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라니 Jun 07. 2024

재목 아닌 제목을 짓다

  "제목을 어머니라고 해야 하나?"


  급한덕이 제목을 고민하며 혼잣말을 한다. 두 번째 시간,  제목은 없고 '재목'이라고 떡하니 써 놓았던 때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다른 작가의 시를 필사하고 낭독하면 자연스럽게 제목을 떠올리고 쓰는 날이 올 거라 믿었는데 딱 들어맞았다. 생각보다 그날이 일찍 왔다. 찌르르... 감동이 몰려온다. 


  순한커플은 '어머니'에 관한 시를 술술 썼다. 급한덕은 먼저 자신의 시를 다 쓴 다음 똑순애가 불러주는 대로 찬찬히 받아 써 주었다. 참으로 훈훈한 장면이다.


  급한덕의 시는 처음에는 '어머니 불러도 대답도 않더군요.'에서 끝난다. 급한덕이 낭독하는 시를 듣고 요괴딸은 질질 짰다. 똑순애도 눈이 촉촉해지더니 눈물을 콕콕 찍는다. 급한덕의 시에 나오는 그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후, 뒷부분을 추가로 써나갔다. 


  어머니       급한덕

 


  어머니를 보려고 강원도에서 

  전라도 김제에 오니

  아들을 몰라 보더군요

  어머니 불러도 대답도 없더군요

  

  어머니 혼자 앉아 계시는데 

  어머니 나 가요


  김제역 화장실에서 

  한참 눈물을 흘리다 열차를 탔습니다


  일주일 만에 다시 김제로 갔습니다

  돈이 없어서 어머니 장례도 

  집에서 치렀습니다


  급한덕의 시는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꾹꾹 눌러야 했던 슬픔까지도.  지금 급한덕은 연필과 노트를 들었다 놨다 몸을 수그렸다 폈다 가만히 있지 못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예감했던 공간과 시간 속에 있는 것 같다.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두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심정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오늘 똑순애의 시는 급한덕이 받아 써 주기로 했다. 급한덕은 똑순애를 위한 일이라면, 나서기 선수다. 똑순애는 한 자 한 자 느리게 적는 급한덕의 상황과 무관하게 시를 줄줄줄 읊는다. "엄마는 혼자된 오랜 시절이었고 엄마 혼자 우리 남매를..." 에고,  너무 빠른데, 급한덕이 어떻게 쓰려나... 요괴딸이 개입하려는 찰나 급한덕은 스스로 '엄마는 혼자된 오랜 시절'이라고 쓰고 행을 쫙 바꾼다. 서술어 없이 행을 끝낸 처음이었다. 급한덕의 본능적인 편집 기술 능력에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급한덕의 센스 있는 도움으로 똑순애의 시가 마무리 되었다. 


엄마 품       똑순애



엄마는 혼자된 지 오랜 시절

엄마 혼자 우리 사 남매를

키우시느라고 너무 고생하셨어요


나를 나무*집에 가라고 해서

나는 안 간다고 했습니다

동생이 대신 간다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엄마 품을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무--) 남의


  다음번에는 급한덕은 똑순애에 대해, 똑순애는 급한덕에 대해, 서로를 생각하며 시를 써보자 예고했다. 순한커플은 멀뚱멀뚱 어이상실. 과연 어떤 시가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 스포일러를 하자면, 똑순애를 향한 급한덕의 지극한 사랑이 샘솟는 시가 탄생했다는 것!    











이전 14화 급한덕의 어머니와 똑순애의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