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묘 - 미딩 송다 - 트릴 루프탑 카페 - 꿘안응온 - 빈민재즈클럽
입구가 어디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어중간한 지점에서 하차한다. 입장료는 탕룽 황성, 쩐꾸옥 사원과 동일한 30,000 VND. 하노이 관광지 요금은 베트남의 국가체제처럼 모두 통일시킨 걸까. 문묘 Văn Miếu는 하노이의 위치 좋은 대표 관광 명소라서 관람객도 상당히 많다. 한걸음 걸으며 정취를 음미하기는 아무래도 힘든 상황. 흐린 하늘은 아직 유지되고 있지만 습도가 높아 연이어 땀이 흐른다.
응옥선 사당의 정문과 같은 색의 정문을 통해 입장한다. 정원의 관리 상태가 우수해서 걷기 편하다. 관람의 포인트가 되는 유물이나 건축물 없이 이런 식의 길을 계속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다(물론 조용함과 시원함이 있어야 성립되는 말이지만). 계획적으로 지어진 성의 구조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정문과 정원이 반복된다. 대략 4번의 문과 3번의 정원을 지나야 안쪽까지 닿을 수 있다. 3번째 Khue Ban Cac를 통과하니 이번에는 한국의 창덕궁 후원에서 본듯한 네모 반듯한 연못이 나온다.
연못 양쪽으로 거대한 비석이 가득이다. '문묘'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다르게 이 곳은 베트남 최초의 대학이라고 한다. 거북이 등 위에 세워진 비석에 새긴 글자들은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이름이라고 하니 학교라고 하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4번째 Thien Quang Thinh까지 통과하면 드디어 문묘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 나온다. 우선 이온 음료를 마시면서 벤치에서 잠시 쉬는 게 좋겠다. 한참 더울 때 제주도 여행하는 기분이다. 이제부터는 전형적인 사찰의 모습과 흡사해진다. 잔뜩 휘어진 향을 앞에 두고 제각기의 소망을 염원하는 사람들. 소망. 아까 음료를 샀던 기념품 샵에서 비슷한 것을 본 것 같다. Longlife, Happiness 문구가 적힌 동전을 각각 아빠와 엄마에게 선물해야겠다. 그것이 지금 내가 염원하는 소망이다.
습한 공기 속에 북적거리는 사람들. 내가 기억하게 될 하노이 문묘의 이미지는 전체적인것 보다 부분적인 것에 가깝다.
오후에는 시간을 꼭 지켜야 하는 일정이 있어 안쪽의 국자감까지 들어가진 않는다.
2016년부터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을 촬영하는 연작 사진을 준비 중이다. 호주 시드니, 멜버른을 시작으로 일본 도쿄에 이어 2018년은 베트남 하노이다. 내가 활동하는 SNS를 통하여 해당 도시의 한국인들에게 연락을 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 성미씨, 경환씨에게 감사를 전하는 바이다.
먼저 성미씨 이야기부터. 하노이 시내에서 거의 기본요금으로 이동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한인타운 미딩 송다 Mỹ Đình Sông Đà 지역까지 택시로 80,000 VND이 나온다. 30분간 조금씩 달라지는 창 밖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재미있다. 운동장 길이만큼 넓은 오래된 아파트와 고가 도로를 지나자 구시가지에서는 보기 힘든 고층 아파트들이 연이어 나오기 시작한다. 1887년부터 1954년까지 프랑스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시기에 유럽식 건물이 많이 지어졌던 하노이. 2018년 현재의 하노이에도 그것과 흡사한 아파트들이 세워지고 있다. 익숙한 한글 간판. 약속 장소인 케이 마트에서 하차한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하여 잠깐 거리를 둘러본다. 우아하기까지 한 유럽풍 베이지색 아파트들과 고급스러운 빌라 단지. 그런 건물들에 '강호동 백정', '약'과 같은 한글, 더운 날씨에서만 자라는 열대 나무, 물이 나오지 않은 분수대 같은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시 케이마트로 돌아와서 간단한 음료를 사는 도중 성미씨가 도착한다. 배가 나와서 사진이 잘 찍힐 수 있을지 걱정이라던 성미씨는 24주 차의 임산부이다. 성미씨가 입고 나온 원피스가 베트남 전통 의상과 비슷해 보여 좋은 작업이 될 것 같다.
