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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든 Sep 15. 2018

나는 오늘도 열심히 분리배출을 한다.

플라스틱에 관한 축소주의 이야기




나는 오늘도 열심히 분리배출을 한다.



플라스틱, 비닐, 종이, 스티로폼, 병, 캔을 따로따로 모은다. 이물질이 묻는 것은 물로 헹구고, 스티커도 웬만해서 떼 버리고, 분리배출 마크도 일일이 확인해본다. 종류별로 모아 배출을 하고 나면 뭔가 개운하기도 하고, 그래도 종량제 봉투로 버리는 일반쓰레기를 버릴 때보다 마음이 뿌듯하기도 하다. 소각이나 매립되는 것이 아닌, 재활용될 것들이니까. 하지만 입구가 좁은 용기나 다 쓴 치약과 같은 튜브 제품은 세척하기가 귀찮기도 해서 그냥 버리게 되고, 유리병의 모든 스티커를 떼서 버리는 경우도 흔치 않다. 분리배출 마크가 없어도 재질이 맞는 것 같으면 그냥 분리배출에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재활용품을 완벽히 기준에 맞춰 버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실제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수많은 재활용품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움직이고 있고, 여러 명의 사람들이 그것들을 솎아내고 있는 광경을. 그래, 누군가는 검사를 하고 있구나. 안도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노력해야겠지만)





너무너무너무도 많은 플라스틱


하지만 그래서 그 후에는? 일반쓰레기보다도 많은 이 어마어마한 양의 분리수거품들은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물론 재활용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전 국민이, 전 세계인이 분리하여 배출을 하는 것인데, 과연 재활용이라는 것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내가 배달음식 용기를 쌈장이 가득 묻은 채 그냥 버렸는데, 그게 정말로 어딘가에서 새로운 모습의 깨끗한 용기로 재탄생되고 있을 거냐는 말이다.


답은, 90% 아니오.


플라스틱 재활용이 활발히 이루어졌다면, 태평양 한가운데 플라스틱 섬이 만들어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수많은 해양생물이 플라스틱으로 배가 가득 차거나 찔리는 등 몸이 훼손되어 죽임을 당하고 있고,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마시고 피부에 바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분리 배출한 플라스틱의 오로지 10%만이 재활용으로 쓰이고 나머지 90% 모두 일반쓰레기만도 못하게, 대부분이 바다에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다. 해마다 전 세계인의 몸무게를 합친 것과 같은, 4백만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된다. 그리고 버려지는 양은 지구의 모든 해안을 따라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비닐봉지가 빼곡히 놓이는 양이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바다의 돌들이 마모되어 모래알이 되듯이, 마모되고 마모되어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는 크기의 수없이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이 미세 플라스틱은 물에도 떠다니고 물고기들의 체내에도 쌓이고, 결국 물고기와 물을 섭취하는 인간의 몸에도 쌓이게 된다. 요즘에는 유명 생수와 화장품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어 종종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럼 재활용을 더 하면 되지, 굳이 이 편리하고 저렴한 플라스틱을 왜 이렇게 쓰지 못하게 할까?라고 혹자는 물어볼 수 있다. 그게 말이죠, 그냥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이 대중화된 건 1950년 대, 불과 100년이 되기도 전에 지구는 플라스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 전에는 이렇게까지 될지 몰랐다 쳐도,
이젠 진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순환자원정보


무분별하게 버려진 플라스틱 때문에 죽은 수많은 해양생물들의 사진을 보면,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플라스틱 사용을 '전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포장재가 바로 플라스틱 및 비닐이다. 물론 플라스틱 배출을 축소하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완벽한 플라스틱 제로는 힘들다. 그렇다면 분리 배출된 플라스틱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재활용이 되는지, 실제로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정말 궁금했다.



