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슬노트 Oct 27. 2024

서울개 Ep.4

수영장에 갔던 날

날이 참으로 덥다.

무더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바깥이 찜통이라 낮에 주인 없는 빈집 역시 열기로 후끈하다.

낮잠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잠을 자면 꿈속에서 만날 수 있는 엄마. 전주인.

그리움이 극에 달할 때 꼭 깨곤 한다.


이른 아침부터 주인들이 분주하게 짐을 싸기 시작한다.

나는 두리번거린다.

가방이 하나, 둘.. 점점 늘어난다.

급기야 작은 아이는 내 밥그릇까지 가방에 담아버렸다.

얼레? 뭔 일이여..


나를 차에 태웠다.

드라이브는 좋다. 창 밖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한데, 창문을 열어주지 는다. 그래도 뒷다리에 힘을 주고 앞다리를 들어 창틀에 매달린다.

'끙차'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것들.. 어떻게 저리도 빠른 거지? 늘 그 정체가 궁금하다.


어딘가에 내렸다. 집이 아닌 다른 곳이다.

짐을 내려 또 다른 집으로 들어간다.

또 주인들은 분주하다.

어딘가로 사라질까 사알짝 불안하다.

조용히 앉아 바쁘게 움직이는 주인들을 바라본다.


나를 데리고 나간다.

파아란 물이 있는 곳에 닿았다.

남자주인이 갑자기 나를 안더니 물속으로 함께 들어간다.

나는 필사적으로 주인몸에 매달렸다.

나는 수영을 해본 적이 없다.

내 키보다 깊은 물에 빠져본 적이 없다.

남자주인은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나를 억지로 떼어 물에 놓는다.

"첨벙첨벙"

나는 살기 위해 발을 굴렸다.

내 발이 물에 닿을 때 물이 분수처럼 튀었고, 대포처럼 큰 소리가 났다.

눈앞에 튀는 물방울들에 앞이 흐려졌다.

저어기 있는 여자주인을 향해 앞발을 내고, 뒷발을 굴린다.

나 좀 살려줘.

겨우 주인 앞까지 갔다.

환하게 웃는 주인품에 안기니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나처럼 첨벙 대고 있는 다른 개들이 보인다.

너희도 나와 같은 신세로구나.

왜.. 왜.. 우리를 물에 빠뜨리는 거지.


주인은 다시 한번 물에 나를 놓는다. 그리고 또 저만치 가버린다.

나는 다시 한번 주인을 향해 필사적으로 물장구를 쳤다.

아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난 살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걸 주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웃고 있다.

"잘한다!! 어서 와.. 옳지!!"


그렇게 몇 번의 물속에서의 필사적인 움직임을 반복한 끝에...

드디어 물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휴~ 살았다.


주인들은 수건으로 내 젖은 몸을 닦아주고, 집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바람으로 나를 말려주었다.

그리고 또다시 나간다.

이번에는 더 큰 물이 있다. 주인들이 이제 물속으로 들어간다.

안돼!! 안돼!!!

나는 말려보지만, 주인들은 물속에 들어가 웃으며 놀고 있다.

나는 그런 주인들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있다.

하얗고 작은 개가 다가온다.

'사람들은 저렇게 물놀이를 하면서 놀아. 너도 물에 들어갔었니? 처음엔 힘들지만, 나중엔 재미가 있을지도 몰라. 나도 몇 번 해보니까 처음보다는 나아졌어. 여전히 안 들어가고 싶지만 말이야.'

나는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 깊고 파아란 물. 나는 당분간은 그 깊고 파아란 물을 싫어할 것 같다.


물속에서 신나게 노는 주인들은 물을 싫어하지 않았다.

작은 아이가 동그란 도넛 같은 튜브에 몸을 맡기고,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나도 아이의 눈을 따라 파아란 하늘을 바라본다.

눈이 부시다.

뜨거운 여름의 햇살에 눈이 부셨던 그날.

내 생애 처음으로 수영장에 갔던 날.

가만히 파라솔 아래에 엎드려 물놀이하는 주인들을 바라보며, 가끔씩 불어오던 시원한 바람을 느꼈던 그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