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에서 그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 뜻밖의 장소에서 그의 이름을 듣고 많이 놀랐다.거래처와 미팅을 마치고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전 직장에서 내가 신입사원 시절 멘토였던 그. 그는 나와 좋은 사이는 아니었다. 내 의견에 대해 거의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오히려 그의 비관주의를 이겨보겠다는 오기를 발동시키게 만든장본인이었다.
한 달 설득, 3주 만의 완판
신입사원으로 나는 그를 프로젝트 멘토로 처음 만났다. 프로젝트 주제로 나는 부진재고 판매방안을 기획했다. 기획에 대한 그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그는 성공하기 쉽고, 편한 다른 주제를 권했다.하지만 나는 거절했다. 주제 선택은 내 권한이었고, 신입사원이 할 수 있는 패기로운 주제를 하고 싶었다. 나는 한 달 동안 그를 설득했다. 설득을 위해 판매 부진 원인 분석, 대안과 Plan B 등을 구체적으로 준비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그는 못마땅해했다.
내 기획은 상품고객 설정부터 판매 소구점까지 그가 봤을 때 새롭고 도전적이었다. 그래서 내가 기획한 판매 방안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프로젝트 진행이 지지부진하자 팀장과 다른 멘토까지 나서 그를 설득했다. 시간이 빠듯해지자 결국 그는 프로젝트 실행을 허락했다. 남은 시간 3주, 나는 이를 악물고, 결과로 보여주겠노라 열심히 영업했다. 6개월간 0개 판매 실적을 나는 3주 만에 80개로 바꿔 완판했다. 그리고 1년 동안 판매는 안정적으로 지속됐다.
설득의 연속,실패를 두려워하는대기업분위기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설득의 연속이었다. 좋은 아이디어와 이를 뒷받침하는 대안이 있어도 임원진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실행 불가능한 것이 기획이었다. 그이유는 임원이든 직원들이든 모두 실패라는 리스크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강점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판단할 수 있다는점이다. 집단 지성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집단적이고 수직적인 구조로 인해 의사결정이 매우 느리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 나를 평가하는 것에 민감한 눈치 문화로 인해 사람들은 실패를 더욱 두려워한다.
나의 멘토도 실패와 그에 따른 책임 그리고 시선을 두려워했다. 두려움으로 인해 의사결정의 신속성이 늦었다. 그러다 보니 실행보다 기획에 더 집중하고, 설득에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내 프로젝트는 20만 원도 들지 않은 작은 일이였다. 더 큰 프로젝트는 얼마나 기획에 시간을 들여야 설득이 가능했을지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빠른 실패를자산 삼은 성공 > 시간과 비용을 많이 투자하여 기획한 불확실한 성공
퇴사 후에도 이때를 자주 되짚어보았다. 많은 기업들이 빠른 실행과 실패를 선호하고 실패를 독려하는 기업문화에 대한 뉴스를 보며 더욱 자주 생각났다.
지금은 빠른 움직임과 유연성을 갖춘 기업만 생존하는 시대다.외부환경이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은 빠른 실행으로 실패를 거쳐 만든 성공에 대해 더 가치를 두게 만들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기획과 불확실한 성공은 옛 것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또한 빠르고 다양한 실패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큰 자산이며 성장의 시사점을 준다. 성공하면 하나를 알고, 실패하면 모든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를 자산으로 만들어 가세요
신입사원 프로젝트의 성공 경험은 아이러니하게 빠른 실행과 실패를 추구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는 성공했어도 기획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고통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예측 가능한 무모한 실패는 지양한다. 기획은 가볍지만 대안과 Plan B는 구체적으로를 지향한다. 그리고 신입사원에게도 많이 실패해보고 경험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를 추천하고 있다.
프로젝트 발표를 마치고, 멘토였던 그는 내게 사과했다. 신입 첫 프로젝트에 실패보다 성공 경험을 주고 싶다는 그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했다. 그리고 그는 처음 멘토를 하며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비록 꼰대 같은 멘토였지만 진정성 있는 실패 인정과 사과하는 용기에 배울 점은 있었다. 오랜만에 그의 이름을 듣던 그날. 멘토 실패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그가 꼰대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