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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 Mar 18. 2020

기도와 키스와 촛불

내가 조지아에 있었을 때-10.


나는 밤이 되면 붉은 십자가가 박쥐 떼처럼 눈을 빛내는 도시에서 왔으므로, 외국의 어떤 열성적인 종교 활동에도 전혀 놀라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트빌리시의 작은 교회에 들어갔을 때 내가 느낀 그 놀라움 그 이상의 것은, 뭐라고 말해야 할까.



루스타벨리 대로 옆, 국립 미술관과 오페라 극장 사이에 움푹 들어가 있는 네모난 공터에는 카헤티 성 조지 교회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조지아 정교회 건물의 크기나 복잡성은 다양하지만 어디서든 그 우유갑 같은 특유의 모양새가 눈에 띈다. 기본적으로 정십자형의 하부 위에 각이 진 다각뿔 지붕을 쓴 돔을 얹은 구조다. 신 비잔틴 양식 건축에서는 대부분 반구형의 돔을 쌓아 올리는데, 여기는 모든 지붕의 끝이 뾰족하게 솟아있어 좀 더 진지한 느낌을 준다.




안으로 들어오면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작다. 양쪽에 열을 맞춰 놓은 긴 벤치도 곧게 뻗은 복도도 없다. 교회보다는 커다란 바위에 굴을 파고 그 안에 그림이나 장식을 가져다 놓은 방에 가깝다. 우직한 회색 기둥들이 훤칠한 아치들을 떠받들고 있고 기둥 위쪽은 긴 목걸이처럼 늘어진 금빛 사슬로 서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중앙에서 모인 사슬 끝에는 무게추를 대신해 납작한 샹들리에가 흔들림 없이 매달려있다.


내가 들어갔을 때는 마침 검은 옷을 입은 사제가 구석에서 향로를 흔들며 기도문을 외고 있는 중이었다. 두 명의 남녀가 그의 앞에서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과 섬세한 문양이 새겨진 금빛 함에서 퐁퐁 솟아 나오는 달큰한 향과 흐린 창을 투과해 은은해진 햇빛이 교회 안을 가득 채워, 석조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데우고 있었다.


이 평온하고 침착한 작은 방에서 진정으로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었다. 사람들.



내가 입구 쪽 벽에 바짝 붙은 낡은 의자에 가고일 장식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동안 적은 관광객들과 많은 신자들이 내 옆을 지나갔다. 누가 트빌리시 사람인지는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었다. 남자들은 자기 집 현관처럼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고, 여자들은 아주 자연스럽고도 우아한 동작으로 문고리에 걸린 바구니에서 색색깔의 천을 꺼내 머리에 뒤집어썼다. 그들은 제각기 제단 앞에서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고 초를 밝히고, 사제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거나 성화 앞에 잠시 서 있었다. 그리고 나가기 전 뒤를 돌아 다시 한번 제단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성호를 그은 후 떠났다. 그 일련의 과정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자유로우면서도 아름다운 형식을 갖추고 있어 마치 물고기의 유영을 연상시켰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젊은 남자였다. 머리가 짧고 다부진 체격을 지닌 그는 마치 운동장에 들어오듯 당당한 걸음으로 걸어 들어오더니 제단 앞에서 망설이지도 않고 무릎을 꿇고, 양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더니 그대로 차가운 땅에 입을 맞췄다. 나는 그 갑작스러운 애정 표현과, 또 그것이 그토록 자연스럽고 산뜻하며 진실해 보일 수 있다는 사실에 엄청나게 동요했다.


나는 그 순간 대단히... 부러웠다.

그 대상이 청바지를 입은 남자인지 키스를 받는 돌바닥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광경으로 인해 순수한 애정에 대한 나의 회의감은 잠시 마비되었고 나는 내가 결코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한 어떤 존재를 확인한 느낌에 약간의 한기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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