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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Dec 29. 2021

멀리까지 가다

어쨌든, 수영 22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영장에서 한 시간씩 하는 수영의 운동량은 얼마나 될까? 음악에 맞춰 준비 체조하고 물속에 들어간다. 킥판을 앞으로 들고 워밍업 4바퀴(25미터 레인 기준, 자유형, 평영, 배영, 접영 발차기 1바퀴씩), 그 후에는 자유형 4~5바퀴(혹은 배영 4~5바퀴), 영법 교정하는 날에는 교정 수영을 10~15바퀴 하고, 양팔 접영 2~3바퀴. 이렇게 그날의 수영을 마무리한다. 레인 회원들과 함께 동그랗게 손을 잡고 마무리 인사(코로나 전에는 이렇게 손을 잡고 인사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파이팅!" 이렇게 외쳤다. 코로나 이후에는 말도 금지, 손도 서로 잡지 않고, 선생님만 수영장 밖에서 마스크 낀 채 인사하고 끝).


이렇게 하면 1시간 동안 20~25바퀴를 돌게 된다. 끝나고 남은 시간(5~10분)에 마무리 수영으로 자유형을 4~5바퀴를 돌면 25~30바퀴. 1바퀴를 돌면 50미터니까, 1300~1500미터 정도 운동한다고 생각한다. 오리발을 끼고 수영을 하는 날에는 운동량이 많기에 30~35바퀴를 돌게 된다. 오리발 없이 수영을 할 때보다 10바퀴 정도를 더 돈다. 오리발의 힘 때문인지 그 정도는 돌아야, 오늘은 운동 좀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전에 수업에서 선생님은 매월 마지막 날은 오리발을 끼고 자유형을 쉬지 않고 20바퀴와 양팔 접영 5바퀴(혹은 마무리 운동으로 배영 2바퀴)를 돌렸다. 자유형 20바퀴를 돌 때 처음부터 속도를 막 내서 가는 게 아니라 꾸준히 자신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힘들지만, 그나마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천천히 20바퀴를 다 돌 수 있다.   


수영 후엔 몇 바퀴를 돌았는지 그날의 운동량을 수첩에 적는다. 스마트워치나 수영장 시계를 구입하기 전까지는 수첩에 수기로 적었다. 매일매일 얼마나 운동했는지가 궁금해서였다. 50미터 풀과 다르게 25미터 풀은 1~2바퀴씩 운동을 시키면 외우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은 몇 바퀴를 돌았는지 세기 어렵다. 정신없이 선생님이 시키는 것만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다 보면 내가 무슨 영법을 몇 바퀴 돌았는지를 기억하기가 어려웠다. 워치를 사고는 아, 이제는 기억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고, 신나 했는데 얼마 사용하지 못해 코로나가 생겨서 운동량을 측정할 수 없었다. 킥판을 손에 잡고 하는 동작은 워치가 운동했다고 측정하지 못했다.


어느 달 목요일에 적어놓은 수영 수업 기록.

킥판 들고 기본 4바퀴 발차기, 킥판을 다리 사이에 끼고 팔 펴고 자유형 4바퀴, 물속에서 평영 스타트 연습 2번, 평영 스타트와 함께 25미터 끝까지 잠영, 평영 4바퀴, 스타트 다이빙해서 접영 2, 자유형 3, 평영 1. 이렇게 마무리. 평영과 배영이 잘 안 되어서 수업이 끝나면 평영과 배영을 3~4바퀴 돈다. 오늘은 스타트가 좀 나았다. 발전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음 달에 할 때는 또 어떻게 후퇴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수영을 하는 곳은 25미터 풀이다. 일반적으로 문화센터나 구립 수영장의 길이는 25미터다. 50미터의 풀을 운영하는 몇 곳이 있다. 50미터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싶어, 일산에서 수영하는 후배와 함께 주말에 50미터 수영장에 자유 수영을 하러 갔다. 역시 25미터와 50미터의 길이의 차이는 컸다. 아무리 팔을 저어 앞으로 가도 50미터의 끝이 나오지 않았다.  ㅜㅜ 호흡이 너무 부족했다. 가는 데만 이미 25미터의 2배이니. 자유형과 평영을 할 때는 그나마 나았는데, 배영은 천장을 보면서 따라갈 선도 없었고, 아무리 가도 끝쪽에 있는 5미터 표시 깃발이 나오지 않았다. 양팔 접영으로 50미터 끝까지 가려고 했다가 힘들어 죽을 뻔했다. 평소 10번 정도 팔을 저어 25미터를 갔다면 20번을 돌려도 끝에 도달하지 못했다.


