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글 #17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해요?
동료가 물었습니다. '일하러 왔는데 일하는 거죠..'라고 말하며 웃었는데 머리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왜 일하는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다소 극단적인 경향으로 나타납니다. '자본가-노동자'간의 계급투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동시에 노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자기 가치를 높여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자유를 지향하는 영역도 있습니다.
노동의 유형에 따라 화이트 컬러-블루 컬러로 나뉩니다. 동시에 직업에 따라 사회계층이 분화되고 소득 층위가 결정됩니다. 이에 따라 만나는 사람이 다르고 무엇보다 말과 글이 달라집니다.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삶은 결정됩니다.
인간은 노동을 피할 수 없고 노동시간은 장기적으로 감소하겠지만 완전히 해방될 수 없습니다. 노동은 생계를 위한 근간이자 가장 높은 수준의 자아실현 도구이기도 합니다. 대충 일하며 월급을 받을지 혹은 열심히 일해서 당장 그 무엇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미래를 도모할지 누구나 선택해야 합니다.
일을 시작하면 엄청난 자료와 다양한 의견이 점철됩니다. 이래저래 도움이 될 거라도 자료를 전달받고 상사로부터 팀원까지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한 의견을 쏟아냅니다. 관련 자료를 읽고 요약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리하며 일의 상투를 잡기 위해 한 걸음씩 접근합니다. 이 과정이 치열할수록 방향은 정교해지고 실행 프로세스가 작동하면 성과 규모가 결정됩니다. 엉뚱한 곳에서 삽질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름대로 일하는 방법을 찾아갑니다. 일을 잘하거나 못하거나는 상대적이라 조직문화와 업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렇지만 착수단계, 즉 일을 기획하는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단순하게 표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의 프로세스>
누구나 방법이 있다.
첫째, 잘 읽어야 합니다. 기본 지식은 필수입니다. 지금 놀고 있는 운동장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자료가 없어서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쏟아지는 자료를 편집하지 못해서 제대로 일을 못합니다. 단순히 읽는 독서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일의 우선순위에 맞게 자료를 배열하고 필요한 내용을 끄집어내서 다른 자료와 융합해서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앞으로 편집(editing)은 필수 역량입니다.
공신력 있는 자료를 검색해서 찾고 읽고 재가공합니다. 재가공한 자료를 토대로 다시 자료를 찾고 읽고 발전시킵니다. 그렇게 다듬어가며 지식을 축적하고 관점을 만듭니다. 일의 앞뒤와 좌우가 잡혀갑니다. 상대를 설득시킬 '스토리'가 발전합니다. 고객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지점을 만들고 지금까지 읽고 편집한 자료는 객관적 지표 혹은 합리적 근거가 됩니다.
둘째, 적절히 말해야 합니다. 화려한 언변이 핵심이 아닙니다. 말을 잘한다는 의미는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로 고정할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릅니다. 빠르게 말하고 어마어마한 지식을 쏟아내며 상대의 혼을 쏙 빼버리고 마지막에 카운트 펀치를 날리는 성향이 있습니다. 반면에 차분하게 말하며 상대를 살피고 근거를 통해 결론으로 유도하는 성향도 있습니다. 말하기에 왕도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 스타일'은 있어야 합니다.
상사를 설득해야 하고 상사를 설득하고 나면 고객을 설득해야 합니다. 고객을 설득하고 나면 일을 잘해야 하고 성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일관된 업무 과정을 거치면서 실력은 쌓이고 '자기 스타일'의 말하기는 정착됩니다.
셋째,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말과 글을 정리했다면 다음은 태도입니다. 일을 되게 하기 위해 확고한 입장을 보여줘야 합니다. 어차피 일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데 초기 단계에는 일을 하는 사람의 의지, 즉 확신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안된다고 생각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으며 어떤 일이든 반대는 따라오기 때문에 마음을 다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져진 마음은 자연스럽게 태도로 나타나고 그것은 '입장'이 됩니다. 입장이 애매한 사람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불분명한 사람에게 일이 찾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말고 스마트하게 일하라!', '똑똑하게 일하라!'와 같은 문구가 넘쳐납니다. 그런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사실 속으로 생각합니다.
'먼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어떻게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법을 깨닫지?'
'먼저 열심히 하지 않고 어떻게 똑똑하게 일하는 방법을 깨닫지?'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것. 그것이 최고의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그것이 선행되어야 그다음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요? 봄이 지나 초여름이 성큼 다가온 요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