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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은 싫었어

결혼은 하고 싶었지만

by 이사라

몇일 전에 40년동안 알고 지낸 친구부부와의 만남이 있었다.

그들 부부와 우리 부부는 고교시절 모두 같은 동아리에 있었다. 친구 남편과 내 남편은 고교시절 나에게 하늘 같은 선배님들이었지만, 지금 친구의 남편이 되었고 또 한 사람은 나의 남편이 되었다. 그래서 네 사람은 서로 선후배 사이이면서 각각 친구의 배우자이기도 하다.


친구가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옛날 신혼여행 동영상을 보여 주었다. 33년전의 모습. 그 안에는 한복을 입은 친구와 선배의 옛된 모습이 들어 있었다. 제주도에서 한복을 입고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는 모습, 말을 타고 둘이 뽀뽀하는 장면 등. 둘다 귀여운 모습이다. 지금 모두 나이가 들어서 흰머리가 성성하고, 이맛살의 주름이 가득한데, 그 때의 친구와 선배는 어찌 그리 젊고 예쁜지..


"이것봐. 둘이 너무 어려. 촌스럽게 한복을 입고, 말을 타고 있어. 이것봐 둘이 뽀뽀하고, 19금 영화를 찍고 있잖아~~"

나는 동영상 속 새색시 친구 모습이 깜찍하고 귀여워서 장난스레 놀려댔다. 친구는 멋쩍어하면서도 나의 장난에 같이 맞장구를 쳤다.

"그건 택시기사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 하는 척 한거야. 연출이라니까. 연출. "


그 동영상을 보니 우리의 신혼여행이 생각이 났고, 우리의 결혼식이 생각이 났다. 우리의 결혼식은 너무 빈티나고 촌스러운 결혼식이었다. 예식장도 아니고 시골 농협 2층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신혼여행을 갔다.


결혼식을 생각하면, 나는 조금 창피해진다. 그 때 우겨서라도 좀 더 근사하게 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가끔 했다. 결혼식 때 찍은 사진은 아무도 볼 수 없게 서랍속에 깊숙히 숨겨져 있다.

시골에 하나 뿐인 미용실의 신부화장은 어찌 그리 촌스러운지, 마치 사나운 마녀처럼 화장을 요란하게 해 놓았다. 얼른 화장을 지워버리고 인조눈썹을 떼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식이 진행되는 내내 하고 있었다. 빨갛게 칠한 입술과 동서 형님이 친구에게서 빌려다 준 웨딩 드레스도 어색하긴 마찬가지. 절대 예쁜 신부 모습이 아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생각해보면 창피해서 얼굴이 붉어지는 결혼식이었다.

서울에서 그 먼 시골까지 힘들게 온 직장 동료들에게 미안했고, 그들은 은근히 나를 놀렸다.

그렇게 똥개 새끼가 왔다갔다 하는 결혼식장은 처음 본다고 했다. 애완견이 아니라 길거리에 슬슬 몰려 다니는 개들이었다.

왜 그 때 나는 아무런 불만을 말하지 않았을까. 지금 같으면 이러니 저러니 내 의견을 말했을텐데.


나는 그날 친구 부부 앞에서 처음으로 남편에게 따져 물었다.

"왜 당신은 내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어? 뭐든지 당신 마음대로 했어? 결혼식장도 혼자서 결정했고, 결혼 후 동생들과 같이 사는 문제도 내게 상의 한마디 없이 그렇게 결정했고, 나중에 제사를 모시는 문제도 당사자인 나만 빼고, 형제들끼리 상의해서 그렇게 정하고 통보했잖아. 왜 모든 것을 내 의견을 안 물어보고 결정했어?"


남편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내 의견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고 했다.

"어자피 너에게 물어봐도 넌 반대할 것 같지 않았어. 내 의견이 곧 네 의견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나도 서울에 있는 동문회장에서 근사하게 결혼식을 하고 싶었어. 하지만 아버지가 그곳에서 하고 싶어 하셨지. 아버지에겐 그곳이 최고였거든. 동네 사람들도 편하게 올 수 있고. 하지만 우리가 우겼다면 서울에서 할 수도 있었을텐데.... "

남편도 약간 후회되긴 하는 모양이었다. 내 결혼식이었지만 남편의 결혼식이기도 했으니까.


그렇다. 젊었을 때 나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남편이 결정하면 나는 그냥 따랐다. 그것이 그렇게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결혼식조차도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남편도 아마 결혼한다는 자체가 중요했지 어디서 하든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혼식이란 어쩔 수 없이 치루어야 할 하나의 의례 같은 것.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던 것 같다.


"왜 다시 결혼식을 하게 해줘? 다시 근사한 옷을 입고 예식을 치루고 싶어?"

남편이 농담하듯 웃으며 물었다. 내가 원하면 들어주겠다는 듯이.

"아. 한번이면 족해. 그때도 사실 결혼식은 너무 하기 싫었거든. 결혼은 하고 싶었지만 "


나는 모든 예식을 싫어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더 그런 형식을 무시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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