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돌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사실, 그때도 아이돌이 무엇인지 몰랐다가 학교
선생님께서 성실한 학생에게 주는 상으로 내게 HOT 굿즈를 주셨다. 그 당시 이미, HOT가 해체한 상황에서 그 굿즈를 왜 주셨는지 아직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 추측을 해보면 선생님도 HOT 해체를 모르고 사셔서 주었거나, 혹은 자신이 팬이었다가 탈덕해서 나와 학생들에게 주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굿즈를 받아든 나는 ‘도대체 이게 뭐지?’하는 의아함을 가지고 있을 때, 한 아이가 내게 다가와 굿즈 중에 마음에 든 게 있다며 하나만 달라고 부탁했다. 굿즈의 정체성도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은 나는 그 아이에게 굿즈를 주었는데, 그 아이는 HOT가 어떤 그룹이고, 그들의 노래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잔뜩 흥분해서 내게 열정을 쏟아냈다. 그러나.. 안타깝게 HOT는 이미 해체한 상태여서 나는 크게 매료되지는 못했다.
그 후, 내 삶에 아이돌은 없을 줄 알았는데.. 연년생이었던 나의 혈육으로 인해 god라는 가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신화, 클릭비, god 등등의 파로 나눠진 상황에서 내가 god에 끌린 건 ‘노래’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가진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 부족한 것에 대한 불만과 불평이 많았던 나는 계속해서 타인과 나의 처지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갉아먹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불행 그 자체였다.
매일 학교에 가서 나보다 잘나고, 많은 걸 가진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내 마음에 열등감은 점점 더 커져갔을 때, 나의 혈육으로 인해 god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노래에 관심도 없었던 내가 처음 god 노래를 듣게 된 건 촛불 하나라는 노래였다.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기만 한지
누가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한 건지
태어났을 때부터
삶이 내게 준 건 끝없이
이겨내야 했던 고난들뿐인걸
(…)
너무 어두워 길이 보이지 않아
내게 있는 건 성냥 하나와 촛불 하나
이 작은 촛불 하나
가지고 무얼 하나
촛불 하나 켠다고 어둠이 달아나나
저 멀리 보이는 화려한 불빛
- god 촛불 하나 노래 가사 중-
god의 촛불 하나 노래는 깜깜한 내 마음에 위로라는 따스한 불빛을 선사해 주었다. 마치, 그들의 노래는 불이 없는 인간의 땅에 불을 건네준 프로메테우스와 같았다. 남과 비교를 하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바빴던 나는 비로소 내 마음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만 미래가 두렵고, 과거를 후회하는 게 아니라 우리 각자의 깊은 어둠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엄청나게 큰 위로를 받게 되었다. god의 노래는 나의 고민을 털어놓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안다는 듯 위로를 해주었고, 내가 무너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계속해서 주었다. 나의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god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버텼을까? 싶을 정도로 나의 10대는 god의 노래와 늘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