플라스틱 생산 -> 용기나 포장재 등으로 판매 -> 소비자가 구매 > 분리배출 -> ??? -> 해양쓰레기





먼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시청 홈페이지에서 환경과로 들어가 살펴보기 시작했다. 시청의 재활용마당에는 재활용 방법이 친절하게 나와있었으나, 그 지역의 재활용품들이 결론적으로 어떻게 순환이 되고 있는지는 나와있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의 링크가 연결되어있었고, 순환자원정보센터(re.or.kr)라는 곳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 곳은 주로 폐자원을 사고파는 등의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재활용 관련 업체들이 보는 곳인 것 같았다. 자원이 순환되는 현황을 일반인도 알기 쉽게 보여주는 곳은 아니나, 대충 유통하는 업체들이 원하는 품목을 살펴보아도 플라스틱은 돈이 되거나 인기 있는 폐자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업폐기물 같은 것들이 인기가 좋아 보였고, 그나마 생활 폐기물에서는 유리병이나 종이류는 조금 있어도 가장 많이 배출하게 되는 플라스틱(비닐류 포함)을 다루는 업체는 많이 없어 보였다. 물론 내가 모르는 다른 웹사이트 및 오프라인 정보가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생활 폐자원의 실제 재활용 현황을 일반인도 믿고 쉽게 볼 수 있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웹사이트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곳, 순환자원정보센터에서는 평소 궁금했던 각 폐자원의 순환되는 과정을 알 수 있었다.



플라스틱 용기 -> 파쇄 -> 세척 -> 용융, 압출, 냉각, 절단 -> 플라스틱 통, 의자, 박스, 부직포 등

비닐 -> 분쇄 -> 용융, 압출, 절단, 냉각, 프레스 성형, 냉각 응축 등 -> 재생유, 고형연료, profile 재생용품 등



이러한 과정은 수집운반업, 중간처리업, 최종처리업 등 업무를 나누어 각기 다른 업체가 담당하게 된다. 어느 하나의 단계를 맡아주는 업체가 없거나 모자라게 되면 재활용의 과정도 순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 각 단계의 재활용 업체가 탄탄하다고 할지라도, 모든 폐자원이 재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재사용이 까다로운 재질은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OTHER과 같이 표기되어 있는 복합재질이나 색깔이 강한 맥주 페트와 같은 폐기물은 아무리 분리배출을 한다고 해도 재사용이 어렵다고 한다. PET는 다공성 물질이라 식음료의 잔류물 분자를 흡수한다. 잔류물을 모두 소독할 정도로 열을 가하면 플라스틱이 손상되므로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이 적을 수밖에 없다. 자원순환 정보시스템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국내에서만 플라스틱 폐기물이 연 2백만여 톤이 나왔다고 한다. 이 폐기물은 이물질이 많고 재활용이 어렵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매수하는 가격도 비싸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산 플라스틱 폐기물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 말은 플라스틱 설계 단계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너무 많은 양의, 재사용이 되지도 않는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있다.



생산을 하는 업체는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 및 재질을 스스로 변경하면 좋겠지만, 아마 비용 문제 때문에 쉽게 친환경을 결정하는 업체는 아직 드물 것이다. 정부도 닥친 현실을 깨닫고 플라스틱 생산 및 유통에 대해 강하게 규제를 함과 동시에, 착한 업체에게 충분한 혜택도 주어야 할 것이다. 일반 소비자로서는 재사용이 불가능한 제품을 되도록 구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플라스틱 축소를 선언한 기업들


스타벅스가 플라스틱 축소주의를 선언했다. 스타벅스뿐만이 아니라 국내 카페에서는 이제 매장에서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되었다. 넘쳐나는 플라스틱 때문에 열병을 앓고 있는 지구를 생각하면 얼마나 바람직한 흐름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위생상의 이유로 이러한 변화를 곱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 적잖이 놀랐다.


