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산책을 나간다.
내게 목줄을 채운다.
"딸깍"
벨트소리에 나는 매일 놀라지만, 그래도 참는다.
힘든 이 순간을 견디면 시원하고 즐거운 야외활동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밖으로 나오자 내 코를 자극하는 각종 냄새에 나는 흥분한다.
길을 지나다 보면 누가 지나갔는지 알 수 있다.
이 길을 오늘 나의 주인이 걸어왔구나.
헛! 이 냄새는 어제도, 그제도 맡았던 냄새인데.. 같은 사람이로군.. 흠... 이 사람 병원에 가봐야 할 텐데, 걱정이구만.
귀여운 어린아이의 냄새, 나이 든 노인의 냄새, 고양이, 다른 개, 벌레들의 냄새까지 나는 구분할 수 있다.
어떤 성별, 어떤 성격의 개가 지나갔는지도 나는 짐작할 수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이 냄새들을 맡으며 나는 탐정이 되곤 한다.
하지만 내가 골목 깊숙이 들어가 더 많은 증거들을 모으려 할 때면, 꼭 주인은 더 들어가지 못하게 나를 잡아당긴다.
왜 안된다는 것이냐..
나는 궁금하단 말이다!!!
다리에 힘을 주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눈으로 말한다.
나는 더 구경할 거야. 난 저쪽으로 가고 싶다고!!
몇 번 고집을 피워봤지만, 결국 내가 이길 수는 없다.
나는 개다.
그리고 나를 끌어당기는 주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대신 더 많은 장소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한다.
내가 분명 내 자리라고 찜해 놓았는데, 누군가 그 위에 영역표시를 해두었다. 싸우자는 건가. 나도 다시 영역표시를 한다.
길을 가다 다른 개들을 만나기도 한다.
별별 개들을 다 만난다.
나를 쫓아오는 개,
나랑 놀자고 치근덕대는 개.
나를 무섭게 공격하려는 개.
나를 설레게 하는 개.
"안녕하세요. 인사해도 되나요? 몇 살이에요?"
주인이 묻는다.
'안녕? 나는 용감이야. 만나서 반갑다. 하지만 나는 이름만큼 용감하지는 않아...'
"일곱 살이에요. 겁이 많아요. 몇 살이에요?"
'나도 겁이 많아. 오빠, 만나서 반가워. 우리 또 만날까?'
"다섯 살이에요. 우리 꼬미도 겁이 많아요. 이름이 뭐예요?"
"용감이에요."
나는 소심한 편이라 먼저 다가가는 건 어렵다. 너무 저돌적으로 다가오면 부담스럽다. 하지만 용감이 오빠는 이름만큼이나 용감하게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안녕히 가세요."
"네, 들어가세요. 꼬미야 가자."
아쉬웠지만 나는 주인을 따라, 용감이 오빠는 오빠의 주인을 따라가야 했다.
'다음에 또 만나.'
'그래 또 만나자.'
그날 이후, 산책을 할 때면 용감이 오빠의 흔적을 찾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다른 개들을 만날 뿐이다.
나랑 놀자고 치근덕대는 개.
"야, 나랑 놀자. 우와!! 너랑 진짜 놀고 싶거든!! 놀자 놀자 놀자!!!"
'어머 웬일이야, 싫다고, 저리 가.!!'
나는 귀찮아서 얼른 도망쳤다.
나를 무섭게 공격하는 개.
"너 누구야? 여기는 내 영역이라고!!!! 꺼져!!"
'흐잉. 내가 뭘 어쨌다고.'
나는 무서워 도망쳐버렸다.
나는 나를 설레게 하는 개, 용감이 오빠를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매일 산책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