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글을 쓰게 된이유
나는 결혼이 너무 하고 싶었다. 환상 같은 건 없었다. 현실적으로 힘든 점이 많을 거란 걸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애는 왠지 불안한 느낌이었다. 비혼 주의자가 많은 이 세상에서 참 보수적인 발언일지 모르지만, 결혼이 곧 사랑의 완성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연애를 할 때마다 늘 결혼까지 꿈꿨다. 왜 모든 동화의 결말은 ‘왕자님과 공주님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지 않던가? 아무래도 내 마음속에는 공주님이 살고 있었나 보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물론 결혼 당시에는 남편이 왕자님이 아니고 시댁이 궁전이 아니란 것도 알고 시작했다. 그럼에도 결혼은 너무나 생경한 세상이었다. 인생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 언니들에게 숱하게 얘기를 들었지만, 그것 이상의 경험들이었다. 미리 알았더면 좀 덜 충격적이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결혼 후 인생의 숙제가 결혼이라 생각하며 20대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참 부질없고 귀여웠던 20대의 고민이 가득했다. 그래도 결혼이라는 경쟁(?)에서 벗어난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 홀가분한 마음이지만... 대학에 목숨 걸었으나 허무했던 그 느낌(대학교 이름이 인생의 성패와 상관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의 허탈함...)과 비슷한 감정을 결혼 전후에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럴 수 없기에 더 재미있는 인생인 거라고 아직은 긍정하지만 다음 숙제와 경쟁은 무얼지, 좀 더 순탄하게 넘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일단 리얼한 결혼 생활부터 낱낱이 적어두고 싶었다. 결혼 전 궁금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내려보고 싶었다. 세상에 아직 나처럼 마음속에 공주님이 살고 있는 미혼 여성들에게 결혼 선배로서 얘기해주고 싶었다. 내가 이 너무나 평범한 결혼에 대해 글을 쓰게 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