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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렛 Feb 15. 2021

결혼할 수 있을까?

결혼이 경쟁처럼 느껴졌던 20대 미혼 시절에 느낀 현실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하면
모든 경쟁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난해하고 복잡한
결혼이라는 경쟁이 미혼자(?)들에겐 남아 있었다.


출근 후 메신저를 켜자마자 아는 언니가 말을 걸어왔다. 서른 살 직장인인 그녀는 인사도 없이 한 기사의 링크를 보내주었다. ‘28~32세 여성들 결혼 난, 서울의 30~32세 절반이 미혼!’ 우리는 대화 창에 아무 말도 입력하지 않았다. 무한 공감하는 침묵의 시간이었다. 기사의 요지는 통계청의 인구 분석 결과 28~32세 미혼 여성이 결혼 상대로 생각하는 30~36세 미혼 남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애통할지어다. 그래 모든 문제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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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외로움을 호소하는 친구들이 유독 많은 요즘이다. 내 보기엔 하나같이 멀쩡한 친구들인데, 변변한 남자 친구가 없다. 그들은 항상 소개팅을 갈구한다. 외모나 성격, 직장 등 참 괜찮은 조건의 그녀들 이건만, 소개해 줄 만한 괜찮은 남자는 참으로 없다. 핸드폰에 등록된 700여 개의 연락처 중 반 이상이 남자지만, 누구 하나 눈에 차는 사람이 없다. 하긴, 내 눈에 찼으면 진작에 내가 어떻게 했겠지….

취업난으로 요즘 대학가가 냉랭한 곳이 되어버렸다면, 결혼 난이 만든 또 하나의 씁쓸한 현실이 있으니,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절대 소개팅은 양보하지 않는 것이다. 아는 남자가 많아 소개팅을 하루에 두 탕씩 뛰면서도 절대 소개팅을 양보하지 않던 친구 L양은 늘 애인이 생기면 마음껏 소개팅을 베풀겠노라 장담했지만 자신의 애인과 싸우자마자 바로 소개팅을 재개했다. 그녀 옆에서 입 벌리고 떡고물 떨어지길 기다리던 친구들은 혀를 차며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 아무리 남자가 없어도 연애를 할 사람은 하고, 못할 사람은 못한다. 남녀 간의 만남에도 ‘빈익빈 부익부’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결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러나 결혼한 언니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더 이상 새로운 만남과 설렘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 문득 씁쓸하다고 호소한다. 육아와 시댁과의 갈등처럼 미혼 시절엔 꿈도 꾼 적 없는 무수한 고민들은 아무리 투덜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단다. “맘껏 즐기고 최대한 늦게 해. 여자는 그게 이득이야.” 하지만 그런 지긋지긋한 결혼이라도 했다가 돌아오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는 미혼 여성들이 늘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대도 마흔이 다 되도록 처녀로 사는 게 아무렇지 않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처럼 쿨한 여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짚신 한 짝을 찾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괜찮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사실 남자가 없는 게 아니라 괜찮은 남자가 없는 거다. 그리고 괜찮은 남자가 적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원래 괜찮은 남자는 별로 없었다. 20대 초반에는 당신도 꽤 괜찮은 남자와 연애했었나? 하지만 헤어졌겠지? 그때는 그 남자들이 결혼을 생각하지 않고 짧게 짧게 연애를 한 거다. 그러나 나이가 차면서 괜찮은 남자의 주변 여자들, 즉 어머니나 누나 등이 더 이상 그가 아무나 만나도록 두지 않는다. 그렇게 괜찮은 남자들이 괜찮은 여자를 만나 정착한 후, 당신은 선택받지 못한 과거의 여자 중 한 명으로 남겨진 거다.

