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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경 Dec 31. 2021

헐레벌떡 종무식

웃기도 울기도 했다. 

기억에 남아요. 좋아요. 최고예요. 멋져요. 슬퍼요. 고마워요. 힘들어요. 감동이예요. 아쉽다. 미안해요. 최고의 순간. 잊고싶다 2021. 하아, 멍청이. 기대돼요. 새해소원. 



올해 종무식은 감정퍼즐을 숨겨두고 번호를 뽑아 돌아가면서 감정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나누는 시간으로 준비했다. 작은 선물도 준비했다. 사실 오천원 정도의 가벼운 선물이었기에 거기서 거기였지만 다들 즐겁게 호응해주었다. 

소회를 나누고 있는 모습

기억에 남아요. 둘째를 임신한 a팀장님은 올해 후원사업을 맡아 물건을 받아와 배분하는 일이 많았다. 그중에 동군산푸드뱅크는 군산의 끝 서수에 위치해 있어 왕복 다녀오면 2시간은 족히 걸리는 곳이다. 봉고차가 밭길에 빠질뻔 했던 아찔했던 웃픈 사연을 이야기 했다. 


힘들어요. 올해 들어온 b사회복무요원은  a팀장을 따라 후원품을 가지러 갔던 곳에 너무 멀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아쉽다. c사회복지사는 올해 새로운 업무를 맡아 너무 재미있게 일을 했다. 그래서 아쉬운게 별로 없지만,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말했다. 그럴만도 한게 업무가 너무 많았던거 같다.

웃음과 함께 

멋져요. d사회복무요원은 올해 이 기관에 와서 어려운 분들을 돕는 사회복지사들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을 헀다고 전했다. 갑자기 '와아~~~'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나왔다.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큰 위로의 말이 아니었나 싶다. 


고마워요. e선생님은 올해 경로식당 도시락 나눔에 애써준 직원들과 사회복무요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주5일 하루에 300개의 도시락을 나누는 일이 녹록치 않았다. 민원도 많았고 욕도 감사도 배불리 먹은 한해였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f팀장은 갑자기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다 알 수 없지만 많은 감정이 올라온 것 같다. 한참 후 감정을 추스리고야 말을 했다. "참 미안한게 많은데 힘들때마다 지지해준 분들께 고맙고 미안하다. 그리고 할말을 다 하고 지내서 미안하다"라고 전했다. 


기대돼요. g 영양사는 '2022년도에는 따뜻한 밥을 어르신들께 대접해 드리기를 기대한다. 코로나로 2년 도시락을 드리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힘들어 한다. 꼭 식사를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새해 소원. h선생님은 "코로나 종식이 됐으면 좋겠고 한살배기 아이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마지막은 나였다.

"올해 참 힘들었어요. 올 2월에 붉어진 우리지역에 갑질 논란으로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잘 아는 사람이었기에 더 마음 아팠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제 마음이 너무 슬펐어요.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은 갑질이었을까?를 생각하며 더 하고 싶었던 말도 아끼고 참았던 것 같아요. 이런 마음을 직원들과 나누고 토론했다면 좋았을텐데 마음이 그러지 못해서 미안했어요. 그래도 하반기에는 사업을 하며 힘을 얻었고, 주민들과 호흡하고 더 귀기울이는 직원들의 모습 감동도 있었고 한 단계 올라가는 기분이었요. 지금은 너무 좋아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바쁘게 준비했던 종무식었지만 자평을 하자면 '즐거움, 의미 두마리 토끼를 잡은 것 같다'


(비하인드 스토리)

2021년 종무식을 30일 어제 미리 진행했다. 우리 기관에는 운영지원과 있지만 회계와 시설관리 업무와 여타의 주민복지서비스 업무로도 일이 너무 많다. 인력의 한계로 총괄 운영과 슈퍼비전 업무를 진행하면서 인사 노무 대외협력 때때로예산 편성 업무도 맡고 있다. 빡빡한 12월 일정 가운데 여기 저기 종무식 소식을 접하며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즐거운 종무식이 될까 고민이 됐다. 하지만 내게 종무식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당일 새벽시간 1시간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염탐을 해서 계획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얼북에 종무식을 검색하니 친구들이 올렸던 글과 내 글이 몇가지 나왔다. 그중 과거에 전국네트워크 기관의 권부장님이 준비했던 감정나누기 퍼즐을 준비하기로 정했다. 


# 5시간 동안   포상식과 종무식 끝장내기


8시 40분      일과 계획

9시             포상식 상장 직인 날인 및 상장준비

10시 30분    마트 장보기(간식포장)

11시           포상식 선물 수령

11시 30분   포상식 꽃다발 수령

12시           지역복지팀과 식사

1시             개별간식 포장          

1시 30분     최종점검, 앗 종무식 선물 구입 못함(도움 요청)

2시             포상식장, 종무식장 세팅(공간도 달라;;;)

3시             포상식 진행   

3시 30분      종무식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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