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고비
고기 고비
이제 살아있는 목숨 그만 등쳐먹고 싶다
먹고 싶다로 끝나는 문장 때문일까?
결심해도 목숨 맛을 끊지 못한다
고기 넘기는 고비
고비 열 번 넘기고 다시 고기
시래깃국에 고기 넣고 끓였더니
입에 잘도 들어가는 내가 괴기
넘어도 넘어도 고비
이건 뭐 스무고개도 아니고
고기 대신 모래 씹히는 고비사막을 넘자
고기 고비 넘자 고기 고비 넘자
고기 고비 넘자 고기 고비 넘자
넘자 넘자 넘어보자꾸나
이건 뭐 이상의 줄넘기도 아니고
고기의 고비는 잘도 찾아온다
지금껏 고기 먹고살아봤으니
이제는 안 먹고도 살아봐야지
사람이 어떻게 살던 대로만 살아
고기만 구워 놓으면
무아지경 황홀경
쉽사리 빠지던 내가
정신 줄 잡고
소고기는 소다
삼겹살은 돼지다
치킨은 닭이다
너희 생생한 동공을 상상하며
한 점 한 점 젓가락질 미뤄 보는 거지
젓가락 질 서툰 사람처럼
고기 집다 놓치고 집다 놓치고
세 개 먹을 거, 한 개만 꼭꼭 씹는 거지
예전에는 한 쌈에 고기 두 개 넣던 게 나야
직립한 내 등을 버리고 가로로 놓는다
엎드려 한 마리 짐승처럼 굴게
내 등 위에 앉아서, 너의 무게를 나에게 줘
내가 너를 업고 놀게
연필필연 이사사이 의자자의 식초초식 시계계시 동공공동 지금금지 호환환호 장문문장 고기기고 현재재현 용이이용 안개개안 교육육교 시집집시 감독독감 명사사명 동사사동 조사사조 시작작시 등등…
고기 고비를 넘으면서
등을 접으면 한 단어가 되는 두 글자 단어를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어
살던 대로 안 살면 새로운 취미가 생기네
절로 끄덕끄덕
친구는 집에서 매일 백팔 배를 하니까
집이 절이래
집이 절이라 절하면
긴 글 필요 없이 고기 고비를 절로 넘길 수 있을 거 같아
구구절절 대신 끊을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