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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Jun 13. 2024

선진국? 이 좁아터진 땅에서?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 가 2

대한민국은 기적 같은 나라다. 


광개토대왕이 정벌하고, 발해를 차지하던 먼 옛날 말고 지금의 국가 형태를 갖춘 이후 한 번도 침략전쟁으로 땅따먹기를 해본 적도 없고, 큰 국토를 갖고 있지도 않으며, 석유 같은 돈 되는 천연자원이 나오지도 않는다. 

다른 나라보다 개방을 일찍 해서 문물을 먼저 받아들이고 흡수하지도 못했고, 산업 혁명 같은 세계 과학 기술 개발의 진원지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내세울게 아무것도 없는 나라. 동족 간 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반쪽짜리 분단국가가 단시간에 이런 대단한 나라로 성장한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기적 같은 일이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인생이 고달프고 먹고사는 건 어느 시대나 힘들겠지만 솔직히 먹고살만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냥 남들보다 더 잘 먹고 더 잘 입고 더 잘 사는 욕망의 굴레를 도느라 힘든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정말 생존의 문제에 허덕이는 사람은 아주 적어졌다. 


그 방증이라 할만한 것이, 사람들의 관심사다. 


이제 사람들은 원초적인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다. 더 복잡하고 더 쓸데없는 혹은 더 고차원적인 무언가에 더 관심이 있다. 건물주가 되는 것을 꿈꾸기도 하고, 더 매력적인 외모를 위해 평범한 주위사람들도 너도 나도 보수공사를 한다. 자신의 마음을 더 돌보기 위해 남의 마음을 무시하는 것을 배우기도 하고, 더 고상한 취미 더 특이한 인생을 살고 싶어서 발악을 한다. 그 와중에 천민자본주의를 벗어난 복지국가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지구의 미래를 위해 동물이나 환경을 보호를 해야 한다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에는 잘 듣지 못하는 표현이지만, 한 때 '어느 나라가 어느 나라보다 몇 년 앞서있다.'라는 말을 많이 쓰던 시절이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은 일본 보다 몇 년을 앞서있고, 일본은 한국 보다 몇 년을 앞서 있고... 이런 식이다. 


어릴 때 이런 말을 들으면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 있다. '사람이나 국가나 가는 길이 다 다를 텐데 어떻게 누가 나보다 몇 년 앞서있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물론 그것은 지표로부터 미래를 계산해 보는 것이다. 일인당 GDP가 얼마고 일 년 기대 성장률이 얼마고 등등을 거치면 대충 비슷한 계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것이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어쩌면 요즘 한국에서 그런 표현을 잘 쓰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 같다. 


개인도 그렇지 않은가.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거치는 과정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정해진 길이 있고 그 기간이나 성과도 예측가능한 부분이 있다. 그렇게 어른이 돼서 소위 자기 앞가름을 할 때까지는 그렇다. 그러나 생존의 문제를 벗어난 경제 활동과 인생의 경험이라는 것이 축적될 즈음에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는 선택해야 한다.


돈을 더 벌어서 기어코 건물을 하나 갖고 죽을지. 


살아보니 가족이 가장 중요한 가치여서 가족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살지.


인생 뭐 없고,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끝은 내가 아니라 우리라고 생각한 누군가는 나눔과 봉사의 삶을 살기도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지금 이 정도 시기에 와 있는 것 같다. 


한 개인의 인생도 한 가지 가치에만 집중할 수 없고, 그것은 좋은 선택도 아니다. 국가 역시 위에 언급된 많은 가치들 중에 소홀히 버리고 갈만한 가치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특이하고 기적적인 나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있다.


그것은 '나만의 인생을' 찾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가진 특수성과 독창성을 고려한 '대한민국'만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것은 몇 년을 달려 미국의 무엇을 쫓아가고, 몇 년을 달려 유럽의 무엇을 추월하는 길이 아니다. 아예 다른 길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버려서는 안 될 자산이다


물론 부모와 자식의 20년을 날려버릴 미쳐버린 입시는 없어져야 마땅하다. 그리고 곧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교육열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큰 장점이다. 


