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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Jun 06. 2024

일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사는 나라?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 가 1

한 때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다."는 말이 유행이었다. 누가 아니겠는가. 일이 너무 좋은 사람도 지치고 쉬고 싶을 때가 있다. 쉬고 싶을 때 쉬고, 놀고 싶을 때 놀면서 그러나 적당히 일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더불어 내가 일한 것보다 많이 벌면 더 좋고 말이다. 


한국에서 바라보는 독일은 '적게 일하고도 잘 사는 나라'인 것 같다. 최저임금은 12,41€ (한화 약 18500원)이고, 오후 3-4시면 퇴근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놀고 있으면 몇 개월씩 실업급여도 두둑이 챙겨주는 그런 나라. 




한국은 최저임금(9860원)이 독일의 반도 안되고, 직장인의 등골을 빼고 돈은 적게 줘서, 정부가 실업급여나 수당을 짜게 줘서 살기 힘든 나라일까? 이런저런 것이 다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이런 사회보장제도나 노동 환경, 복지등은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달리 말하면 이런 것들도 모두 개선되어야 할 부분일지언정, 이것들이 개선된다고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 


예를 들면 한국의 대입제도를 보자.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수시로 교육과정을 재정하고, 입시 제도를 이랬다 저랬다 바꾸고, 논술을 넣고, 봉사점수를 넣고, 난리 부르스를 춰도 학생과 학부모만 더 죽어나는 방향으로 가게 되어있다. 그냥 시대가 학벌 위주의 사회가 좋아졌다면 좋아졌지 대학을 가는 과정이 더 인간적이거나 공정해졌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20살까지 아이와 부모의 가장 큰 목표가 '좋은 대학'인 사회가 그대로 있는 이상. 정부나 기관이 하는 노력들은 뭐든 먹어 삼키는 불가사리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한국은 먹고살기 힘든 나라인가? 하면 절대 아니다. 대한민국처럼 최고급 차량이 잘 팔리는 나라는 없다. 아마 인구대비로 보면 세계 1위일 것이다. 비싼 명품 시계, 옷, 가방을 그냥 '보통 커플이나 부부들이 한번 주고받는 선물'쯤으로 여기고. 잘 나간다는 물건은 가격이 얼마던 불티나게 팔린다. 때가 되면 해외여행 다녀오고 마트에 가면 다들 수북수북하게 먹거리를 사는 것이 서민의 삶인 나라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것'에서 적게 일하는 기준은 몇 시간인가? 그리고 많이 버는 것은 도대체 얼마인가?


모든 것이 상대적이다. 


예전에는 야근 안 하는 회사가 드물었고, 주 5일 근무가 시작된 건 불과 12년 전인 2012년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회사원 중에 야근 안 하는 날에, 토요일에 쉰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사람은 없다. 그게 그냥 디폴트인데 좋아할게 뭐가 있나. 잘 먹고 잘 살아도 더 좋은 동네에 더 좋은 차에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살고 싶은 욕심은 끝이 없다. 심지어 남이 볼 때 좋은 동네에 좋은 차에 좋은 옷을 입고 수십억 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도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느끼며, 더 잘 사는 사람들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어찌 보면 욕심은 인간의 본능처럼 보이기까지 하는데...


독일은 어떻게 여유 있는 나라가 되었을까?


정답은 사실 간단하다. 분수에 맞는 삶을 살면 된다. 더 차갑게 말하자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아직 계급화가 진행 중인 나라고, 독일은 완고한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분에 넘치는 삶을 위해 분투하느니 안분지족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값인 나라. 


독일의 상위 계층들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벌까? 절대 그렇지 않다. 


행복한 삶은 모르겠지만, 부와 명예 같은 사회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남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은 만국의 공통이다. 


"주 40시간 일해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80 - 100시간은 일해야 한다." 


테슬라, 스페이스 X 등을 운영하는 세계적인 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2018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그 이후로도 그는 많은 인터뷰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죽도록 일하라고 말하고 있다. 


독일의 상위 클래스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퇴근 없이 일한다. 매주 비행기를 타고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주말 가족 여행에도 노트북을 가져가서 일하고, 밤잠을 줄여가며 일을 할 때도 당연히 있다. 부부가 다 바쁘면 집과 아이들 돌보는 분을 쓰면서 가정을 유지하는 경우도 특별한 일이 아니다. (여담이지만 진짜 독일의 리더들은 사회를 위한 기부나 노력을 정말 많이 하는 것 같다)


그 밑으로도 여러 계층이 존재하겠지만, 아래로 가면 갈수록 더 나은 삶에 대한 관심은 점점 없어진다. 남들이야 어떤 집에 어떤 차를 타던, 어떤 것을 먹던 상관없이. 내 방식대로 사는 것이다. 심지어 돈에 관해서 뿐 아니라. 남자와 여자의 관계라던가, 건강이나 인권, 예의나 존중도 그냥 내 식대로 살면 OK.로 사는 부류들도 아주 많다. 





대한민국은 아직 모두가 독일의 상위 클래스처럼 살고 싶어 그렇게 박 터지는 경쟁사회로 사는 것이다. 그러나 점점 계급화는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가 왜 5분 더 일찍 출근해야 하나요?'라던가 '받은 만큼만 일한다'라는 이슈들이 생겨나는 이유는 지금 대한민국은 '걸러내는 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삶을 살지 고르는 시기말이다. 더 많은 개인시간을 갖고 좀 덜 좋은 거 입고 덜 좋은 거 먹으면서 살 거면 덜 일해도 되고, 아니면 더 일해야 한다. 남들은 정시에 출근할 때 10분 먼저 출근하고. 시키는 일만 하던지, 내 아이디어를 더 얹던지 결정해야 한다. 무슨 삶이 더 좋고 안 좋고를 선택하는 것도 개인의 몫이다. 그리고 덜 일하는 사람이 물질적으로 덜 갖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남들보다 덜 일하고 똑같이 가지려고 하는 것은 불행만 가져올 뿐이다.  


어찌 보면 오래전부터 타고난 계급이 유산으로 물려내려 온 유럽 보다는 민주적이라고 해야 하나. 




대한민국이 이렇게 계급화를 거치고 나면 삶의 수준 차이는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그때 그것은 사회적 다양성이라는 말로 불릴지도 모르겠다. 복지국가나 자유주의라고 불릴지도 모르겠다. 같은 종류의 먹거리도 천차만별의 가격의 차이가 나는 등급이 존재하는 독일의 슈퍼처럼 말이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가 2편에서 계속.....

 




image :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828325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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