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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든 Jan 16. 2019

구두쇠 라구요.

물에 관한 축소주의 이야기




구두쇠, 자린고비는 남에게 인색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요즘 환경을 위해 물과 전기, 가스를 아끼고 불필요한 소비를 자제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왠지 낯설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바로 구두쇠가 된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니 자원을 아껴 쓰는 구두쇠의 생활습관은 가히 본받을만하다. 물론 구두쇠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재물을 인색하다시피 아끼는 것이 우선이지 환경을 위한다는 생각이 우선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아껴 쓰고 효율적이게 쓰는 생활습관이 결국엔 환경에도 좋고 가계에도 좋다면, 그런 점은 본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티브이 토크쇼나 라디오 사연을 통해서 구두쇠들의 전설적인 이야기들을 한 번쯤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물을 아끼려고 용변을 몇 번 모았다가 내리는 일화, 화장실 휴지를 정해진 칸 수 이내로 써야 하는 일화 같은 것 말이다. 여유롭게 살 수 없던 시절,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 결국엔 번듯한 집을 마련했다는 그런 이야기들. 그게 너무 지긋지긋하고 싫었던 자녀들이 자라나 지금의 기성세대가 되었을 것이다. 어떤 이는 그런 습관이 남아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그런 짠내 나는 생활이 지겨워 더욱 풍족하게 살고 싶어 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아끼려는 예전 사회의 분위기와는 달리, 고도성장한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서고 나서 사람들은 지나치게 소비욕구를 자극받았다. 싼 값에 여러 개가 딸려오는 생활용품이라던가, 없어도 살았지만 광고를 보면 꼭 필요할 것 같은 가전제품 같은 것이 집 안에 켜켜이 쌓이다 보면, 정리정돈 전문가가 생겨버릴 정도로 복잡해진 집안 상태와 마주하게 된다. 이런 현상의 반동으로 생겨난 게 현대적인 느낌으로 다시 태어난 구두쇠, 바로 미니멀리스트가 아닌가 생각된다. 타이틀이야 어떻든 환경과 자원을 아끼기 위해 나는 기꺼이 구두쇠가 되었다.








물을 쓰기 위한 물


아직도 양치질을 할 때 물을 틀어 놓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의미 없이 흘러 내려간 물은 그대로 다시 수도꼭지를 통해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고 할 지라도, 한 번 하수구로 들어간 물은 일렬의 과정을 통하여 수 없이 많은 전기와 물을 사용하고 쓰레기를 만들어 낸 후에야 비로소 각 가정의 수도꼭지로 나오게 된다. 일본의 경우 변기 위에 작은 세면대가 있어 세면대에서 쓴 물을 변기 물로 다시 재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역시 구두쇠와 같은 생활습관도 무척 중요하지만 인간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환경을 지키는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이런 혁신적인 아이템이 우리나라에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식물을 정화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

김치찌개, 라면의 남은 국물 = 약 700리터 (욕조의 6개를 가득 채우는 양)

맥주 200cc = 2,860리터 (욕조 24개를 가득 채우는 양)

소주 4-5잔 = 1만 리터 (욕조 84개를 가득 채우는 양)

(욕조 한 개를 가득 채우는 데는 120리터의 물이 필요)


이처럼 아주 적은 양의 남은 음식물을 하수구로 내보내도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음식을 남김없이 먹는 행위도 물을 아끼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수돗물로 고스란히 돌아오는 합성세제


음식물을 정화할 때 들어가는 물의 양도 어마어마한데 하물며 화학물질은 말할 것도 없다. 물을 아끼고 더불어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탄화수소와 같은 화학물질을 원료로 만든 샴푸, 린스, 주방, 세탁 세제 등을 포함한 분말, 액상의 합성세제보다는 비누를 사용해야 한다. 둘의 세척력은 비슷한데 비해 합성세제가 가격이 싸고 사용이 편리하여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러한 합성세제는 정화하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잘 분해하지 못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해가 되지 않기도 하고, 또 된다 해도 그 과정이 느리다. 그리하여 수돗물을 통해 고스란히 다시 생활로 유입되게 된다. 정말 끔찍하다. 그에 반해 비누는 천연적인 고급 지방산이나 수지산 등을 원료로 제작하며 자연으로부터 생성된 동식물성 유지이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없고 자연에서 분해가 잘 된다. 