‘괜찮다’는 기준도 다시 생각해보자. 중고등학교 때 괜찮다는 기준은 어땠는가? 그때 잘 나가던 오빠들은 지금도 잘 나가고 있을까? 나이 들어가며 여자들이 남편감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기준들은 사실 비슷한 한 지점으로 모인다. 그러나 그에 합당한 남자들은 대학을 거치고 취직을 하면서 체에 걸러지듯 걸러져 현저히 줄어든다. 당신의 이상형 조건에 맞는 사람은 이미 짝이 있거나, 당신 주변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모두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쟁률 높은 남자에게 배팅하는 대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한두 가지 기준에 맞는 사람과 진지한 만남을 가질 때가 됐다는 의미다. 외모면 외모, 학벌이면 학벌, 능력이면 능력, 종교면 종교! 한 가지 조건으로 타협을 보자.


또 하나의 절실한 사실은 당신이 정말 괜찮은 여자인가 하는 점이다. 괜찮은 여자가 많다는 건 사실 여자들의 이야기다. 취업난이지만 중소기업엔 인재가 없다고 호소하는 것처럼 괜찮은 여자가 없다고 호소하는 남자 또한 많다. 여자들이 예쁘다고 환호하는 얼굴은 사실 남자들이 보기엔 그저 평범할 수 있다. 여자와 남자들의 눈은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 연애가 아닌 결혼은 단순히 외모만이 기준이 될 수 없다. 나이, 성격, 재력, 가족 관계 등 여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남자들은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 결혼 정보회사 대표는 인터뷰 기사에서 이런 말을 던지기도 했다.

“여자들도 주름이 늘어나는 만큼 통장 잔고가 늘어나야 합니다. 또한 남자 형제가 없는 것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어요. 남자들의 부담이 커지거든요. 종교 또한 만남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요인입니다.”

위의 모든 사실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그동안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묻고 싶다. 대학 입시나 취업보다 결혼이 어렵다는 건 인정하면서 집과 회사만 오고 가는 생활 속에서 가끔 여자 친구들을 만나 수다 떠는 정도의 취미 생활만 하진 않았는지? 좀 더 계획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다. 혹시나 결혼 계획이란 단어에서 결혼 정보회사를 떠올린 이가 있다면 앞서 소개한 결혼정보회사 대표의 조언을 되새겨보자.

“통계학의 원리를 생각해보세요. 모집단의 샘플이 충분해야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허황된 꿈을 안고 결혼 정보회사를 찾진 마세요. 결혼은 비슷한 조건을 가진 분들끼리 만나야 실패하지 않습니다. 업체를 통해 자신보다 높은 조건의 사람과 데이트를 할 순 있지만, 결혼까진 어려워요. 평소 소개팅에서 만나는 수준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되, 보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만날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두세요.” 그는 결혼 정보회사는 필요악이라며 실패하지 않는 올바른 이용법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위에서 열거한 모든 이야기는 결혼이 하고 싶고, 가능하면 사회적인 혼기를 놓치고 싶지 않은 여자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다. 혼기가 꽉 찬 나이라지만 결혼이 절실하지 않을뿐더러 연애마저 지겹고 혼자가 편한 이들에겐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다. 사실 기사가 소개된 베이비붐 2세대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 역시 결혼 난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그들의 결혼 상대 연령대인 25~29세의 여자가 그들보다 적다는 것이다. ‘결혼 난’이란 초점은 모두 통상적인 결혼 연령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며, 결혼에 있어 나이와 국경 나아가 성별의 벽까지 사라져 가는 요즘은 사실 우리가 체감하는 것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나도 결혼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결혼 난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는가? 한 연애 전문 컨설턴트는 솔로 탈출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긍정’이라고 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위에서 소개한 ‘노력’을 긍정의 힘으로 실천한다면 분명 결혼이라는 최후의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해피엔딩은 사실 새드 앤딩일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길다 레드도 말하지 않았는가? ‘결혼을 했든  했든, 애인이 있든 없든 자신이 내적으로 쌓아 올린  외에 진정한 안정감은 없다라고. 취업이 급할  취업난에 기사를 스크랩하며 통감하지만 취업을 하고 나면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인 . 이런 통계를 분석하고 기사화되기 시작했던 시발점엔 ‘ 이렇게 괜찮은 남자(여자) 없는 거야? 이러다 결혼 못하는  아니야?’라는, 혼기가   싱글남과 싱글녀의 투정이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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