50미터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운 사람들과 체력에서 차이가 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0미터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면 체력이 엄청 늘겠다는. 지구력과 체력도 강해지지 않을까. 하루에 1200미터 내외로 25~26바퀴를 돌면서 수영을 하고 오는데, 50미터 풀에서는 12번만 갔다 오면 되는 거였다. 내가 얼마나 돌았는지, 계산도 쉽고 영법도 기억하기 좋았다.


50미터 풀에서 수영을 배우고 싶다. 2미터 깊이의 풀도 따로 있어서 스타트 다이빙도 안전하게 자주 배울 수 있는 구조였다. 아이들의 전용 풀도 낮은 높이로 따로 있어서 아이들이 수영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일산 수영장에 다녀온 후 다시 한번 영법 교정을 제대로 한 후 체력을 키워서 다시 50미터 풀에 원정 수영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5미터 풀에서 수영을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수영을 몇 바퀴 했는지를 세기가 어렵다는 거다. 보통 영법을 알려줄 때 1~2바퀴씩만 시킬 때 더욱 그렇다. 4바퀴 이상씩 시키면 좋지만, 2개의 레인을 함께 관리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회원님들의 운동량과 속도도 생각해서 맞춰서 할 수밖에 없다. 많이 시키면 힘들다고 뭐라고 하고, 운동을 덜 시키면 물속에서 춥다고 투덜대고, 왜 쓸데없는 영법 교정하냐고 불평불만이 회원들 사이에서 쏟아진다. 각자 다 원하는 수영이 다르기 때문에.


50미터 수영장이었으면 같이 수업 듣는 회원들 중에서 반 이상은 그만두었을 것 같다. 왜? 힘드니까. 사이드 턴 하며 연이어 돌면서 수영해야 한다고 하면 기절초풍할 것이다. 지구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게 50미터를 가다 보면 중간에 쉴 수가 없다. 50미터는 끝까지 다 가야 옆으로 빠져나와 쉴 수 있다. 중간에 쉬면 뒤에 오는 사람들과 부딪히기 때문에 사고가 나서 안 된다. 50미터에서 하면 지구력은 확실히 늘어날 것이다. 지금 하는 수영장에서는 25미터에서 사이드 턴 하고 돌아가는데도 헉헉 대며 힘들다. 50미터 풀은 한참 팔을 돌리고 앞을 보아도 끝이 안 보였다. 특히 50미터 잠영은 정말 불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리발 가지고 수업하는 날에 잠영을 시키면 50미터는커녕 많이 나가야 25~30미터일 듯하고, 나머지는 자유형으로 열심히 팔을 저어오는데 50미터 수영에서 가장 힘든 건 잠영일 것 같다.


한 번은 여행을 가서 피트니스 클럽에 있는 수영장에 갔다. 새벽 시간에 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피트니스 수영장은 15미터 길이, 4미터 넓이 정도 되는 듯했다. 머릿속에 몇 바퀴를 할지를 정해놓고 영법마다 4~5바퀴씩 했는데, 힘들었다. 낯선 공간에 혼자 수영을 해서 그럴 수도 있고, 여행에 간 후 새벽같이 갔기에 여독이 덜 풀려서이기도 했다. 기존에 이용하던 수영장이 아니라 낯설기도 했지만, 혼자 수영하고 있는데, 여성 전용 수영장이 아니기에 남자 회원이라도 들어오면 어색할 것 같았다. 물론 CCTV가 있으니 데스크에서 지켜보겠지만. 혹시 모를 사건은 미연에 방지하고 싶었다. 처음 가는 수영장에 혼자 수영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마음 편히 운동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을 배운 이후에는 여행을 갈 때마다 그 지역의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복과 수모와 수경을 다 챙겨야 하지만, 짐이 되지 않는다. 마음이 중요하니까. 어느 나라에 가서 어느 도시의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을까? 수영을 배우고 나서는 여행의 방점이 수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인가를 따지게 되었다. 근데 코로나 때문에 어디로 여행을 갈 수도, 수영을 하기도 쉽지 않은 날들이다. 가능해지면 세계 곳곳에 있는 수영장 투어 여행을 하고 싶다. 


피트니스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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