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슈퍼티나트
옷에 붙은 재를 보더니 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만 가자. 나는 좀 더 있고 싶었지만, 그를 따랐다. 그는 검정 옷을 입었던 터라 옷에 붙은 재가 더 도드라졌다. 그곳에 꼭 가고 싶다 한 것은 그였다.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죽음을 가까이서 보는 것이 겁났지만, 죽음을 관광 상품처럼 판매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말했다. 하지만, 그가 우겨서 결국 가게 되었다.
네팔, 카트만두의 퍼슈퍼티나트 사원. 관광객을 위해 공개된 화장터다. 퍼슈퍼티나트는 500루피를 지불하고 들어가면 장례절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그는 네팔의 여느 관광지를 둘러볼 때보다 들떠 보였다.
시신 한 구가 들어왔다. 광대가 도드라진 깡마른 늙은 여자였다. 화려한 금빛 장신구와 창백해 보일 정도로 진하게 화장한 얼굴, 시뻘건 옷. 때문인지 죽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눈 뜨고 서 있었다면 잔뜩 꾸미고 축제를 즐기러 나온 노부인처럼 느껴졌다. 죽음이 삶보다 생생해 보이는 게 신기했다. 늙은 여자는 금방이라도 눈을 뜨고 일어날 것만 같았다. 그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표정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유족으로 보이는 여자들은 슬픔을 머금고만 있었지, 소리 내 울지는 않았다. 한쪽에서는 남자들이 열심히 장작을 나르고 때고 있었다. 시신은 불 속으로 들어갔고, 불길은 타올랐다. 사람이 타고 있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그와 나는 멍하니 불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우리 옷과 몸에는 재가 안착했다. 머리 빛깔이 재로 인해 잿빛으로 퇴색되었다. 사방에 뿌연 눈이 흩날리는 것처럼 보였다. 체온이 있는 사람의 몸에 눈은 닿으면 녹지만, 재는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뒤늦게 재를 알아차린 그는 깜짝 놀라면서 다급하게 옷과 몸을 툭툭 털어댔다. 기분 나쁜 표정으로 그만 가자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마치 죽음이 들러붙을까 두려워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날, 눈처럼 흩날리던 재와 타는 냄새. 공기를 오래 기억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생과 사가 하나로 합일되는 순간을, 다 타고도 남는 재를, 재는 꽤 멀리까지 따라왔고, 그날 그는 유독 더 오래 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