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어느 날의 갑자기에 대해
넌 네 연기가 막히면 네 삶도 막혀?
연기에 대해 고민한 만큼
나에 대해 한번이라도 고민한 적 있어?
이후 영화는 '영화'의 '오늘'을 찬찬히 비춘다. 아현과의 다툼으로 삐그덕 거리던 그의 하루는 우연과 우연이 겹쳐 '기묘한 어느 날'로 번져간다.
선배 석호는 늘 그랬던 것처럼 영화에게 곤란한 부탁을 한다. 자신 대신 그의 여자 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해달라는 것. 그는 영화에게 자신이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연기를 하는 것처럼. 영화는 결국 석호의 여자 친구 앞에 선다. 불안하게 대화를 이어가던 영화는 불현듯 '연기'를 시작한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네가 느끼지 못하면 그게 사랑일까?
석호가 된 것처럼, 아니 실은 '아현'을 향했을 진심이 그의 입가에서 흘러나온다. 덕분에 석호의 여자 친구는 '영화'가 '석호를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영화는 우연한 만남을 이어간다. 현실적인 이야기 틈으로 환상적인 순간들이 틈을 만든다. 누나 혜옥을 따라간 장례식장에서 죽은 할머니의 영혼과 마주한다거나 무명 배우인 그를 '천만 배우'라 치켜세우는 감독과 배우를 만나기도 한다. 휩쓸리듯 쏟아지는 만남 속에서 그는 한 가지 본질을 깨닫게 된다.
깊이와 무게를 혼동하지 말고 사세요!라고
저랑 연극할 때 했던 대사 기억나요?
저 그 말 듣고 그렇게 하게 되었어요.
익숙한 나머지 놓쳐버린 것들. 아현과의 다툼 속에서 그는 '그녀'를 마주하지 못했다. 그녀와 대화 속에서 본질을 놓친 채 자신을 방어하기 급급했다. 별자리의 본질을 중요하게 여겼던 그였는데. 그는 중요한 '오늘'을 잊어버렸다.
하루를 떠돌던 영화는 끝끝내 아현과 마주한다. 그는 익숙한 나머지 지나쳤던 것들을 떠올린다. 그녀에게 진심을 전하고 함께 미소 짓는다. 소소한 어느 날. 그는 뒤집었던 양말을 가지런히 벗어 바구니에 담아둔다. 오늘의 하루가 어땠냐는 아현의 질문에 그는 답한다.
나는 조금 확장된 것 같아. 별자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