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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Apr 25. 2024

한국 사람들이 놀라 자빠질 독일의 모습 Top 5

진짜 자빠져도 책임 안 짐

1. 보행자 - 자전거 - 자동차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이경규의 양심 냉장고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 횡단보도 앞 차량 정지선을 지키는 사람을 찾아내 냉장고를 선물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만큼 정지선을 지키는 사람이 드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그때와 다를 바 없는 것이 한국의 교통문화 수준이다. 아니 어쩌면 배달 오토바이들 덕에 20년 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정지선은커녕 횡단보도에 뻔히 보행자 신호가 켜져 있음에도 건너는 사람들 앞뒤로 오토바이와 차들이 위험천만하게 지나가니 말이다. 백주대낮에도 그 정도니 야간에는 뭐 단속 카메라가 없는 곳이면 누가 신호를 지키랴. 


독일이라고 미친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소수의 미친 운전자를 제외하면 보행자 - 자전거 - 자동차의 우선순위를 지키는 문화 수준은 매우 높다. 한국에 익숙한 초기에는 내가 횡단보도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나를 보고 서주는 차에게 미안해 수줍게 인사하며 뛰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독일 사람들은 심지어 빨간불에 지나가는 보행자도 웬만해선 뛰지 않는다. 교통법규상 녹색불(보행자 신호)에 횡단보도에 집입했을 경우 중간에 빨간불로 바뀌어도 차량이 기다려주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했던가. 독일 사람들은 심지어 무단 횡단을 할 때도 뛰지 않는다. 안전을 위한 규정이 월권이 되어 제멋대로 월권을 부리는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들도 너무 많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름에 꼭지를 만들어 다시 다뤄보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위해 자동차 운전자가 열불이 나는 쪽이 더 나은 선택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보행자 / 자전거를 내려서 건너는 것이 룰 / 기다리는 오토바이 


2. 상상할 수 없이 잦은 기계 고장


한국에서는 독일의 기술력을 굉장히 믿고 있겠지만 일상에서 접하는 그 수준은 처참하다. 필자의 집 앞 사거리에의 신호등은 몇 달에 한두 번씩은 고장이 난다. 심지어 고장이 나서 사거리가 난리가 나고 겨우 수리를 마친 신호등이 며칠 후에 또 고장이 나기도 한다. 유독 우리 집 앞 신호등만 그럴 리가 있겠는가. 베를린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 신호등 고장이 잦은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신호등만이 아니다. 이제 막 새로 설치된 가게의 주문 키오스크도 5대중에 3대가 고장 나 있고, 은행 자동 입출금기도 고장 나 있다. 여러 번 언급했듯이, 한국과 다르게 독일은 자동입출금기 하나도 집 앞에 딱 있는 생활권이 아니기에 차를 타고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데 딱 한대 있는 입출금기가 고장이라 헛걸음하는 날은 '아... 독일.. 지긋지긋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기술력의 문제인지 사용자의 문제인지는 따져봐야 알 문제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모든 기계들이 자주 고장 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장'이라는 말도 없이 그냥 안 되는 경우도 많으니 당신의 카드나 돈을 먹거나 일처리가 제대로 된 건지 안된 건지 모를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라. 


그나마 차가 안 막히는 상태라 난리는 아니다
은행 입출금기의 고장 / 고장이라고 붙여 놓은 꼴

 

3. 거스럼돈을 안 주는 자동판매기


독일에는 잔돈을 안 주는 자동판매기를 종종 볼 수 있다. 다시 한번 풀어서 말하자면 당신이 1유로 10센트짜리를 구입하려고 하고 10센트짜리 동전이 없다면 2유로를 넣고 잔돈은 못 받는다는 얘기다. 주로 우표를 파는 자동판매기의 경우 거의 모든 기계가 그랬던 것 같다. (독일은 아직도 종이 우편을 많이 쓴다.) 혹시 카드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잔돈 없음'뿐 아니라 '카드 사용 불가'가 함께 쓰여 있는 곳도 많다. 전철이나 버스 티켓 판매기, 담배 판매기, 음료수 자판기 등등 이렇게 친절하게 잔돈이 없다는 얘기가 없이 잔돈을 안 주는 경우도 많으니 항상 잔돈을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2유로쯤 날려도 좋다는 마음을 준비하던지.


친절한 우표 판매기


4. 거짓말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 


한국에서 배달앱이 없던 시절 유명한 거짓말이 있다. 짜장면을 시키지 한참 된 중국집에 전화를 하면 한결같이 돌아오는 대답이다. "지금 막 출발했어요!" 물론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


독일은 거짓말 천국이다. 법적 소송에 가지 않는 한 '손해 본 사람은 있는데 잘못한 사람이 없다'.


