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기쁨이 궁금해요

부부새 만세!

by 고라니

당신은 누구와 함께 살고 있나요? 아니면 혼자 살고 있나요? 저는 그동안 함께 살기와 혼자 살기를 반복하며 지금에 이르렀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함께여도 혼자만의 시간이, 혼자여도 함께인 시간이 고루 엮여야 탈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혼자 또 함께일 때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요.


성격 급한 아빠와 똑 부러지는 엄마 그리고 어설픈 저. 셋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밥 때는 정말 잘 돌아옵니다. 아침은 7시 30분, 점심은 12시, 저녁은 5시 40분 정도에 먹습니다. 아침 먹은 후에는 주로 방에서 책을 읽습니다. 눈과 몸이 무거워지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깨워줍니다. 방청소를 하고 좀 빈둥대다 보면 점심 준비 시간이 다가옵니다.


점심을 먹고 뒷정리를 마치면 노트북이나 책을 챙겨서 집 인근 카페로 갑니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2시부터 5시까지 책도 보고 글도 씁니다. 요즘은 나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질문들을 던지고 답을 하는 형식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던지는 질문은 타인에 대해 알고 싶은 궁금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딱히 해야 할 일이 없습니다. 자유롭다면 자유롭고, 게으르다면 게으르고, 속 편하다면 편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잠들기 전에는 헛헛한 마음에 책을 읽거나, 일기를 씁니다. 아침이 와도 반갑기보다는 다시 돌려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잦습니다. 부득부득 몸을 일으키고 전기장판을 끄고 부엌으로 갑니다. 먼저 보온병에 담을 물을 올려놓고, 물이 끓는 동안 사과를 깎습니다. 사과를 깎는 시간은 즐겁습니다. 새가 오니까요.


전에는 사과를 최대한 얇게 깎기 위해 집중했지만, 요즘은 설렁설렁 깎습니다. 과육이 많이 깎여나가도 괜찮습니다. 과일 껍데기를 마당에 널어 말리면 새들이 귀신 같이 옵니다. 주로 직박구리가 단골손님입니다. 그 자리에서 쪼아 먹기도 하고 물고 가서 먹기도 합니다. 직박구리는 빽빽 시끄럽고 요란하게 우는 주홍빛 볼터치에 회색 털을 가진 새입니다. 직박구리 깃털은 부스스하달까요. 엄마는 직박구리를 '엉성한 새'라고 불러요.


겨울이 되니 참새처럼 직박구리도 털을 부풀리나 봅니다. 매끈하고 통통해 보여서 다른 새라고 생각했습니다. 귤을 쪼아 먹는 새를 보며 무슨 새일까, 곰곰이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엉성한 새 아니야?" 듣고 보니 그렇더라고요. 그제야 주홍빛 뺨이 보였어요.


겨울에는 박새 두 마리도 자주 오갑니다. 엄마는 박새를 '부부새'라고 불러요. 혼자 오는 법이 거의 없고 꼭 두 마리씩 붙어 다니거든요. 참새 크기만 한데 검정과 흰색이 어우러진 귀여운 새어요. 박새는 평상에 있는 호박씨를 물어가느라 바쁩니다. 박새는 과일은 잘 안 먹는 것 같고 견과류를 좋아해요. 호박씨를 물고 가다가 몇 개 흘려서 엄마한테 꼭 걸립니다. 엄마는 호박씨를 박새로부터 지키기 위해 그물로 덮어둡니다. 하지만, 박새는 그물에 난 구멍 사이로 호박씨를 물어갑니다. 부부새 만세! 물론 그것도 엄마한테 곧 들키지만요.


특히, 추운 겨울에 새들이 먹이를 구하는 일은 생존에 중요한 일이겠지요. 아침부터 저녁 무렵까지 새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계속해서 이동할 거예요. 생존을 위한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는 일. 제가 못하는 일을 새들은 해냅니다.


마흔 중반, 순천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기 전까지는 일을 했는데... 지금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뭔가 하긴 해야 하는데... 뭘 하지.' 이 생각만 되풀이되네요. 생각만 많아지고 답답해져요. 굳이 일하지 않아도 되는데 꼭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불안하고 무기력해지면 일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거든요. 나의 쓸모는 뭘까. 뭘까. 심각해지기도 해요. 엄마, 아빠를 돌보는 게 나의 일이야.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뻔뻔한 거 같아요. 존재만으로도 충분해. 위로하다가도 쓸모없는 사람 같아서 축 쳐집니다. 쓸모의 굴레에서 벗어나 언젠가는 저도 저의 일과 이야기를 용감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요?


오늘은 바람이 쌩쌩 불고 차가운 날씨예요. 눈도 바람을 타며 날고, 새들도 빠르게 날갯짓하며 날아다녀요.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어요. 하늘은 순하디 순한 하늘색이에요. 다른 건 몰라도 지금 하늘을 당신도 보았으면 해요. 어떤 새도 함께 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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