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30
작년 요맘때였나 봅니다. 20분짜리 슛폼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나 진행했습니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많이 찍는 독립 프로덕션이었는데요. 이틀 동안 촬영을 진행했는데 잠시의 만남으로 인연을 맺은 담당 피디님 두 명과 작가님은 그 뒤에 저희 사이트 회원이 되셨습니다.
새를 좋아하는 저희 집 둘째 녀석 보여주려고 올 초에 새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다가 환경 스페셜에서 새덕후 김어진 님과 마라도에 가서 탐조를 하는 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엔딩 크레디트 올라가는데 익숙한 이름이 보였습니다. 피디님과 작가님 성함이. (사실 그걸 찾은 저도 대단합니다.) 당시에는 그냥 넘어갔었는데요.
제가 브런치에 '아들과 함께하는 좌충우돌 탐조기'를 쓰면서 인스타그램에도 새 이야기를 몇 번 했는데 포스팅을 보시고 피디님이 먼저 반갑게 댓글을 남겨주셨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그 다큐멘터리 제작하신 게 맞는지 여쭤봤더니 맞다고 하시더군요.
알고 보니 그 피디님은 한국야생조류협회에서도 활동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참 신기한 인연이죠. 저희 집 탐조인을 기특하게 보셨는지 얼마 전에 책을 한 권 보내주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뭐 넙죽 받겠다고 했죠. 제가 금품, 뇌물 뭐 이런 건 안 받지만 책은 감사히 잘 받습니다.
오늘 책이 도착을 했는데 탐조인들의 바이블 야생조류 필드 가이드 일명 야.필.가 였습니다. 봄에 새로 나온 개정증보판에 저자 사인까지 받아서 보내주셨더라고요. 안 그래도 개정증보판에 추가된 새가 많다고 저희 집 탐조인께서 엄청 갖고 싶어 했는데 책 보더니 엄청 좋아합니다. 산타클로스한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갑을 관계로 만났던 분들인데 십 년이 지나 그 관계가 바뀌어서 만나게 되는 경우를 몇 번 경험했습니다. 갑의 자리에 있을 때 갑질을 안 했더니 회사를 그만두고 빈털터리 과일장수의 신세로 전락했을 때 그분들이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저희 손님이 되어주신 경우도 많고요.
비록 지금 나에게 조금의 힘이 있다고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말 것.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같아도 가볍게 대하지말 것. 살면서 스스로 정한 몇 가지 다짐입니다. 세상 참 좁고도 재밌습니다. 귀한 선물 받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저는 복숭아로 소심한 복수를 좀 해볼까 합니다.
힘든 일주일이었는데 행복한 토요일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