링엘뢰텔(Ringelröteln) -일반적인 풍진과는 또 다른 형태의 풍진. 파보바이러스 B19-이라는 전염병이 있다. 독일에서 흔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많이 걸리는데, 이것은 보통의 경우 위험한 병이 아니지만 임산부에게 옮으면 아주 치명적인 병이다. 태아가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임산부의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이 전염병에 걸려 왔다. 태아가 걱정된 엄마는 급하게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했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첫째는 어린이집을 갈 수 없고, 엄마는 직장에 갈 수 없다. 그런데 결과가 일주일이 지나도 안 나오자 생활이 너무 힘든 엄마는 병원에 전화를 했고 병원에서는 짜증을 냈다. "검사소에서 결과가 나와야 알려주니까 전화하지 말고 그냥 기다려!!"라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생활은 망가지고, 혹시 그동안에 태아가 위험해지면 어떡하나 하고 스트레스는 극에 달았다. 그러나 끝내 밝혀진 결과는 이렇다. '엄마의 피는 사라졌다!!' 처음부터 없어졌다고 알려줬으면 빨리 다시 가서 뽑기라고 했지. 병원은 검사소(Labor)에서 검사 중이라고 거짓말했다고 핑계를 대고 라보어는 병원에서 못 받았다고 핑계를 대고... 다행히 태아에는 영향이 없었지만 혹시 이렇게 죽거나 아픈 아이가 태어나면 어쩔 뻔했나. 


병원, 관청, 기관 할 것 없이 다 똑같다. 슈퍼에서 계산은 잘 못해도, 길거리에서 분쟁이 생겨서 경찰이 와도 CCTV가 없기 때문에 거의 모든 경우에 거짓말을 한다. '사실은 내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아직은 보지 못했다. 억울하면 변호사 사서 소송 가시던지...



5. 상상을 초월하는 공사기간 


프라이부르크(Freiburg im Breisgau)라는 도시에 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서관이 공사를 시작했다. 이제 막 건물을 부수고 새로 도서관을 지으면 어떤 모습일까?! 그러나 4년쯤 지나 그 도시를 떠날 때까지 나는 새 건물을 보지 못했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완성된 외벽정도도 못 본 것 같다. 독일의 공사 기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길다. 늘 오가는 길에 있는 건물 하나는 거의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공사를 더 진행하는지 아닌지를 의심할 정도로 그대로 있다. 집 앞 놀이터는 새로 놀이터를 짓겠다고 공사를 시작한 지 7-8년쯤 지난 지금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 중인 도로 - https://www.welt.de

베를린에는 건물뿐 아니라 도심 곳곳을 막고 있는 공사가 많다. 바리케이드로 길을 아예 통으로 막고 하는 공사인데 몇 개월 몇 년씩 막혀있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길이 막혀 있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다. 다른 길은 내어준다던지, 돌아가는 최선의 길을 잘 공지한다던지. 예를 들면 아무 대책 없이 올림픽 대로가 몇 주 몇 달 막혔있다고 상상해 보라. 집 앞이나 매일 지나다녀야 하기 길에 이런 공사가 있으면 돌아가거나 차가 밀리거나, 주차 공간이 없거나 하는 불편함을 몇 년씩 참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또 중요한 포인트는 그렇게 오래 걸려서 바리케이드가 치워졌는데 결국 결과가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망가진 길을 공사했는데 금방 다시 길이 망가지고 또 공사가 시작된다. '그동안 뭘 했지?!'라는 의문이 절로 든다. 


베를린 브란데 부르크 공항(https://ber.berlin-airport.de/de.html)은 2005년 당시 19억 유로(한화 약 2조 8000억)이라는 예산과 2011년 완공이라는 목표를 세웠으나 결국  무려 1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2020년 완공되었다. 애초의 예산 몇 배에 달하는 73억 유로가 넘는 공사비가 들었다. 안전상의 이유였기에 언뜻 보면 '역시 독일!!'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지금도 여전히 정비가 안 된 시설과 정리가 안된 시스템들이 많이 보인다. 예전에는 독일이 오래 걸려도 제대로 한다는 핑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오래 걸리고 결과도 안 좋은 나라가 돼버린 것도 같다. 

 

화재경보기가 잘못 울려 난리가 난 베를린 공항

 


image : https://www.metallonline.ch/de/magazin/detail/doppelfassade-mit-smarter-sonnenschutzsteuer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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