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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Oct 05. 2024

나의 이방인에게_43

물방개 

물방개 



어린 시절을 몰아낸 밤이면 연못에다 주먹을 던져댔다 

동심원을 퍼뜨리던 물결들이 잠의 표면에서 바르르르

바둥대는 물방개들

연못에 개구리밥을 잔뜩 풀어놓고 잠의 꼭대기를 짓는다 

물방개는 오르려다 구르고 오르려다 구르고 

소금쟁이는 최대한의 보폭으로 잠의 표면을 문지른다 

부레옥잠은 

굴러 떨어지는 물방개의 위치에서 자꾸만 꽃을 피우고 

다리 하나를 절룩이는 소금쟁이는 동백을 그려낸다

동심원은 커지고 수심은 점점 붉어진다

동백은 철퍽 주저앉아 자장가를 부르며 새하얀 알을 품는다 

새는 알속에서 자장가 듣는 법을 배우고 

깃털마다 자장가를 저장한다 

바둥대는 물방개들 

자꾸만 부레옥잠, 

연못 가득 연보라가 피어오르면 나의 연못은 둥둥 떠다닌다 

물방개는 점점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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