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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린 Jul 13. 2020

생존자 선수 A들의 목소리_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더는 꺾이지 않을 꿈들에 손뼉 친다

  소녀에게는 꿈을 이루는 일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체조’의 국가대표가 되는 일. 어린 시절 막연히 바라보았던 미래가 그녀의 앞에 다가온 것이다. 그녀는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엘리트 체조’의 훈련도 견뎌냈고 부상도 이겨냈다.


그러나 현실은 소녀를 평균대 아래로 밀어버렸다. 타락한 ‘어른들’에 의해.


  최고라는 목표 아래 만들어진 훈련장은 공고한 어른들의 벽을 쌓아갔다. 가혹한 훈련 속에 소녀들은 고통을 잊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부상이 생겨도 소녀들은 코치의 한마디에 평균대를 향해 달려야 했으며 고통 끝에 찾아간 의사 래리 내서에게는 치료를 가장한 성 학대를 당했다.


  소녀들을 보호해야 할 ‘어른’들은 시스템 아래 소녀들의 입을 막았다.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협회에 고발해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전미 체조협회. 그들은 학대를 지속하는 ‘코치’도 ‘성 학대’를 자행하는 의사도 그대로 두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메달’과 협회의 ‘이미지’였으니까.


출처 : NETFLIX


  그들의 암묵적인 은폐는 ‘인디스타’라는 작은 신문사에 기사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협회가 ‘성 학대’의 신고를 받아도 부모나 본인의 서명이 없다면 그저 소문으로 취급한다는 기사. 그 기사를 마주한 ‘생존자’들은 더는 두고 볼 수 없게 되었다.

     

  두 사람의 고발. 그들은 그 기억을 ‘봉인’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기사를 마주하는 순간 그들은 기억을 마주하게 되었다. 끔찍한 기억은 여전히 ‘현실’로 또 다른 ‘소녀’들을 앗아가고 있었다.

   

어른이 된 소녀들은 이제 추악한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위해 자신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들의 용기에도 그들을 무너뜨리려는 사람들이 넘쳤다. 그들이 주목을 받기 위해 거짓을 밝히는 것이라 말하는 악플과 의사 래리 내서를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심지어 협회는 그녀들의 뒷조사를 일삼았다. 그녀들의 사생활을 찾아내 흠집을 내려는 것이었다. 진실을 밝혔음에도 그녀들은 고통받아야 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소녀’가 있었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협회에 밝히고 도움을 청했지만, 협회는 그저 그녀를 ‘도와주는 척’하기 급급했다. 의사 래리 내서를 ‘은퇴’시키고 FBI에 이 사실을 고발했다며 소녀의 입을 막을 뿐이었다.     


  시간은 그저 흘러갔다. 소녀는 여전히 훈련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다른 현실이 놓여 있었다. 벌 받는 어른은 없었고 오히려 소녀의 꿈이 무너져 버렸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충분한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소녀가 예비 선수로도 선발되지 않은 것이다. 기쁨을 나누는 선수들 아래 ‘소녀’는 축하한다며 손뼉 칠 뿐이었다.


  선수 A가 된 소녀는 이제 자신을 위해 비정상적인 ‘협회’와 끔찍한 ‘가해자’에 대한 증언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다른 ‘생존자’들에게 닿는다.     


  그렇게 법정에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목소리들이 모였다. 세 사람의 증언은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선수 A였던 소녀는 메기 니콜스라는 자신의 이름을 드러냈다. 1997년 피해를 신고했지만, 오히려 망신을 당했던 생존자가 증언대 앞에 섰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었지만 끔찍한 기억에 자랑스럽다고 느끼지 못했던 제이미 댄츠셔 역시 증언대에 올랐다. 그녀는 증언대에서 말했다.     


오늘 함께 모여주신 여성분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입니다.
남을 갖고 노는 것도 끝이라고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주러 왔죠.
이제 우리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권력은 이제 우리에게 있습니다.     


  29년간 300여 명, 아니 그 이상의 ‘성학대’를 이어갔던 가해자 래리 내서에게는 175년형이 선고되었다. 진실을 알고도 조직적으로 은폐했던 ‘협회’와 올림픽 조직 위원회, 미시간 주립대의 조직장들이 줄줄이 물러났다. 그리고 ‘FBI’ 역시 여전히 조사 중이다.



출처 : NETFLIX


-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Athlete A), 보니 코헨, 존 쉔크, 다큐멘터리

- 어린아이들은 스스로 자라났고 마침내 잔인한 어른들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 고(故) 최숙현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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