성미씨가 예전에 살았던 아파트 주위를 둘러보며 우리는 촬영과 동시에 이야기를 나눈다. 한국인이 많이 산다는 매너 아파트 곳곳에는 베트남 분위기가 많이 난다. 베트남에서 베트남 분위기가 난다는 건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유럽으로 착각할 만큼 색다른 이 곳이 지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알 려주는 이정표와 같다. 매너 아파트 반대편에 위치한 빌라 단지로 촬영을 이어간다. 보통 빌라는 한국인보다 베트남인들이 더 선호한다고 한다. 경제적인 발전으로 생활환경이 바뀐다고 해도 전통적인 가옥의 형태는 아무래도 아파트보단 빌라 형태가 아직 그들에게 익숙한가 보다.
그러고 보니 성미씨의 말투가 익숙하다. 성미씨도 나와 같은 부산 출신. 베트남 주재원에서 일을 하다가 여기로 생활을 옮겨왔다고 한다. 호치민에 이은 베트남 두 번째 경제도시이자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에 살고 있는 20대 한국인 주부의 하루는 어떨까?
"오전에 소아암 바자회에 다녀왔어요. 지금 촬영이 끝나면 장을 보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려고 해요.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오늘은 바쁜 하루네요"
약속한 시간 동안의 작업을 끝내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온다. 리어카에 실린 채도 높은 과일을 아주머니와 익숙한 베트남어로 구입하는 성미씨의 모습이 정겹다. 마늘 쪽파처럼 생긴 망고스틴은 성미씨 말대로 흰색 부분이 달콤하다.
다음날 만난 경환씨와의 이야기도 편의상 이 포스팅에서 다루려 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하노이의 오래된 한인 타운인 쭝화 Trung Hoà 지역에서 새롭게 생긴 미딩 송다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런 만큼 새로 생겨나는 아파트도 많은 편. 경환씨의 아파트 주위에는 이런 새로운 도시의 풍경이 주를 이룬다.
베트남에서는 아파트의 이름을 A1B2 식으로 짓나 보다. 왠지 덩치가 큰 로봇을 다루는 듯하다. 그 큰 로봇에서 작은 파일럿 같은 경환씨가 나온다. 이런 상상을 하고 있어 그런지 생각보다 체구가 작고 얼굴은 나이에 비해 훨씬 동안으로 보인다. 경환씨는 하노이에 온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막 생겨나는 아파트들의 공사 현장과 이미지가 맞아떨어진다. 이대로 촬영을 시작해본다.
우리가 만난 시간은 오후 6시. 하노이 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삼각대를 펼친다. 따로 조명을 쓰지 않는 것이 이번 시리즈의 특징이라 길가의 가로등 불빛에 의존하여 촬영을 이어간다. 그러고 보니 이런 시간의 촬영은 도쿄 하이지마에서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매력적인 빛의 색이 점점 힘을 잃은 건조한 흑빛이 되어갈 때 즈음 경환씨의 집으로 장소를 옮긴다.
아파트 안에 광고 스티커가 없으니 어색하다. 내부와 외부 모두 아무 장식이 없는 무채색 아파트. 일부러 꾸미지 않은 것보다는 어떤 것을 붙여 놓아야 할지 아직 몰라서 그냥 둔 것 같은 느낌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간다. 바닥이 대리석인 것을 제외하면 역시 큰 특징이 없는 경환씨의 집. 창 밖으로는 맥 없는 공사장 풍경이 비친다. 커튼으로 창을 가리니 커튼 색이 꽤 진해 보인다. 경환씨는 '롱디'(long-distance-love) 즉 장거리 연애 커플. 외부와 차단된 방 안에서 조금 더 경환씨와 섬세한 교감을 나눈다.
