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건너 드디어 나를 만났다
그러나 그 모습이 그의 마지막이 된다.
10년, 그녀는 그렇게 아들을 앗아간 하나레이에 발이 묶여버린다.
그녀는 매해 같은 장소에서 하나레이를 바라본다. 아들의 모습과 똑 닮은 어느 서퍼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덧없이 책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며. 안쓰럽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덤덤히 털어놓는다. 벌써 10년이 세월이 흘러갔다고 자신은 이제 괜찮다고.
그녀는 자신이 괜찮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아들의 손도장을 거부한다. 10년째 그녀를 마주할 때마다 꺼내는 한마디를 그녀는 익숙하게 털어낸다.
정말로 그녀는 극복한 것일까?
그런 그녀의 앞에 죽은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두 청년이 나타난다. 섬에서 처음 마주한 두 청년에게 그녀는 아들이 머물었던 숙소를 소개해주고 정을 나눈다. 아들에게 만들어주었던 샌드위치를 주고 그토록 이해할 수 없었던 서핑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외발 서퍼가 있었어요.
청년은 일본으로 떠나기 전 그녀에게 털어놓는다. 두 청년을 만나고 조금씩 흔들리던 그녀의 세계는 그 한마디에 무너진다.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외발 서퍼를 찾기 시작한다. 상어에게 다리를 잃었던 아들.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집어삼킨다. 섬을 돌고 또 돌아도 외발 서퍼에 대해 아는 이들을 만나지 못한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처럼 소중한 사람을 잃었던 이들과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아들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애써 외면하고 있던 그가 그곳에 있었다. 서핑보드를 선물 받고 즐거워하던 모습. 죽은 남편의 카세트 플레이어를 찾아서 듣던 모습.
그녀가 바다에 발을 담근 뒤에야 영화는 외발 서퍼의 모습을 비춘다. 그녀의 눈앞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관객에게만 드러내는 장면. 바라보기만 했던 그녀를 튕겨내는 것만 같다던 하나레이에 발을 담근 뒤에야 그녀가 간절히 원했던 외발 서퍼가 그녀의 뒤에 서는 것이다.
거절하고 거절했던 아들의 손도장을 받아 들고 그녀는 토해내듯 눈물을 쏟아낸다. 그녀는 아팠고 슬펐으며 괴로웠다. 소중한 사람을 향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것이었다. 싫어했지만 사랑했던 아들.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을 그녀는 그제야 마주했다.
그녀와 똑 닮은 아들의 손이 그녀가 묻어두었던 '감정'을 풀어버렸다.
그녀는 아들의 짐을 풀고 카세트 플레이어를 듣기 시작한다. 아들이 좋아했던 노래. 흔적을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것으로 그녀의 삶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멈춰버렸던 시간이 그제야 흘러간다.
영화는 슬픔을 마주한 그녀의 '현재'를 비추며 막을 내린다. 우연히 재회한 청년에게 그녀는 아들의 사진부터 건넨다. 아들의 사진을 지니고 있지 않은 그녀를 타박했던 청년에게 그녀는 이제 '아들'을 마주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마침내 그녀는 슬픔에 발을 담갔다.
'기억하는 것'으로 그녀는 현재로 나아갔다.
- 하나레이 베이(2018), 마츠나가 다이시, 원작 무라카미 하루키 '하나레이 만'
- 브런치 무비 패스 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