먹는 것 외에도 면 티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선 2000리터의 물이, 가죽신발은 8000리터의 물이 소비된다고 하니 불필요한 쇼핑과 소비를 줄여나가는 것만으로 간접적으로 수자원을 지킬 수 있다. 한 사람이 쓰는 물의 양은 미국이 378리터, 우리나라가 292리터, 독일이 150리터라고 한다. 과대 소비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미국과 근면성실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독일의 중간 선상에서 조금 미국 쪽으로 기울인 쪽에 우리나라가 있다. 우리나라가 어떤 기술이나 제품으로 유명해지는 것도 좋지만, 국민 모두가 자연순환에 대해 깨어있는 의식을 갖고 일상생활과 일을 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축소주의


실제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나만의 기준을 세워 실천해 본다. 크게는 (당연히) 물을 아껴 사용하고 남으면 재사용하기, 화학물질 배출을 최소화 하기, 채식하기 & 쇼핑 최소화를 통해 간접적인 물의 소비를 줄이기로 요약할 수 있다. 자세한 실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욕실

샤워 물 받아 쓰기 : 따듯한 물이 나올 때까지의 물을 받아 놓고, 설거지나 청소, 빨래할 때 재사용한다.

직접 만든 숙성 비누 사용 : 얼굴, 손, 몸에 전부 직접 만든 한 개의 비누를 사용 중이다.

샴푸바 사용 예정 : 현재 쓰고 있는 샴푸, 린스를 다 쓰고 나면 고체형태의 샴푸바를 만들거나 구매해서 사용해보려고 한다. 샴푸바를 사용한다면 덤으로 플라스틱 배출을 방지할 수 있다.


여분의 물을 항상 받아 놓는다.




주방

구두쇠의 마인드로 상시 물을 최소화하여 요리와 설거지를 한다.

친환경 주방 세제 사용 : 친환경이지만 이 것도 일종의 합성세제이므로 천연 비누로 바꾸어 사용하고 싶다.

주로 채소 요리 하기 : 가끔 고기를 볶거나 생선을 요리하면 채소만 요리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세제와 물을 사용하여 세척을 하게 된다. 동물성 기름은 잘 지워지지 않고 생고기나 생선을 조리할 땐 균의 염려 때문에 더욱 신경 써서(세제를 많이 사용하여) 주방을 청소하게 된다.


비누는 6주를 숙성시켜야 하므로 항상 미리 만들어 둔다.




청소

친환경 세제 이용하기 : 에탄올, 베이킹 소다, 구연산, 식초를 이용하여 청소한다. 청소 중 코나 피부로 스며들어도 안전하고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도 합성세제보다 정화가 잘 된다.

세탁 시 세탁 볼 사용하기 : 세탁 볼과 과탄산 소다만 사용하여 세탁한다. 섬유는 물론 버려지는 물에 합성세제가 전혀 남지 않는다. 더불어 헹굼을 1회 이상 안 해도 되니 (세탁기의 기본 세팅은 보통 헹굼 2회) 물을 아끼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북유럽 사람들은 물과 전기를 가장 많이 먹는 가전제품인 세탁기를 일부러 없애고 공용 세탁소를 이용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균은 에탄올만 사용하여 청소해도 죽는다.




생활

기초 화장품 만들어 쓰기 : 요즘엔 크림 한 개를 만들어서 얼굴과 몸에 같이 바른다. 모두 자연에서 온 성분들이라 물로 씻더라도 자연으로 잘 돌아가게 된다. 더불어 화장품 용기를 매번 버리게 되지 않아서 플라스틱 및 쓰레기 감소에도 효과적이다.

메이크업 제품도 친환경 : 메이크업 제품도 제품 제조과정에서부터 포장방법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를 선택한다.

쇼핑을 줄이기 : 옷 하나를 사더라도 수차례 고민하고 사며 오래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재질로 고른다. 빈티지를 이용하거나 리폼하여 입는 것도 방법이다. 옷을 제작하는 데 들이는 물은 물론 플라스틱, 쓰레기, 전기까지 아낄 수 있다.

주로 채식, 남김없이 먹기 : 가축을 키우고 도살하여 요리되기 까지 끔찍하게도 많은 물이 필요하므로 주로 채식으로 먹는다. 음식은 필요한 만큼만 남기고 모두 먹는다. 되도록 국물까지도.


화장품 및 비누를 만들어 쓰는 것이 생활화가 되었다.





이 정도가 내가 하고 있는 (할 예정인) 구두쇠 생활/물 소비를 축소하는 방법이다. 다른 구두쇠들의 좋은 방법이 있다면 끊임없이 알아가고 실천해 볼 예정이다. 축소주의 생활은 실제 생활을 심히 불편하게 하지 않을 정도로 하고 싶다. 지금 실천하고 있는 일들이 익숙해지다 보면 더 할 수 있는 일이 그때 가서 또 보일 것이다. 처음엔 샴푸를 포기 못할 것 같았는데 지금은 어느새 마음이 열렸다. 나의 꿈은 친환경 집을 짓는 것이다. 언젠가 떨어진 빗물까지도 재활용을 하여 세차도 하고 텃밭에 물도 주는 생활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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