촬영이 끝나고 잠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한국인 Korean> 시리즈 작업을 하면서 사진뿐만 아니라 여행에 관한 생각도 구체화되어간다. 분명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번거로운 작업에 속하지만(번거롭지 않은 작업은 흔치 않지만) 다양한 삶이 존재함을 확인하고 이를 경험하는 것은 굉장히 뿌듯하다. 다음 도시는 어디가 될까.
다시 4월 14일 토요일로 돌아와서, 촬영하는 동안에는 괜찮았지만 미딩 송다에서 택시를 탔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경남 랜드마크 빌딩을 비롯한 고층빌딩들의 끝부분이 안개로 둘러싸여 루프탑 카페에 올라가도 전경이 제대로 보일지 걱정이다. 10분 정도 걸려 트릴 루프탑 카페 Trill Rooftop Cafe에 도착한다. 서호의 Summit Lounge가 있는 Pan Pacific 호텔보다 캐주얼한 느낌. 카페로 올라가는 길부터 개성이 넘친다. 스위스의 젊은 브랜드 프라이탁의 굵은 타이포 그래피라던가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가 닮았다.
이런 산뜻한 카페에서는 어두운 커피보다 밝은 색의 과일음료가 어울릴 것 같다. 수많은 카페와 푸드 메뉴에서 적당한 주스를 고르고, 하노이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전망은 얼마나 독특한지, 또 얼마나 흐릴지 궁금해 야외 테라스로 바로 나간다. 안개 가득한 흐린 도시의 풍경이 넓게 펼쳐진다. 가까이에서는 알 수 없었던 하노이 주택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빨간 지둥들이 눈에 띈다.
빌딩 전체를 360도로 내려다 볼 수도 있다. 트릴 루프탑 카페의 자랑인 민트색 풀장을 기준으로 우측에는 미딩 송다처럼 높은 아파트들이 많이 몰려있고, 좌측에는 작은 집들로 가득하다. 그 사이 홀로 우뚝 선 아파트와 길게 이어진 숲. 사진을 찍으면 이런 구도가 좋겠다. 풀장 옆에 놓인 파스텔 톤 철제 테이블들은 하나같이 접힌 상태이다. 아무래도 기상조건 때문에 카페를 백 퍼센트 즐기긴 힘들어 보인다.
어두워질 때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가지고 온 책을 본다. 음료도 스무디로 하나 더 마신다. 하노이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여기 루프탑에서 스페인의 어느 섬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읽는다. 드디어 충분한 밤이 된다. 굉장한 경제 도시만큼의 현란함은 없지만 이 곳 밖에 없을만한 소박한 밤의 풍경이다. 아무도 없는 풀장.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주황색 거리. 비는 거의 그쳤다. 로비로 내려간다.
큰일이다. 하노이 시내로 들어가야 하는데 도무지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택시가 없어서 이동을 못한다는 건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일이다. 큰 거리로 나가 직접 잡아보려 해도 택시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대신 오토바이 택시 쎄움 Xe Om 은 있다. 빗길이 미끄러워 보이지만 다행히 비는 이제 완전히 그친듯하다. 다른 방법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기사에게 목적지를 설명하고 가격을 흥정한다.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헬멧을 쓰고 뒷좌석 손잡이를 꽉 잡고 출발한다. 온몸을 스치는 바람처럼 하노이의 밤 풍경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1시간 늦었지만 꽌안응온 무사히 도착! 루프탑 카페에서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 여행책의 문구가 떠오른다.
불편함은 여행을 귀찮게 만들지만, 동시에 일종의 기쁨 - 번거로움이 가져다주는 기쁨-도 품고 있다.
실내라고 불러도 좋고 실외라 해도 상관없을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주말 저녁의 혼잡함. 한국으로 치자면 좌식 테이블의 대형 갈비 외식 전문점이 연상되는 분위기이다. 한참 저녁 시간대인데도 기다리는 사람은 아직 많다.
