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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May 30. 2024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

우울한 건 알겠는데 가장인지는 모르겠네

Understanding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

https://www.youtube.com/watch?v=JCnvVaXEh3Y

얼마 전 모든 뉴스들이 한 꼭지를 내어 다룰 만큼 화제가 됐던 영상이 있다.


그것은 미국의 유명 유튜버이자 작가 마크 맨슨(Mark Manson)의 한국에 관련된 영상이었는데, 제목이 꽤나 자극적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 이해하기'
(Understanding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



제목 그대로 한국 사회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을 하기보다는 '한국은 왜 우울한 나라가 되었나'를 좀 더 깊게 이해해 보려는 잘 만든 영상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영상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다루기보다, 다른 포인트에 얘기를 하려고 한다.



리서치(Research)의 오류 - 서구와 한국에 대한 오해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조사와 연구 통계들이 넘쳐난다. 굳이 논문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세계에서 뭐가 몇 등이네 하면서 다루는 기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부패지수 163개국 중 42위

OECD 자살률 1위

GDP 명목 성장률 215개국 중 91위  

학업 성취도 38개국 중 1위


조사에 따라 한국인으로 자부심이 생기는 항목도 있고 자살률처럼 씻지 못할 오명(汚名)이라 할만한 항목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결과가 다 사실은 아니다.


예를 들면 혈액 내에 콜레스테롤 수치라던가, 평균 키나 몸무게가 몇 이라던가 처럼 단위 기준이 있는 수치는 비교가 가능하다. 그것을 객관적 지표로 볼 수 있는 이유는 그 결괏값이 동, 서양과 인종, 성별 어떤 것도 상관없이 과학적 사실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예를 바탕으로 이런 조사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독일과 한국에서 '키'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 비교, 은퇴 후에 가장 살고 싶은 도시 등등




조사 결과에 인간적인 부분이 들어가면 일단 서구와 한국의 조사는 비교할 수 없는 간극이 생긴다.


그 이유는 서구와 한국이 갖고 있는 '말하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일단 이해를 돕기 위해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지미 양(Jimmy Yang)은 중국계 미국인 코미디언인데, 그는 자주 인종과 문화의 차이를 개그 소재로 삼아 기발한 스탠딩 코미디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t0YVPZBTuxI

한국어 자막 있음


이 영상은 백인, 흑인, 동양인이 돈 자랑을 하는 차이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간단하게 얘기하면 백인은 자신의 삶이 얼마나 비싼지를 얘기하고, 흑인은 단도직입적으로 얼마짜리 물건인지를 자랑하고, 동양인은 얼마나 싸게 샀는지를 자랑한다는 것이다.


사실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사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오로지 그가 어떻게 말하는지에 달려있다. 내가 아무리 봐도 아닌데 싶은 삶을 사는 사람에게 "너는 행복하니?"라고 물어서 그가 "응! 너무 행복해!"라고 말하면 그는 행복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끝까지 의심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가 불행하다고 증명할 방법이 없다면 그는 통계적으로 '행복한 사람 + 1'이 되는 것이다.


왜 한국은 우울한 나라 1위가 되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의 말하기에는 어느 정도 자기 비하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때로 겸손일 때도 있고, 자랑일 때도 있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은 자기 PR 즉, 자신을 더 돋보이게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남이 볼 때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사람도,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다 못해 재수 없을 정도로 지나친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시대가 많이 달라져서 과거보다는 덜 하지만 누군가 자신을 칭찬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에이 아니에요."라던가 "과찬이십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에 서구는 "고마워!"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일 뿐 아니라 그 뒤로 한술 더 떠 스스로에 대한 자랑을 쭉 이어가기도 한다.


"너 오늘 피곤해 보인다."


한국에서는 피곤한 것이 일종의 자랑하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 저렇게 말하면 자신이 요즘에 왜 바쁜지를 열거하면서 나름 잘 나가고 있다는 말을 돌려서 하기도 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인정을 받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렇게 얘기하면 상대가 또 "오 요즘 잘 나가네!"라고 칭찬을 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그때 이렇게 얘기한다.


잘 나가긴 실속 없이 바쁘기만 하고 들어오는 건 없네 허허허


 



사실 서양인들이라고 삶의 만족도가 한국보다 엄청 높지 않다. 다른 자신의 고민이 있고 고뇌가 있다. 회사일에 힘들어하고, 인간관계에 고통받는다. 남들보다 돈을 못 버는 것 같고, 못 사는 것 같은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 그에게 묻는다면 비슷한 만족도를 갖고 사는 한국 사람과 그 대답은 천지 차이일 것이다. 그는 자신과 안 좋은 관계에 있는 직상 동료를 욕하고 세상을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절대로! 절대로!


그는 '자신의 삶'을 비참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행복할 때조차도 '어디서 돈 좀 안 떨어지냐?', '죽지 못해서 산다.''인생 그지 같다'.'우울해 죽겠다'라는 말을 한다. 그것은 어쩌면 서양인들이 스몰토크를 할 때 날씨를 얘기하고 싱거운 농담을 던지는 것처럼 대화를 하는 클리셰 같은 것이다. 아예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더 과장되고 더 비참하게 내 인생을 얘기하는 것, 그것은 심지어 자랑이 될 수도 있는 자기 비하 같은 것 말이다. 그렇게 통계는 행복한 삶을 자랑하는 한국인 1을 우울하고 죽고 싶은 한국인 1로 잡아버릴지도 모른다.





(여담)


더 나아가 객관적 지표로 보이는 자살률 같은 통계도 사실 100% 신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실 미국이나 중국 같이 큰 나라들은 어디서 무슨 일이 있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 미국은 시골에 마을을 만들어서 자신들이 직접 무기를 갖추고 작은 국가처럼 사는 사람도 있고, 중국은 경찰 사칭을 경찰서 건물을 지어 놓고 경찰을 뽑아가면 한다. 독일도 미국, 중국, 인도 같이 땅떵이가 큰 나라는 아니지만 신분을 알 수 없고 원인도 알 수 없는 죽음은 널려 있다.


한 겨울이나 한 여름은 사실 한국이 더 덮다. 그러나 그때마다 유럽에 사망자가 더 많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 하나는 유럽에는 버려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큰 나라들의 정부와 경찰들은 사사로운 일은 그냥 다 넘어간다. 한국처럼 모든 것을 사건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처럼 CCTV가 지천에 깔려있지도 않고, 웬만한 분쟁은 그냥 서로 맞고소로 가면 서로 다 알아서 합의하던 취하하던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외진 곳에 시체가 있다. 그는 가족도 없고 집도 없다. 신분증도 없을 수 있다. 이것 것을 열심히 파헤쳐서 자살로 판단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검을 해서 원인을 파악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마 그는 그냥 '이유를 알 수 없는 사망'으로 처리됐을 확률이 크다.     

  



이미지 : https://www.mk.co.kr/news/society/10945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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