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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한손 Jul 11. 2021

주린씨

개미투자자 주린씨는 매일 '뚠뚠'하며 부자를 꿈꾼다.

주린씨가 주식을 처음 시작한 건 2020년 8월. 코로나로 코스피가 폭락한 이후 개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가 그야말로 ‘창궐’하던 시기였다.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음에도 (심지어 경제학원론 A+를 받았음에도…) 돈의 원리를 알기는커녕 주식은 도박이라 믿었을 만큼 경제에 문외한인 그녀였다.


무료한 일상 가운데 유튜브를 훑어보다 우연히 보게 된 경제 유튜브가 그녀를 주식의 세계로 입문하게 했다. 또한 몇 년 전 주식 전문가인 대학 선배에게 맡긴 100만 원이 250만 원이 되어 돌아왔던 짜릿한 기억을 떠올리며, 계좌에 남아있던 50여만 원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보통주 대신 우선주가 더 안정적이라는 한 유튜버의 조언을 따라, 삼성전자우 10주 정도를 매수했다. 펀드도 안 해본 초고도 안정형 투자자 주린씨에게 50만 원은 굉장한 거금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매수 버튼을 누른 그날, 증권사 어플에 몇 번이나 접속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내 상승 반응을 보이는 붉은 막대가 왠지 설레고 흥미로웠다.


이후 월급 때마다 좀 더 주식을 사볼까 싶었지만 삼성전자 외에 다른 회사는 왠지 투자하기가 겁났다. 삼성전자를  사자니 지난달보다 오른 가격에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 어느덧 21년이 되었고, 공중파에 주식 방송이 생겨날 만큼 전국적으로 주식 트렌드가 뜨거워져있었다. 회사에서도 점심시간이면 내내 주식 얘기만 했다.


주린씨가 4만 원 후반에 샀던 삼성전자우 주식은 어느새 8만 원 후반을 향해 가고 있었다. 50%에 가까운 수익에 뿌듯했지만 언론에서는 1억을 투자해 2억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기쁨은 잠시, 상대적 박탈감에 허무해졌다.

‘나도 천만 원을 넣었으면 이천만 원이 됐을 텐데’

아쉬운 마음에 싱숭생숭해진 주린씨는 주린씨보다 몇 달 빨리 주식을 시작한 회사 동료에게 물어봤다.


“지금 삼성전자 사도 될까?”

그럼요 대리님, 사세요 , 10 전자 간다잖아요!”


주린씨는 그날 바로 삼성전자 주식을 5주 더 샀다. 이번엔 9만 원대인 보통주를 골랐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부터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것이 소위 ‘고점에서 물린’  현상이라는 걸, 난생처음 읽게 된 주식책에서 깨닫게 되었다.

‘1억을 넣었으면 밤잠을 못 잤겠어. 이래서 주식이 무서운 거구나..’


하지만 1% 이자인 은행에 더 이상은 돈을 넣고 싶지 않은 주린씨였다. 주식 책도 찾아서 사보고,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주식 관련 유튜브를 더욱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이 추천해주는 종목들의 리포트를 찾아보기도 하고, 매출 지표도 살펴보면서 매달 조금씩 투자금을 늘려갔다.

낯설었던 주식 용어들이 차츰 낯익게 들리기 시작하니 뭔가 뿌듯했다. 적금 외에 해본 적 없는 주변인들에게 주식을 권하기도 했다. 특히 만만한 친언니에게 적극적으로 주식을 권했다.


“언니, 증권 계좌 만들었어? 아직도 안 만들고 뭐 하는 거야 은행 이자 1%는 물가 상승보다 적다고!!”

“아 만들 거야. 그만 좀 말해! 그래서 너는 얼마나 투자했는데? 수익률이 얼마야?”

“나?.. 음 한 300만 원?? 수익률은 음.. 한 10%?”

“에게, 그럼 겨우 30만 원 벌고 이러는 거야? 그것도 투자냐? 나 아는 언니는 몇억 굴린다던데”


그렇다. 누구에게 조언하기엔 아직 너무 적은 시드머니 300만 원. 수익률도 삼성전자 40%가 평균값을 높여주어 나온 숫자. 이후 21년에 투자한 종목들은 은행 이자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용기가 안나 1주씩만 구매를 한 때문에 주린 씨 계좌는 백화점처럼 정신없고 수익률도 낮았다. 하지만 주린씨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 1순위였던 목표도 바꿔가며 시작한 주식, 벌써부터 포기하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주식은 원래 오르내리면서 우상향 하는 거라고 했어.. 결국 오를 거야! 난 아직 젊으니까, 시간을 두고 노력하면 될 거야!'



매일 스스로를 다잡으며 주식 시황 유튜브로 하루를 여는 주식 어린이 주린씨, 그녀는 언제 주식 어린이에서 주식 어른이   있을까? 주식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이루겠다는 그녀의 꿈은 과연 이뤄질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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