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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경 Oct 30. 2020

다육이와 함께 찾아온 사랑

엄마! 힘내세요!

  밥솥에 밥이 70시간, 3일 동안 새 밥이 지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엄마는 너무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워킹맘이다. 올해 6학년이 된 아들은 오후 3시 학원을 가기 전까지는 바깥출입을 전혀 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일곱 시간을 집안에 혼자 있다. 도대체 우리 아들은 무엇을 하고 온종일 지낼까?

 "온라인 학습하고, 게임을 하고, 베이킹 좀 하면  엄마가 와서 점심주면 먹고  TV 보면 학원 갈 시간이요"

혼자서도 나름 씩씩하게 보내니 고맙고 안쓰럽고 뿌듯하다.
잘 지내다가도 한 번씩 자려고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엄마, 나 게임도 재미가 없고, 쿠키 굽는 것도 이젠 귀찮아. 심심해. 혼자 있기 싫어”라고 말한다.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그럴 때면 가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내가 신경을 덜 써서 그럴까? 그래 요새 진짜 바빴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피곤해서 대화도 별로 안 했던 거 같다.

“잘 지냈어?”
“응”
“뭐 먹을래”
“아무거나”
“엄마. 이 유튜브 좀 봐봐. 진짜 웃겨”
“엄마는 그런 거 재미없어. 숙제는 다 했어?”
“했어”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엉망인 집을 보며 한숨이 푹 나온다.
거실과 주방에 먹고 버린 아이스크림, 과자 봉지, 빵만들며 흘린 가루, 쿠키 가루 집안이 엉망이다.
“정리 좀 해. 이게 뭐야? 네가 만든 거 뒷정리하라고 했잖아?
“알았어! 내가 한다고. 잔소리 좀 하지 마요”

부쩍 반항심이 생긴 열세 살 아들과 이렇게 공격적인 대화가 오고 간다.
그러니 각자의 방에 들어가 지내기 일쑤고 서로의 감정을 위로할 시간은 부족했다.
하루 종일 혼자 지루한 일상을 보낸 아들에게 사과할 요량으로
“그러면 내일 학원 마치고 엄마 일하는 데로 와! 엄마 회사에서 좀 있다가 맛있는 거 사주께”
.
다음날 오후 다섯쯤 걸려온 전화
“엄마 나 회사로 가고 있어요”
“어. 그래 조심히 와. 차조심하고, 횡단보도 차 잘 보고 건너.”
“아이참. 엄마! 나 애기 아니거든”
“알았어...”
 
여섯 시. 전화가 왔다.
“엄마. 언제 끝나요? 왜 안 나와? 언제가?”
“아. 미안. 금방 정리하고 나갈게”
 정신없이 일하다가 아들이 로비에서 한 시간 이상 기다린 것도 깜빡했다. 눈도장이라도 찍고 와서 일할 것을. 30분을 더 지체한 후 로비로 나갔다.
“미안, 일이 많아서”
“엄마. 선물이에요”
“..?”“그냥 엄마 힘든 거 같아서 샀어요.”
“아. 진짜. 고마워”
조그맣고 귀여운 다육식물에 “엄마 힘내세요. 서**”이라고 쓰여 있었다.
울컥했다. 항상 나보다 더 섬세하고 비단결 같은 마음을 가진 아들 녀석은 또 이렇게 감동을 준다.

속 깊은 녀석 ‘너 때문에 산다. 엄마보다 낫다’


#아들 성장 에세이 # 감동 #청소년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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