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된 기분
아들은 밥이 정말 중요하다. '엄마, 오늘 저녁에 뭐 먹어요?' '엄마, 내일 아침 뭐예요?'
요리를 썩 잘하지 않는 내게, 메뉴를 묻는 질문은 은근 부담이 된다. 심할 땐 스트레스도 받는다.
화가 날 땐 '내가 맨날 밥 생각만 하는 줄 알아? 냉장고를 열어봐야 알지'하고 그만 좀 물어보라고 한다.
난 아침을 안 먹어도, 중딩 아드님은 아침을 드셔야 한다. 어제 남은 카레와 김치찌개, 아들의 최애 반찬 치킨 너겟을 구웠다. 요즘 부쩍 살이 찌는 게 걱정돼, 치킨 너겟 밑에 양상추 샐러드를 깔았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식탁을 치우러 갔다. 양상추도 깨끗이 비웠다.
"아이고, 우리 아들 야채도 다 먹었네"
"엄마, 나 갑자기 강아지가 된 거 같네"
"왜?"
"강아지들이 밥 안 먹으면 주인들이 그 위에 간식을 뿌려주잖아"
싹싹 비운 접시를 한번 보고, 아들 얼굴 한번 보고 웃음이 빵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