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프레임웍
고객을 유치하는 데 1만 원이 들고, 그 고객이 평생 우리 회사에 100만 원의 가치를 준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이처럼 LTV(고객 생애 가치)와 CAC(고객 획득 비용)의 비교는 비즈니스의 본질을 꿰뚫는 프레임워크다.
LTV와 CAC는 SaaS 산업의 성장과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다. 수익이 한 번이 아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고객별 가치 추적이 가능해졌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개념이다.
실리콘밸리와 투자 시장은 이 공식에 열광했다. 단순한 매출이 아닌, 고객 한 명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기준으로 기업의 잠재력을 평가했다. 이는 고객의 장기적 가치에 방점을 둔 혁신적 사고의 전환이었다. 그 과정에서 'LTV가 CAC의 3배는 돼야 한다'는 법칙도 자리 잡았다. 유치 비용의 3배 이상 장기 이익을 내는 비즈니스야말로 지속 가능하다는 믿음이 반영된 결과다.
아마존은 이 모델을 글로벌 전자상거래에 접목했다. 킨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면서도 플랫폼 내 구매를 유도해 고객당 수익을 극대화했다. 넷플릭스 역시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이유가 바로 장기적인 고객 가치에 있다.
LTV와 CAC는 이제 기업과 투자자들의 필수 언어가 되었다. 스타트업의 피칭에서도 이 두 단어는 빠지지 않는다. 펀딩의 설득력은 LTV/CAC 비율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기획자로서 이 프레임워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LTV/CAC 비율을 핵심 지표로 삼고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1보다 작으면 적자, 3~5면 양호, 5 이상이면 초우량 비즈니스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높은 LTV/CAC 비율 확보도 중요하다. 고객 이탈을 막고 재구매와 업셀링으로 LTV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CAC를 줄일 수 있는 마케팅 자동화, 효율적 채널 발굴도 병행해야 한다.
이렇게 LTV/CAC 프레임워크를 실전에 녹여내려면 부서 간 긴밀한 협업이 필수다. 영업, 마케팅, 서비스 등 고객 접점에 있는 모든 부문의 인사이트가 종합돼야 고객 가치에 대한 입체적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다소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LTV와 CAC 산정에는 충분한 데이터와 기간이 필요하므로, 조급하게 숫자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성장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LTV와 CAC, 이 두 알파벳이 내포한 깊은 뜻을 새기자. 단순한 공식이 아니다. 고객 한 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기업 문화,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는 장기적 시각, 데이터에 기반한 전략이 응축된 철학이다.
기획자라면 이 프레임워크를 나침반 삼아 고객 중심적 사고를 체화해 나가야 한다. 고객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그들의 장기적 충성도를 얻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는 자세. 그것이 바로 LTV/CAC를 이끌 기획자의 진짜 역량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