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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경 Dec 26. 2021

어르신의 죽음을 고독사로부터 지킨 생활지원사 이야기

2021년 12월 16일 복지일지

전화를 받은 송사회복지사의 목소리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 잠시 후 생활지원사가 방문한 댁 어르신이 화장실에서 미동이 없는 째 쓰러져 계심을 보고 받았다. 바로 119에 신고를 하라고 말하고 담당 사회복지사와 함께 달려갔다.


119가 출동했다. 어르신은 사망하셨다. 생활지원사는 ‘어제 점심쯤에 통화할 때만해도 내일 아침에 병원을 가신다고 했다. 아침에 연락이 안돼서 동치미를 가져다 드리려고 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황망한 표정이었다.  


119 대원은 생활지원사에게 어르신과의 관계, 소속, 어르신의 평소 건강상태 등을 물으셨다. 그녀는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말했다.  낡은 아파트의 긴 복도에서 경찰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형사가 왔다. 형사는 119 대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어르신의 상태를 확인을 했다. 119 대원은 인계를 마치고 돌아갔다.  



형사는 생활지원사에게 소속, 관계, 어르신의 건강상태와 가족관계 등을 물었다. 생활지원사는 다시 설명했다. 혈압 약 드시는 거 말고는 크게 아픈 곳은 없었던 어르신이 최근 신장이 좋지 않아 지난주부터는 소변줄을 끼고 생활하셨다고 한다. 지난주부터 어르신께 병원에 입원하라고 설득했지만 한사코 거절을 하셨다고 한다. 소변을 잘 못보고 드시는 것도 잘 못 드시니 살이 많이 빠졌다고 했다. 형사는 ‘선생님이 최초 목격자라 가족이 동의를 하면 바로 장례절차로 들어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안내 했다.


나는 "행정적인 절차이니 선생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라고 안심시켰다. 생활지원사는 '사람이 육감이라는게 있나봐요. 지난주 어르신께서 장갑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어르신 왜 주시는거예요?'라고 물었는데 '우리 선생, 고마워서 올 겨울 따뜻하게 보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날 그녀는 차안에서 장갑을  한참 보면서 울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눈가의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신경이 너무 쓰여 어르신 방문을 일주일에 한번인데 매일 확인했다고 했다. 생활지원사의 열심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동안 그녀가 얼마나 어르신들에게 마음을 쏟았을지 예상이 되었다.  

  

잠시 후 경찰의 연락을 받고 어르신의 아드님이 왔다. 담담한 표정이었다. 과학수사대도 왔다. 과학수사대와 아드님이 어르신의 사망 상태를 확인했다. 아드님도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자연사로 종결이 되었다.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생활지원사와 복지관 직원들은 돌아가도 된다고 했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안에서 생활지원사에게 말했다. "다행히도 어르신의 안전을 빠른 시간 내에 확인해서 고독사로 이어지지 않았어요. 너무 다행이고 어르신도 고맙게 생각하실거예요" 감사인사를 했다. 누구보다 놀라고 당황했을 생활지원사,  잔상이 오래 남을 텐데 어르신을 마음속에서 잘 보내길 바랬다. 


그들은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똑똑 '어르신 저왔어요' 어르신을 방문해 가족을 대신해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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