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성의 스노우볼이 주는 감동
여행. 참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익숙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내가 생각하기에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평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지만, 나는 새로운 상황 속에서 생기는 인연이나 상황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다.
사진을 찍다가 친해진 현상소 사장님이랑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거의 1주일 정도를 가기로 했기 때문에 나는 26인치 캐리어행. 참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익숙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내가 생각하기에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평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지만, 나는 새로운 상황 속에서 생기는 인연이나 상황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여행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다.
사진을 찍다가 친해진 현상소 사장님이랑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거의 1주일 정도를 가기로 했기 때문에 나는 26인치 캐리어에 옷들을 가득 싸고 카메라 가방을 챙긴 채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떠나는 당일, 사장님과 만난 나는 사장님의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랐다. 사장님은 별 다른 짐 없이 맨 몸에 에코백 하나가 전부였던 것이다. 물론 나보다 빨리 귀국하는 일정이긴 하셨지만, 짐을 들고 돌아다니면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그렇게 다니는 걸 선호하신다고 하셨다. 맞는 말이었다. 내가 해외로 나가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풍경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은데, 캐리어를 끌고 가다가 찍고 싶은 사진이 생긴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 이후, 여행을 떠나게 되면 배낭 하나에 모든 걸 담아서 떠나게 되었다.
갈아입을 옷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장비만 챙긴다. 처음에는 15킬로 가까이 짐이 생겼지만, 그다음에는 12킬로, 점점 줄어들었다. 물론 12킬로도 계속 등에 짊어지고 다니다 보면 힘들긴 마찬가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동력만큼은 무엇보다 빨랐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짐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 손이 자유롭다 보니 카메라를 들고 다녀도 된다. 무엇보다, 짐 맡길 곳을 찾으러 코인 락커를 둘러보거나 호텔에 일찍 가서 짐만 맡길 필요도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여행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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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가 여행에서 꼭 하는 것 중 하나는 첫날에 게스트 하우스를 잡는 것이다. 이게 조금 까다로운데, 외국인 친구들이 있는 곳도 괜찮지만 나는 일본어가 영어보다 더 편하기 때문에 일본 현지 친구들이 가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려고 한다. 현지에서 친구들을 만드는 재미도 있고 아무래도 여행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아 주변에 가볼 만한 여행지를 추천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고야에 갔었을 때나, 시즈오카에 갔었을 때나, 후쿠오카에 갔었을 때나 많은 친구들을 만나 식사도 하고, 무턱대고 새로운 친구가 추천해 준 곳으로 떠나기도 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다른 나라는 아직 모르겠지만 일본의 경우, 여행에 계획을 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두 달간의 유럽 여행에서 가장 후회했던 것 중 하나는, 모든 숙소를 미리 예약하고 갔던 것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저곳 돌아다니긴 했지만 저녁이 되기 전 원래의 숙소로 돌아가야 했고,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이탈리아의 아씨씨를 제대로 구경해보지 못하고 온 것이 큰 한으로 남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게 우연성에서 오는 감동의 맛을 알아버린 뒤로는 일본여행에서 숙소를 잡지 않고 간다. 필요한 것은 어디로 갈 것인가와 어디를 가보고 싶은가, 싸게 돌아다닐 수 있는 교통패스 정도를 미리 구매하는 것뿐이다. 그 이후부터는 그때그때 나의 행동에 따라 스노우볼처럼 굴러갈 뿐이다. 여행이 좋게 끝날지 나쁘게 끝날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는 계획을 하고 떠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대처하지 못하는 불확실한 요소를 최대한 제거한 다고 해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 번쯤은 이리저리 나에게 불어오는 바람에 맞춰 방향을 바꿔가며 자유롭게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떠할까?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