다행히 얼마 후 합석이라도 상관없다면 지금 들어와도 괜찮다고 한다. 이미 늦어버린 저녁식사인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식사 중인 베트남 현지인 커플과 함께 넓은 4인석 테이블로 안내받는다. 추억이 많았던 여름휴가 사진 앨범처럼 두꺼운 메뉴판. 베트남 요리가 모두 여기 있는 것 같다. 겨우 찾은 반쎄오는 Starter 메뉴 페이지에 있다. 왠지 스타터만 주문하는 건 이상해 보인다. 그러면 스프링 롤 정도를 주문하면 좋겠다.
반쎄오 Bahn Xeo는 노란 강황 가루와 쌀가루를 섞어 만든 반죽에 새우와 돼지고기, 숙주를 넣고 한 조각씩 채소와 함께 라이스페이퍼로 말아 소스에 찍어 먹는 식이다. 구시가지 모둠 찰밥 전문점을 소개한 TV 프로그램에서 반쎄오를 직접 만들어 먹는 쿠킹 클래스 장면이 나왔는데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점원에게 부탁하면 처음 1개 정도는 비닐장갑을 낀 채로 정성껏 만들어주신다. 새우가 껍질채 들어가 있는 것이 조금 신경 쓰이지만 소스가 달콤한 편이라 큰 문제 되지 않는다. 아마 두께가 얆아서 스타터에 속하나 보다. 두 번째 메뉴인 스프링 롤도 나온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요리인 스프링 롤(정확하게는 게살 스프링 롤)은 먹기 좋게 6조각으로 잘려 나온다. 맛있는 것들을 얼마나 꾹꾹 집어넣었는지 크기도 꽤 두꺼운 편. 반쎄오 소스보다 덜 달콤한 소스에 찍어 먹으니 바삭한 튀김의 맛이 그대로 올라온다. 아직 뜨거워서 더 맛있다. 제대로 된 롤을 먹는 기분이다. 사실 이런 롤은 맛없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 옆에 혼자 앉은 남자는 더 간단해 보이는 메뉴를 병맥주와 함께 마시고 있다. 확실히 음료보다 맥주가 어울린다. 하노이에 마시는 첫 맥주는 사이공 비어(Bia Sài Gòn 33,000 VND). 병 목이 산 미구엘 병처럼 짤막해서 귀엽다는 인상을 제외하면 다른 라거 맥주와 다른 바 없는 평범한 맛이다.
반쎄오와 스프링 롤 그리고 사이공 맥주까지. 모두 퍼짜쭈엔 쌀국수의 깊은 첫맛의 충격에 비할바는 못 되지만 누구의 입에도 잘 맞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한 공간에서 베트남의 여러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은 현지인에게나 여행자에게나 아주 좋은 장점이 된다. 계단 밑 어중간한 공간에서 총 159,000 VND을 지불하고 나온다. 비가 다시 내린다. 여전히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오페라 하우스 근처의 빈민 재즈 클럽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시간상으로나 심리상으로 좋겠다. 30분 정도 거리니까 공연 시작 전에 도착하는 것은 무리지만 다시 택시를 잡으려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가랑비를 맞으면서 하노이 밤거리를 무작정 걷는다. 갑자기 나와버린 대형 전자 매장 간판의 빨간색 네온사인, 노란색의 가로등, 2층 건물 전체를 덮고 있는 거대한 녹색 야자수, 어쩔 수 없이 구입한 반투명 흰색 비닐우산, 여러 색으로 혼합된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
빈민 재즈 클럽은 오페라 하우스 너머 조용한 골목에 있다. 어제 에어비앤비 숙소를 가던 길에 지나왔던 길이었다. 억수같이 내리는 빗소리 사이로 경쾌한 색소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공연은 이미 진행 중이다. 살짝 측면이긴 하지만 앞자리에 앉을 수 있어 생생한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칵테일보다는 맥주가 어울리는 밤이다. 이번에는 하노이 비어를 선택. 붉은 조명 아래 전형적인 공연장을 연상시키는 체스 무늬 바닥. 그 위로 좁은 무대의 크기만큼이나 긴밀하게 연결된 드럼, 베이스, 피아노 그리고 색소폰의 Quartet 재즈 연주.