세계 어느 국가도 대한민국처럼 '똑똑한 일반인'으로 가득 찬 나라는 없다. 보통 선진국들은 엘리트들이 국가를 이끌어간다. 소위 길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인식, 지식, 인지 수준이 한국에 비하면 많이 떨어진다. 물론 이것은 한국이 좁은 사회이기 때문에 알기 싫어도 알게 되는 상식이들이 쌓이는 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큰 원동력은 사회가 가진 '교육열'이라는 에너지다. 


한국에서는 부모가 자식 교육을 시킨다 하면 3살짜리 애들 벌써 서울대생 만들라고 한다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면이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아마도 부모들은 더 나은 인간으로 더 행복한 인생을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인데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본인들도 몰라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더 나은 인생'에 대한 열망이 '교육열'로 연결되는 것이다. 


앞으로 '더 잘 사는 인생'은 일류대도 아니고, 건물주도 아니고, 몇 백만 유튜버도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사회가 되면 된다. 남과 같은 길을 가지 않아도 가치 있고 행복한 인생일 수 있다는 증명 같은 사람들이 많이 나와주면 된다. 그러나 그 증명을 위해 '더 나은 인생'을 살기를,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사회가 그리고 부모가, 또 스스로가 끊임없이 열망해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땅을 벗어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스라엘의 막강한 힘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스라엘의 국토는 남한 보다 5배나 작다. 지금 한국도 좁아터져 미치겠는데 반쪽짜리 남한 보다 5배가 작은 땅을 가진 나라가 어떻게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권력을 가진 나라가 되었을까.


세계를 주름잡는 글로벌 기업의 주인들, 정치계, 법조계. 한 때 실리콘 벨리에서 투자받으려면 유대인 CEO가 아니면 힘들다는 말을 할 정도로 유대인 파워는 엄청나다. 




저 사람들은 다 이스라엘에 거주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일까? 모두 이스라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일까? 절대 불가능한 얘기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정체성, 유대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인 것은 분명하다. 어디에 살던 어느 국적을 가졌던 요즘 세상에 그게 큰 의미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어떤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느냐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디아스포라', 해외에 나가있는 자국민 혹은 해외에서 태어난 유대인, 심지어 몇 대째 다른 나라 사람으로 살아가는 '외국인 유대인'까지 자신들의 정체성을 갖게 하기 위해 엄청난 힘을 쏟는다. 


영상을 보면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LiQ_qyGC04


그런 면에서 한국은 아직도 멀었다. 아니 거의 반대로 가는 중이다. 국가뿐 아니라 국민들 역시 해외 거주자들을 혐오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세금도 안 내고, 들어와서 혜택만 받고, 군대도 안 가고 등등 욕할거리는 넘쳐난다. 당연히 해외에서 몇 세대째 자녀를 낳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포용하기에는 그릇이 아직 작다. 그러나 손흥민은 국민영웅 아닌가. 봉준호가 할리우드에서 살아도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영화감독 아닌가? 아마 앞으로는 해외에 거주하거나 심지어 한국 국적이 아닌 사람들, 누가 봐도 한국 사람처럼 안 생긴 한국 사람들이 한국의 힘이 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굳이 스타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한국인의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국력을 판가름하는 시대가 된다. 


한국이 작은 국토에서 벗어나는 마인드를 갖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물리적 한계를 넘어 더 큰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국주의를 경험하지고 못한, 식민지를 가져보지도 못한, 큰 국토와 자원을 가지지도 못한 나라에서 이 모든 것을 경험한 미국, 유럽의 모델을 따라가는 것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더군다나 사회의 리더들이 리더의 품격을 유산으로 받지도 못한 나라에서 90%의 국민을 10%의 인재가 끌고 가는 방식. 세계를 상대로 국토라는 땅덩이에 묶여있는 마인드로는 미래가 없다. 





이미지 > https://kr.123rf.com/photo_44476421_%ED%95%9C%EA%B5%AD%EC%9D%98-%EC%84%B8%EA%B3%84%EC%A7%80%EB%8F%84-%EB%AA%A8%EC%96%91-%EC%95%88%EC%97%90-%EA%B5%AD%EA%B8%B0-%EC%9D%BC%EB%9F%AC%EC%8A%A4%ED%8A%B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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