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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경 Jan 28. 2022

14세 아들의 성장기

스트레스 해소가 베이킹이라니!

쌔근쌔근 내 품에서 잠들던 아이는 이제 목소리에서 남자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중2를 앞두고 있다. 중학교에 간다고 하니 이런저런 걱정이 앞섰는데, 1학년을 잘 마치고 2학년에 올라간다.


공부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베이킹(자신은 제빵은 관심 없고 제과에 관심이 있음을 늘 강조한다)을 즐기고, 레진 아트, 도장 아트, 조립 등을 즐긴다. 물론 게임과 유튜브도 즐긴다.  학교에 가는 것을 엄청 좋아하지는 않지만 선생님을 존중하고, 학교 과제는 충실히 하는 청소년이다.  친구가 많지는 않지만 어려운 친구를 보면 돕는 청소년이다. 한 번은 같은 방향 친구가 걸어가는 걸 보고 버스비를 한번 내주고 그다음에는 버스카드 구입 방법을 알려줬다고 한다. 가끔 주말이면 꼭 만나러 가는 찐 친 두 명이 있다. 그런데 이성이다. 여자 사람 친구다. 학교 앞에서 과자를 먹고 쓰레기를 버리는 아이를 보면 분노하며 주우라고 말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욕도 먹는다. 증거사진을 찍어놓기도 한다. 치밀한 구석도 있다.


한 번든 영어단어 쪽지시험에 통과를 못해 학교에 잔류하지만 꿋꿋이 깜지와 테스트를  성실히 하고 선생님께 젤리 간식도 주면서 친하게 지낸다. "너는 창피하지도 않아" 물어보면 "안 창피한데"라고 말한다.

학교에 친구들과 선생님 주려고 마들렌을 밤늦게 까지 굽고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포장한다.

"선생님들한테 이런 거 선물하면 안 돼, 김영란법에 걸려, 싫어할 거 같은데..."

"아니야! 고맙다고 하시는데. 다 칭찬하시던데...."


작년 3월부터 재미나게 만들었던 레진 아트. 레진 아트 처음을 본다.

장비구니에 담어둔 후 결제해달라고 해서 주문했더니 온 미니 조립 기구들. 이렇게 완성됐다.

작년에 맛있는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어 줬다.

어제 퇴근하고 와보니, 복지관 선생님들께 나눠주라면 머랭을 구웠다.




자신의 자녀를 걱정하지 않는 부모는 한 명도 없으리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을 때 한글도 제대로 떼지 못했었다. 맞벌이인 난 아이가 방과 후에 안전하게 지내는 것에 만족했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학습지를 하고 지역아동센터에만 보냈다. 6학년 때 처음으로 영어학원을 갔다. 영어를 포기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아니 시작도 안 했는데 뭘 포기했단 말인가' 웃음이 났다. 그렇게 동생들과 파닉스를 배우며 1년 4개월 영어 학원을 다녔다. 수학도 해야 할 것 같다고 해서 4개월 다녔다. 그때까지 순조로웠다. 이사를 하면서 학원은 멀어졌고 학원차를 조금은 길게 타야 했다.

"엄마 차탈 때마다 속이 너무 안 좋아, 운전기사님이 엄청 욕을 잘해, 재민이 녀석들 때문에 시끄러워 죽겠어"

결국 학원을 빠지는 일이 많아졌고, 아주 중요한 중학교 1학년 5월부터는 학교 수업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인이 되었다. 물론 EBS 인강을 듣기로 한 조건이었지만, 그게 사실 스스로 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너무 힘들다. "왜 약속을 안 지켜, 인강 왜 안 들어~~" 엄마 맘은 타들어 간다.


그렇게 4개월 신나게 놀고 나니, 학교 수행평가가 엉망이다. 아들과 상의한 결과, 영어학원은 가기 싫지만 수학학원은 가고 싶다고 말한다. 수학학원을 알아보니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 것 같다며 거절당했다. 학원장은 공부방과 과외를 권했다. 건너 아파트에 수학 공부방을 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수학 선생님은 왜소하지만 아주 강단 있어 보이는 이미지의 선생님 셨다. 선생님은 예의 있고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를 좋아한다고 하셨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 아는척하고 소위 겉 넘고 버릇이 없는 아이는 힘들다고 하셨다. 우리 아들과 잘 맞겠다 싶었다. 좀 강하셨지만 예의 있고 약속을 잘 지키니까. 그렇게 4개월째 안 간다는 말 안 하고 잘 다닌다. 어쩌다가 학교 일정으로 빠지거나 아파서 빠지면 무조건 보강을 한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엄마, 이 선생님 진짜 독해"라고 말한다. 나는 너무 웃음이 났다.

2학년을 두 달 앞둔 1월부터는 영어공부도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싫다더니 2학년 때부터 시험 본다니까 하겠다고 한다. 정말 신기했다. 그렇게 싫다더니.





며칠 전 차 안에서 아들이 한 말이 기억난다. "엄마, 솔직히 나 엄마가 내 엄마인 게 너무 다행이고 좋아, 솔직히 예전에 아빠한테 엄청 혼났을 때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나 죽으면 엄마가 얼마나 속상하겠어. 그래서 안 죽었어"  아들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나도 네 엄마인 게 좋아"


사실 아들은 목소리가 가늘고, 체육을 싫어하고 미술과 성악을 좋아한다. 성악 중에서도 소프라노 파트를 좋아한다.  남자아이들이 목소리가 여자 같다며 "너 중성이냐"라고 놀리기 일쑤였다.

코로나 때문에 개인 물병을 가져오라고 했고, 체육시간을 마치고 오면 너무 목이 마른데, 말도 안 하고 같은 반 아이가 입을 대고 물을 마시거나 가방을 허락도 없이 열어 물건을 꺼내가기도 했다. 아들이 친구들에게 선물한 것을 다 가져가 버리기도 했다. 아들은 같은 반 아이들에게 말로 해도 안되면 선생님께 일렀다. 이르는 게 나쁜 거 같지만 이 아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거였다. 속상했지만 잘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너무 자주 그러면 아이들이 싫어하니까 적당히 이르라고 했다. 아들이 교실을 나가면 못된 행동을 했던 친구들이 따라 나와 "왜 너 교무실 가게, 야 안 그럴게"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너무 웃겨 빵 터졌다.

 



내가 봐도 우리 아들은 남자아이들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좀 다르다. 엄마랑 너무 긴 시간을 보내서 그럴까. 남자아이지만, 섬세하고 예민하다. 목소리가 가늘다. 운동을 싫어하고 조용히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바라는 아들은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하며 도전적이고 씩씩했으면 한다. 하지만 조용하게 베이킹과 다양한 아트를 즐기는 녀석이다. 어쩌겠는가! 존중하고 그 다름을 사랑할 수밖에..


아들에게 말해줬다. "웅아, 학교에서 너를 그렇게 놀리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야. 사람은 다른 것을 놀리려고 드는 악한 습성이 있는 것 같아. 다른 것은 차이이지 차별이 아니야. 그래서 그런 말에 상처받지 말라고"


나는 그런 아들이 자랑스럽다. 믿음직스럽다. 앞으로 더 멋진 사람으로 거듭나니라 믿는다. 엄마는 너의 앞길을 응원하고 기도한다.

 


지난 12월 베이비 슈를 만들어 엄마 친구 모임에 선물




지난 11월  엄마의 복지관 행사 때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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