런던 관광 명소 중의 하나인 셀프리지 백화점은 이미 8년 전부터 현재까지 플라스틱 축소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셀프리지에서는 'Project Ocean'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하고 텀블러 등을 판매하는 등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을 주최한다. 백화점 내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물병, 즉 생수병을 찾아볼 수 없다. 생수병 반입금지는 물론이고 식품관에서도 플라스틱 병 안에 든 생수는 팔지 않는다. 'Project Ocean'은 관광객과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트렌디한 이 백화점이 더욱 빛 나보이는 이유다.


아디다스는 6년 안에 모든 신발과 의류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을 재활용된 원료를 사용할 것이라고 했고, 현대홈쇼핑은 아이스팩을 재활용하기 위해 아이스팩 수거요청을 할 수 있도록 했고, 또 이 것에 대한 포인트도 지급한다.


무인양품의 플라스틱 서랍장은 재활용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가방을 만드는 Matt & Nat도 재활용된 페트병으로 고급스럽고 멋진 가방 및 패션 제품들을 만든다.






축소주의


나는 일상 속의 플라스틱 축소주의를 작게나마 실천하고 있다. 나의 축소주의는 몇 년에 걸쳐 차근차근 이루어져 이미 생활의 습관이 되어버린 것도 있지만, 아직 생활 플라스틱 배출이 생각보다 많다. 내 생활 패턴을 분석하여 플라스틱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방법을 연구하고 수정해나갈 것이다.



나의 플라스틱 축소주의는 다음과 같다.


플라스틱 용기보다 되도록 유리병이나 종이, 캔에 담긴 식품을 구매한다. (식용유, 장류, 주류 등)

플라스틱이나 비닐에 담긴 다른 브랜드 제품을 고를 땐 OTHER 류를 제외시키거나, 패키징이 간소한 것을 고른다.

마트에 갈 땐 집에서 야채용 비닐봉지를 구비해가서 이미 넘쳐나는 비닐봉지를 재사용한다.

스테인리스 빨대와 텀블러를 갖고 다닌다.

세탁세제는 사용하지 않고 5년 동안 쓸 수 있는 세탁볼을 사용 중이다.

비누와 화장품은 몇 년째 만들어 쓰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 배출이 현저히 줄어든다.

샴푸, 린스 및 베이킹 소다와 같은 세제는 대용량이나 리필용을 구매해 되도록 용기 배출을 줄인다.

생리 컵과 면 팬티라이너는 2년째 사용 중이다.

재사용할만한 용품은 버리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바로 재사용을 한다.

그 외에 별로 필요하지 않다면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그 어떤 것도 구매를 자제한다.

늘 생각하며 살기로 한다.


* 칫솔은 대나무 칫솔 혹은 친환경 재질로 만든 칫솔로 변경할 예정이다.

* 샴푸, 린스, 치약도 만들어 쓸 예정이다.


세탁 시 세탁볼과 소량의 과탄산 소다를 사용하면 세탁 세제로 인한 플라스틱 및 비닐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생리컵 사용으로 매달 배출되는 비닐 및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 수 있다.




일회용품이 담겼었던 플라스틱 용기를 버리지 않고 재사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 축소주의가 개인차가 있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피곤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축소주의는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실천하는 데에 의미가 있고, 시도를 습관으로 변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차근차근 시도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나도 저 정도에 수년이 걸렸던 것처럼.


마트에 가면 어쩔 수 없이 비닐과 플라스틱에 담겨 나온 제품들을 사게 되는데, 해외에서처럼 소비자가 가져온 병이나 가방에 담아 바코드만 뽑아서 결제하는 시스템을 대형마트에서도 도입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플라스틱을 줄이거나, 에코백을 마트에 가져가고자 하는 마음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모든 패키징이 자연친화적으로 분해되는 재질이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인간의 기술력을 믿는다. 인간의 좋은 머리는 이런 걸 개발하라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인센티브 없이도 환경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일상에 크게 지장이 없는 한 플라스틱 사용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더 많으므로, 꾸준한 홍보와 인식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분리배출 하나는 모범적으로 잘하는 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방향성을 잘 잡아 좀 더 성숙한 국민성을 보여준다면 지구를 살리는데 아주 많이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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