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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위날다 Sep 23. 2024

울적해서 쓰는 글

비 온 다음 진흙땅

비가 내리고 나면 땅이 더욱 단단해진다고 하던데, 나는 왜 진흙땅인 걸까 라는 생각을 해본 사람들이 설마 세상에 나만 있지는 않겠지. 그런 심정으로 글을 써 내려간다. 가을은 나의 감정을 흔들지 못해. 그래 마흔 전에는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떨어지는 기온과 일교차의 변화에 나의 호르몬이 반응하기 시작했어. 공진 주파수와 같이 어는 주파수가 맞으면 나의 심장은 걷잡을 수도 없이 커져 가. 그래 걱정돼. 심장이 터져 버릴까 봐 말이야.

이 감정은 말이야. 나의 사춘기 시절 그 땅굴 어딘가에 처박혀 있다가 세상의 노래가사가 나의 인생인 양 치부하던 그 감정의 소용돌이와 비슷해.

갑자기 세상이 느려지고, 공기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우주가 나를 끌어당기는 그런 느낌.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어느 초원에, 하늘은 큰 뭉게구름이 떠있고, 석양이 지나 컴컴 한밤이 되었는데 수많은 별들이 내 머리 위에 반짝이고 있는 순간을 떠 올려봐. 그 누구라도 활 홀하다는 느낌을 받겠지. 세상에 나만 있고 나의 중심으로 우주가 돌아간다고 상상한다면 얼마나 멋지고 가슴 벅찬 일인지 말이야. 나의 사춘기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어. 우울도 했지. 연애 따위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슬픈 연애 가사가 나의 이야기인 양 가슴을 울었던 날들. 지금은 생각나지도 않은 나의 첫사랑에 존재에 대한 무한한 짝사랑. 고백하건대 그 당시 첫 사랑에게 나의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음에 진심으로 예수님에게 감사드린다. 나의 일방적인 사랑이었는데, 상대방이 얼마나 부담이 되었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니 말이다. 짝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고, 가슴 앓이 할 수 있지만 결코 상대방을 불편하거나 불쾌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 짝사랑이 그 아픔이 그 순간이 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생각하고 좋은 추억으로 남겨지게 된 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루지 못한 첫사랑 짝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들이 있을 수 있겠지. 그 생각 인정하고 존중해.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수준이 다 다르고 방향도 다르고 자세도 다르기 때문이란걸 알기 때문에.

나는 지금 쩍 하지만, 마냥 불행하지는 않아. 아니 사실 오늘 나는 기분이 좋아. 퍼 내고 싶은 내 감정을 내가 좋아하는 플랫폼에 내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퍼 내고 있기 때문이야. 다만 걱정되는 한가지는 이 글이 다른 이에게 불편함이 될까이지만, 기도로 그 걱정을 날려 버리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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