점잖게 팔짱을 끼고 듣기보다는 들려오는 박자에 발과 목으로 리듬을 타면서 들을 수 있는 곡들 위주로 들려온다. Autumn Leaves와 같은 유명한 재즈 곡을 비롯하여 피아노와 색소폰의 애드리브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곡들 위주로 공연한다.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연주자들의 차림새에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점잖은 셔츠를 입은 연주자와 러닝용 스포츠웨어 티셔츠 혹은 헐렁한 티셔츠에 샌들까지 신은 연주자까지. 자유로움이 넘쳐흐른다. 베트남 재즈클럽은.
테이블 앞으로 웬 아저씨가 음향 쪽을 손보고 있다. 엔지니어인가? 그런데 그대로 무대에 서더니 인사를 해버린다. 이 사람이 빈민 아저씨이구나. 벽에 걸린 사진과 차이가 있어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많은 역사를 만들었나 보다. 하와이안 풍 셔츠에 백발의 긴 머리를 깔끔하게 묶은 풍만한 체구의 빈민 씨는 일본에서 찾아와 준 오래된 친구를 위해 그의 어린 스튜던트와 함께 룸바 풍의 연주를 시작한다. 오래된 공연장에서 들음직한 인사를 시작으로.
"I Hope You Enjoy"
공연이 잠시 끝난 사이 타이거 맥주를 추가로 주문한다. 베트남 맥주 관계자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맥주는 아무래도 싱가포르 쪽이 훨씬 맛있는 편이다. 얼마 후 공연이 재게 된다. 손님 테이블 쪽은 얼마간 변화가 있었지만 반대쪽 무대는 여전히 흥겹다. 그렇게 다시 1시간가량의 연주를 즐기며 시계가 11시가 조금 넘어서 재즈 클럽을 나선다. 스윙 리듬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빈민 재즈 클럽의 조명의 색과 같은 밤거리를 마저 걸으며 숙소로 돌아간다.
귀에 남은 재즈 리듬
비는 내일도 내릴까.
3월 대만 여행이 여러 모로 불가능해 대신 베트남 하노이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사진 촬영이 주목적이라 제법 활동적인 여행에 속하지만, 가이드북이나 TV에 소개된 유명한 곳도 자주 다녀와서 하노이 여행 가실 분들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목요일 퇴근 후 인천에서 출발하는 제주항공을 타고 새벽에 하노이에 도착했다.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달러를 베트남 달러로 환전하고 비엣텔 유심칩을 구입했다. 오페라 하우스 근처의 에어비앤비에서 3박 5일간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여행 당시의 감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현재형의 문체로 작성했다.
1일차
하노이 공항 - 못꼿 사원, 바딘 광장 - 콩 카페 - 탕롱 황성 - 기찻길 마을 - 마담 히엔 - 하이랜드 커피, 백종원 카페 - 구시가지 36 거리 - 바잉미 25 - 탄니엔 산책길, 쩐꾸옥 사원 - 서밋 라운지 - 라 시에스타 스파 - 분보남보
2일차
퍼짜쭈엔 - 콩 카페 - 기찻길 마을 - 쏘이엔 - 지앙 카페 - 호안끼엠 호수, 응옥선 사원 - 성요셉 성당 - 하노이 문묘 - 미딩 송다 한인타운 - 트릴 루프탑 카페 - 꽌안응온 - 빈민 재즈 클럽
3일차
하노이 에어비앤비 - 오바마 분짜, 퍼 틴 - 오페라 하우스 - 라 벨르 스파 - 카페 딘 - 미딩 송다 한인타운 - 롯데호텔 팀호완 - 하노이 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