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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경 Sep 18. 2019

오지랖일까?

     

내안에 꿈틀 꺼리는 열정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 나 자신도 무서울 정도다. 지금이 그때다. 이 열정이 좋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할 수 있기에 걱정도 된다. 나의 오지랖은 따라 올 사람이 없을 정도다. 나의 ‘오지랖 열정’은 친정엄마로부터 왔다. 엄마도 덕계 마을에서 부녀회장, 이모임 저모임 회장을 많이 했다. ‘피는 못속이고 씨도둑은 못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삼월부터 올라온 열정은 사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 제발 잠잠하자!” 이 말을 되뇌이고 되뇌여도 소용이 없다. 내 활동 방경은 회사, 집, 교회다. 단조롭기만할 것은 일상에 반전이 있다. 이 작은 소도시에서 난 너무도 화려하게 지내고 있다.     


 내 직업은 사회복지사다. 사회복지사는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크다. 난 “착하고 좋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사회복지 전문가”다. 사회복지 전문가는 봉사자와는 다르다. 봉사자는 ‘선한 뜻으로 남을 돕는 사람’이지만, 사회복지사는 ‘의도되고 계획된 개입목표를 가지고 타인을 슬기롭게 돕는 활동“이다. 내 몸에 흐르고 있는 오지랖은 사회복지사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사회복지 현장에 십 팔년 째 몸담고 있다. 화석이라고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그것도 한 기관(회사)에서 십팔 년이면 이제 고위직 임원에 오를만한 위치다. 나도 직장을 옮기지 않은 까닭인지 ‘부장’이라는 위치에 있다. ‘부장’ 요즘 신입들이 가장 싫어하는 직급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는 ‘꼰대’ 지만,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기존의 것을 타파하고 신선한 것들로 내 회사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근데 우리직원들은 좀 피곤하긴 할거다. 그것은 내 오지랖, 열정 때문이다. 권력이 있을수록 겸손하고, 자중하고, 죽어살아야 하지만 내몸이 반응한다. 우습다.     


 삼월 달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두 달 가까운 여정 중에 우리직원들은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내 착각일지 몰라도. ‘광란의 직원연수, 퇴근시간김치전파티, 직원공동밥상 삼겹살파티, 은파벚꽃번개’ 생각나지 않을 만큼의 깨알모임을 많이 만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직원연수에서 차에 타자마자 시작된 우리들의 웃음소리와 노래자랑, 퇴근시간 김치전 만들어 먹으며 몰래 막걸리까지 한잔, 점심시간 급조된 삽결살 파티, 도시락 싸고 간 은파벚꽃 번개 까지. 숨가푸게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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