지 기능을 높이고, 치매 발병을 늦춘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유산소 운동과 지적 자극이 뇌에 새로운 연결망을 만든다”라고 말한다. 결국 평생 학습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노년을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작년에 AI는 충격을 안겨주었다. ChatGPT로 처음엔 영어로 질문을 해야 더욱 알찬 정보를 제공한다고 했다. 답답한 영어 때문에 다시 번역기를 돌리고 애써 노력해야 했다. 그러다 AI 기술이 늘어나면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쓸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은 AI 소프트웨어 춘추전국시대이면서 온갖 재미있는 것들이 유혹하고 있다. 구독제로 하면 이러한 성능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솔깃한 유혹을 뿌린다.
작년부터 나는 ChatGPT와 비슷한 여러 AI, 그림을 그려주는 AI, 각종 다양한 기능을 개성 있게 뽐내는 AI를 조금씩 해오고 있다. 만약 20대였다면 좀 더 재미나게 배울 수 있었을까? 나는 그렇지 못해서 한참을 헤맸다. 그래도 해보지 않으면 갑자기 다가오는 신문물에 당황하게 되고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거라 느꼈다.
더구나 앞으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미래가 당장 펼쳐져 있다. 이것은 산업혁명 이후 근 300여 년간의 기존 산업구조에 대한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대기업이라고 느꼈던 기업들은 당장 어떤 신기술이 접목되지 않으면 사양 기업이 되고 만다. 또한 당장 AI 때문에 고용시장이 마비되었다. 내가 쓰고 있는 AI 덕분에 일을 빨리 처리해주고 있으니 소규모 기업들은 아주 유용하게 쓸 것이고, 인력시장은 마비가 올 것이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인류가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고 이제 자유롭게 놀거리만 연구하면 된다고 했다.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새로운 뉴호모사피엔스로서 신과 같은 영역에 도전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어쩌면 생명공학을 통해 영생을 꿈꿀 수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상상만 하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얼마 전 뉴스에 드디어 상용화되었다고 한다. 가격은 약 4억 원에 이미 몇천 대 예약 완료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거시적인 미래를 예측하면서도 당장의 미래는 예측하지 못한다. 그래서 조금씩 AI 공부를 해두고 있다. 덕분에 남편도 회사생활에서 조금 도움이 되어가고 있고, 미래가 걱정되면서도 각자 회사에서 적용해보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듀오링고로 영어를 공부하고 있어서인지 영어 매뉴얼 설명이 어렵지 않게 다가오고 있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새로운 정보에 대해 답답해하지 않으며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열려있다.
기술의 발전은 눈 깜짝할 사이다. 그런데 조금씩 변화를 느끼며 준비하는 자세는 수백 년 전부터, 혹은 몇천 년 전부터 조상들이 일깨워주는 조언인 '학습하는 태도'가 오늘날에 더욱 절실히 느껴진다. 몽테뉴의 에쎄에서는 "내가 늙어간다는 것이 슬픈 게 아니라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는 게 기쁘다."라며 평생 학습과 도전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우리는 누구나 늙는다. 그러나 학습하는 태도는 정신과 육체의 격차를 줄이고,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힘을 준다. 언어 학습이든, AI 습득이든, 중요한 것은 호기심과 끈기를 놓지 않는 것이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고립된 말 대신, 새로운 세대를 향해 함께 배우고 나누는 태도야말로 존경받는 노년, 그리고 살아 있는 젊음을 지켜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